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는 소박하다
정서적인 여유와 건강한 삶을 얻기 위한 취미. 도시농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남보다 먼저 도시농부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은 농사일 자체가 주는 마음의 위안이 무엇보다 크다고 이야기한다. 하나의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애착이 있어야 가능한 일. 소소하지만 식물도 아이를 키우는 일과 흡사한 점이 많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도시농부가 늘어나는 이유는 또 있다. 시중에서 파는 먹거리들은 농약 등 안전성 때문에 사먹기가 꺼려지는데 유기농으로 직접 길러 먹으니 건강도 챙길 수 있게 된다. 또한 농사일을 함께 즐기며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지는 경험을 한다.
도시농업은 소박하다. 먼저 도시농부라는 개념은 농사라는 활동이 거창하고 고된 것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집안 베란다, 비워둔 옥상 공간 등이 모두 도시농업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장소다. 집에 아담한 마당이 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 혹은 자택 인근에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방식으로 작은 주말텃밭 하나를 가지고 시작해보는 방법도 있다.
가꾸는 재미 그 이상의 가치
간단한 상자텃밭은 도시농업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저수통에 물을 채워놓으면 2주 동안 스스로 물이 공급되는 텃밭상자가 있어 편리함을 더한다. 이동이 쉽도록 바닥에는 바퀴가 달려 있기도 하다. 목재 유닛과 철제 기둥으로 구성된 제품을 조립해 어떠한 공간에서도 원하는 텃밭을 마음대로 구성하거나 확장하는 방법도 있다. 햇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LED 전구를 이용해 새싹인삼을 재배할 수도 있다. 잎과 줄기, 뿌리를 통째로 씹어 먹는 새싹인삼은 숙취해소와 면역력 증강, 원기회복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상자텃밭과 함께 상자에 담을 상토와 재배할 작물 모종, 퇴비만 있으면 준비 끝. 가족과 함께 작은 상자텃밭에 농작물을 심고, 물을 주면서 가꿔나간다. 파릇파릇 농작물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자연의 신비를 체험한다. 정서에 좋고 오감이 발달하게 됨은 물론이다. 또한 노년층은 소일거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되고 관절 등에 가벼운 운동효과를 본다.
먹고 보고 즐기면서 행복해~
서울 서초구의 한 주말농장에는 1,500세대의 도시 가정이 농사에 참여한다. 농사 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즐기는 생산적 여가활동을 하는 동안 자연스레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을 느낀다. 2010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는 서울 강동구는 현재 서울 최대 면적의 텃밭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급식센터를 시범 운영하면서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는 상자텃밭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농작물 재배 매뉴얼도 함께 제공한다. 인천시가 시민들에게 나눠준 상자텃밭은 최근 7년간 1만5천세트를 넘었다고 한다.
도시 텃밭 조성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친환경 도시농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한다. 도시농업 전문가 및 실내외 텃밭정원사 양성교육, 텃밭클리닉, 생태순환 토종학교, 도시양봉학교, 도시농업박람회 등의 전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처럼 조금 더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시농부의 꿈을 이룰 기회 또한 얼마든지 있다. 의지와 마음만 있다면 도전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길이 열려 있으니까.
손쉬운 잎줄기채소부터 시작해볼까?
텃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수십 종이 넘는다. 이 중 쌈 채소를 중심으로 한 잎줄기채소는 초보자도 손쉽게 키울 수 있는 것들이다.
보통 봄철에는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구입해 심는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채소 모종은 4월부터 5월 중순경까지는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 농협 특판장, 또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을에는 8월 중순경부터 9월 초까지 배추 모종과 상추 모종 일부만 공급된다. 그 밖의 채소는 씨를 뿌려서 재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봄철에는 씨앗과 모종, 가을철에는 씨앗을 중심으로, 언제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으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수확이 가능한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파종(또는 모종 정식)이 가능하며, 수확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또 언제까지 수확이 가능한지를 잘 알지 못한다.
01. <텃밭채소 언제 심어서 언제 먹을 수 있나?>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이 발행한 잎줄기채소(14작목) 텃밭 작형 매뉴얼. 초보 도시농부들을 위해 잎줄기채소 중 대표적인 작물들에 대해 실제적으로 재배가 가능한 시기를 제시하여 작물과 재배시기 선택에 도움을 주기에 참조하면 좋다. 상추, 엔다이브, 쑥갓, 부추,쪽파, 잎들깨, 시금치, 근대, 아욱, 채심, 열무, 얼갈이배추, 청경채, 다채 등 14가지다.
02.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국가농업기술포털 ‘농사로(www. nongsaro.go.kr)’를 통해 유용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칼럼이나각종 SNS를 통해 농업 현장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농업기술현장전문가의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다. 텃밭 가꾸기, 실내정원, 옥상정원, 농사 관련 교육과 도서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