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서지원(경기도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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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읽었는데 진짜 행복이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상쾌한 거래.”
친구 A가 보낸 메시지를 읽는 순간의 나는 회사행 지하철을 탄 채 덜컹거리는 중이었다. 오늘 아침에 상쾌했던가? 스스로 물었지만, 쉽사리 대답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지금의 삶이 불행하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입에 달고 사시던 말이 떠올랐다. “평범하게 사는 거, 그게 행복이야.”
“정말? 엄마, 나 지금 되게 평범하게 사는데. 근데 왜 별로 안 행복한 것 같지? 왜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을지 기대가 전혀 안 될까?” 엄마가 들으면 속상해하실 생각들만 떠올리며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를 향해 걷는다.
행복에도 내성이 생긴다. 원하던 것이든 원치 않았던 것이든, 어린아이일 때보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면서 어느 순간 나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로소 이제야 내가 원하는 것들을 경험하고, 그 순간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자꾸만 다른 핑계를 대며 자유를 누리는 것에 겁을 낼까. 미성년자일 때는 돈도 자유도 없었다. 대학생이 되자 시간은 자유로웠지만, 돈이 없었고, 취직하고 결혼을 하자 돈은 있는데 뭔가에 매인 느낌이 사라지질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점점 포괄적인 자유를 얻었지만, 그와 비례해 마음의 자유를 잃었던 거다.
회사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바람이 불었다. 뜨거운 한여름에도 아침은 상쾌하다. 아, 상쾌하다고 느꼈으니까 지금 행복한 건가. 나를 기대하게 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의 내가 잘 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의 어떤 것에 조금이라도 ‘기대’라는 것을 하려면, 조금 두렵고 귀찮더라도 새로운 상쾌함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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