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IT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컴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지출되는 2,500억 달러 중 실제 작업에 사용되는 전력은 약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전력은 컴퓨터가 전원만 켜진 채로 유휴상태에서 낭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소비되는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켜 기후변화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린 IT의 기원은 1992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성을 촉진하기 위해 고안한 ‘에너지스타(Energy Star)’ 인증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스타 인증은 현재 PC, 모니터, 프린터 등을 비롯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의 가전기기, 조명기구, 오디오 기기, 건물 설비, 사무기기 등 75개 이상의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전자제품에 절전 모드를 널리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린 IT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와 사례
최근 들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ESG가 기업 경영의 필수요소로 급부상하면서 그린 IT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되는 추세다. 그린 IT는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1) 친환경 디자인: 컴퓨터, 스마트폰, 프린터 등 각종 IT기기를 에너지 효율적인 장치로 설계한다.
2) 친환경 제조: 제조 과정에서 유해 물질의 사용을 자제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한다.
3) 친환경 사용: 제품의 작동 및 유휴 상태에서의 전력소비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사용한다.
4) 친환경 폐기: 제품의 재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제품을 적절하게 폐기 또는 재활용한다.
그린 IT는 단지 특정 기술이나 하나의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부, 기업, 환경단체가 친환경을 구현하거나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다양한 기술과 프로그램, 표준, 규정 및 이니셔티브(Initiative)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업계에서 공정을 개선해 동일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저전력을 실현하는 것,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하드웨어 효율을 높이는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을 이용하는 것, 기업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이용해 서버 비용을 절감하는 것, 실내조명과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친환경 빌딩을 구축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개선사항을 도출하는 것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그린 IT를 적극 도입하는 기업들
인텔은 글로벌 제조 공정에서 사용하는 물 사용량 절감, 100% 친환경 전력, 매립 쓰레기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2030년 전략을 발표했다. 인텔은 기술로 건강과 안전을 혁신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 중립 컴퓨팅을 달성할 계획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ESG 전담조직을 확대 개편하면서 그린 IT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터넷 기업이라는 특성상 두 기업 모두 친환경 데이터센터 설립과 운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네이버는 2040년까지 ‘카본 네거티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본 네거티브란 탄소 배출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감축해 순 배출량을 0(zero) 이하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필수적인 경영전략이자 생존전략, 그린 IT
투자 업계에서는 기업의 환경, 사회적 가치를 재무 수익률과 연계하고 있으며, ESG 경영이 기업의 재무 안정성이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증가시킨다는 보고서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ESG를 주요 투자 지표로 삼는 글로벌 투자 펀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린 IT는 ESG 경영의 주된 요소이기에, 앞으로 그린 IT는 기업의 필수적인 경영전략이자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