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박남수(시흥시 매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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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져서 옷장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 양말이 가득하다. 이 모두 엄마가 주신 새 양말들인데, 신던 거마저 신고꺼내 신으려고 담아둔 것이다.
친정에 갈 때면 엄마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있다. 바로 양말이다. 서랍에서 양말을 꺼내어 “이거는 너 신고, 이거는 사위 주고, 이거는 애들 주고.” 하시면서 양말을 거실 바닥에 쭉 늘어놓으신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잘 신겠다고 하고 말았는데, 친정에 갈 때마다 양말을 계속해서 한두 켤레씩 주시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많았다. 그리고 엄마가 주시는 양말들의 색깔이 전부 알록달록해서 제 취향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 눈에는 차지 않게 되었다.
“엄마, 양말 많아요. 전에 주신 것도 있고. 이제 양말 그만 사요.” 하고 말하지만 그래도 또 사는 엄마. 그런데 나중에서야 엄마 마음을 알게 되었다. 길가 트럭에서 파는 한 켤레 500원쯤 하는 양말이 엄마가 제일 사기 쉬웠던 선물 목록이라는 것을. 만 원만 주면 양말을 많이 사서 모두에게 골고루 전부 다 나눠줄 수 있었기에, 엄마 마음에 가장 편한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식과 손주들에게 많이 주고 싶지만, 당신 형편에 여의치 않자 가장 싼 가격으로 당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양말만이라도 볼 때마다 사서 주게 되었다는 것을. 그 이후로 우리는 아무 토를 달지 않고,그저 “잘 신을게요. 양말 걱정 없다니까.” 하면서 감사히 받아서 신고 있다.
엄마의 양말 사랑은 아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는 그 마음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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