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김영자(대구시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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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면
슬그머니 부엌으로 향하시는
올해 일흔넷, 우리 아버지
모락모락 다정한 커피 석 잔
환하게 내오신다
물이 좀 많은 것
우유가 들어가 연한 것
설탕을 추가한 것까지
전문점 커피보다 입에 맞는
아버지의 믹스커피
야간당직 당신을 제외하고
아침을 시작하는 엄마와
출근하는 딸들을 위한
이벤트 같은 시간
세월에 굽은 어깨와 둔해진 걸음이
채 녹지 못한 알갱이처럼 목에 걸려도
그 뜨거운 갈색의 한 모금
아버지의 서툰 애정 한 잔
오늘 하루도
기운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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