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임세자(인천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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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나야. 우리 수요일날 만나는 거 알지?”
“응, 알아! 그날 봐~”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소중한 친구의 고마움이 또렷이 떠오른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날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 우리 아들과 딸이 같이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들은 재수를 했고 딸은 7살에 입학했기 때문에 같은 해에 대학을 가게 됐다. 기쁨은 잠시 등록금이 큰 걱정으로 다가왔다. 물론 대출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다. 길게 한숨만 쉬고 있을 때였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애들 등록금 냈니?”
“아-니.”
“그럴줄 알고 내가 돈 좀 부쳤어. 확인해봐!”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금방 고였다.
“어머, 어떻게 알았니? 나 지금 계속 걱정만 하며 한숨만 쉬고 있었는데.”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그냥 고마워, 고맙다만 했다. 형제도 친척도 아닌 친구가 등록금의 3분의 1을 보낸 것이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나도 옛날에 너한테 진 빚이 있잖아?”
오랜 옛날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왔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던 친구는 별로 말이 없었다. 분단장이었던 난 친구를 친절하게 안내하며 가까이 했다. 누구를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면 다 말하라고 큰소리를 치며 용기를 주었다. 아주 오랜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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