초등학교 3학년 때 매일 일기를 쓰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써서 다음 날 선생님께 제출하면, 선생님이 읽고 별점과 함께 소감 한마디를 적어주는 식이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정말 성의 없이 쓴 일기에는 별 1개, 딱히 나쁘지도 않지만 인상 깊지도
않았다면 별 2개, 유달리 인상 깊은 일기에는 별 3개를 그려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하루 일어난 일을 가지고 별점을 매기는 평가 방식에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어릴 때는 별점 개수에 은근히 신경 썼습니다.
하교 직전에 담임 선생님이 일기장을 나눠주실 때마다 괜스레 마음이 두근댔거든요. 받자마자 펼친 일기장에 별점 3개가 그려져 있을 때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왠지 ‘내 일상과 글이 특별했었구나’하고 인정받은 느낌이었어요. 특히 별점 3개 일기에는 선생님도 조금은 성의 있게 소감을 적어주셔서, 일기로 선생님과 소통하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아직도 별 3개가 그려졌던 일기가 기억나는 걸 보니, 저에게는 제법 큰 영향을 주었던 숙제였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지금도 제가 쓴 글을 본 사람들이‘ 좋다’라고 해줄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아닌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좋았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은, 제 글이 못해도 별 3개, 어쩌면 별 4개짜리 글이었구나 싶거든요. 저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글을 쓰는 게 즐겁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제게 글 쓰는 즐거움을 알려주신 담임 선생님께 이 글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은 이 글에 별 몇 개를 주실까요?
또 뭐라고 소감을 달아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