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장정희(충남 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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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일어나 봐요. 아기들이 얼굴을 내밀었어요. 너무 예뻐요.” 이른 아침 초등학생인 딸애가 소란스럽게 날 깨웠다. 아이는 내 손목을 잡아끌고 베란다로 향했다.
“이것 봐 엄마. 아기들이 뿅뿅뿅 올라와서 놀고 있잖아요.”
아이가 가리킨 화분에는 정말로 앙증맞은 새싹들이 돋아나 있었다. 손으로 만지면 부서질 듯 여린 새싹은 어른인 내가 봐도 신기했다.
꽃씨를 화분에 심게 된 건 십여 일 전이었다. 개업한 은행에 갔더니 꽃씨를 나눠주었다. 워낙 식물을 가꾸는데 소질이 없던 나는 꽃씨를 책상 위에 놓아둔 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딸애가 꽃씨를 심자고 날 졸라대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화분을 사와 꽃씨를 심었다.
다음날부터 아이는 온통 화분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으로 화분을 옮겨가며 지극정성을 쏟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아기들, 오늘도 잘 지내고 있어.” 하며 아이는 학교에 가기 전에도 화분을 들여다보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장 화분으로 달려가 물을 주었다. 그런 아이를 볼 때면 간혹 친정엄마 생각이 나기도 했다.
“아이구야. 요놈들이 밤새 이렇게 쑥쑥 자랐네. 신통하기도 해라.” 친정엄마는 텃밭에 채소 씨를 뿌려놓고는 아침저녁으로 거름을 내면서 채소들을 다독다독 키우셨는데 어렸을 적에는 그런 엄마가 신기했다. 그런데 엄마 말씀이 틀린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딸아이를 보며 생명에 관심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아이는 오늘도 화분을 들여다보며 새싹들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밝은 햇살보다 더 환하고 예뻐 보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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