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권선미(용인시 처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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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겁게 어깨를 누르면
시외버스 타고 한시간 반
엄마 밥을 먹으러 간다.
익숙한 반찬들에 마음부터 편해지는 밥상
싹날 때부터 물을 주며 고이 기른 보랏빛 가지
어느 날 훌쩍 커버린 오이와 호박
해거름에 물을 주면 싱싱하게 잎사귀를 펴던 깻잎과 상추까지
모두 내가 잘 안다.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면서
약을 덜 쳤다는 말에, 유기농이라는 스티커에, 몸에 좋다는 각종 정보에
덜컥덜컥 장바구니에 담아 온 도시의 채소들과는 다른.
뜨거운 엄마의 밥상 앞에서 나는 경건해진다
잘 먹고 더 건강해지라는 무언의 격려에
부지런히 수저를 들며 허기진 마음까지 채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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