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앞에서
글. 박영희(서울시 노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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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주말에 딸과 강원도 양양 여행을 다녀왔다. 딸이 직장 생활로 바쁜지라 자주 만날 기회가 적기에 홀로 지내는 엄마를 배려한 여행이었다. 복잡다단하고 숨 막히는 서울을 뒤로하고 3시간 만에 도착한 양양은 마치 나를 기다린 듯 반겨주었다. 짙은 초록이 눈앞을 채우고 유난히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이름 모를 산새들의 울음소리조차 자연스럽게 내 귀에 스며들었다. 대도시의 생활이 얼마나 각박하고 삭막한지 여실히 느껴졌다. 시골 출신인 나로서는 이런 고요하고 한적한 곳이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창문을 여니 서울과는 전혀 다른 포근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맑고 시원스러웠다. 저녁은 메밀막국수와 육전으로 소박하게 해결했다.
동치미를 부어 비빈 막국수는 시원하고 감칠맛이 뛰어났고, 딸과 마주 앉아 나누는 한 끼는 무엇보다 값졌다. 숙소에서는 집안 이야기와 일상을 나누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찾은 낙산사는 세상사가 잠시 멈춘 듯 고요했다. 사찰 너머로 펼쳐진 바다는 한없이 넓고 깊었다.
스쳐 가는 바람은 아무런 말이 없어도 큰 위로가 되었다. 대웅전에 가 부처님 앞에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안녕, 행복을 빌었다. 이어 낙산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래 위에 남겨지는 발자국은 금세 바람과 파도에 흐려졌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모든 것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니 이 순간마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밀려와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그 단순한 움직임에는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힘이 있었다. 모처럼 불안과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모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여행은 무언가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조용히 덜어내고 비우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낙산의 맑은 공기와 바람, 파도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고,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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