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물가와의 싸움은 계속
IMF가 향후 국제 경제를 우울하게(Gloomy) 바라보는 이유는, 단연코 고물가 기조 때문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2023년의 물가 기조는 2022년보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 물가 상황만 보더라도 올해 물가 상승률은 전년도 5.1%보다 1.6% 낮은 3.5%로 예측된다.
이처럼 상승 흐름에 놓여 있던 물가가 그나마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 현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국제유가 및 원자재 시장이 연초 대비 하향 안정화되는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 약화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경색 현상의 완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수요 및 유동성 축소로,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향 안정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공급측 요인에 의한 국내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국제원자재 가격 역시 시장수요 위축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에도 세계 경제의 성장세 약화로 에너지 수요가 위축되면서 국제유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심화 등에 따르는 지정학적 위험 확대로 물가상승 리스크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내년도 물가 상승의 핵심은 공공요금 인상
이러한 국내외적인 경제 상황의 변화는 2023년 일반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가격분산이다. 가격분산이란 전체(평균) 물가상승률에 대한 개별품목의 물가상승률의 괴리 정도를 의미한다. 가격분산이 확대될 경우, 이는 경제주체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형성할 때 평균적인 물가수준보다는 개인의 쇼핑 경험 등 일상에서 관찰하고 경험하는 물가수준에 영향을 크게 받아, 향후 실제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올해도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가격이 인상되고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어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스요금을 최소 1.5배에서 1.9배가량 올려 내년 MJ(메가줄)당 최소 8.4원(분기당 2.1원) 혹은 최대 10.4원(분기당 2.6원)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연 1조 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지만, 서울 지하철 기본운임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인상된 후 8년째 동결 상태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는 지하철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내년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종합할 때, 향후 국내 물가수준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전히 고수준의 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도 낮아지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 현상은 지속될 전망으로, 평균적인 물가수준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개별 체감 물가 간 괴리 완화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세계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나 정책입안자 중에서 “물가가 잡혔다.” 는 확언을 하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아직까지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데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2023년은 여전히 물가와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 모두 물가 상승을 대비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 전술이 필요한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