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태백산 장상 아래에 자리잡은 망경사의 단종비각. 단종이 죽어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해뜨기 직전 태백산 정상의 여명 속에 마주선 두 그루의 주목
겨레의 성소
태백산은 이 땅에서 가장 성스럽고 상서로운 해맞이 명소로 꼽힌다. 백두대간의 한 중심에서 각기 동서남북 방향으로 금강산·구월산·지리산·묘향산 등의 명산을 거느린 영산(靈山)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겨레의 성소(聖所)로 여겨진 태백산의 정상에서는 하늘에 올리는 제사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도 태백산 장군봉의 천제단에서는 '한배검 (단군)'에게 올려지는 제사가 한 해도 거르질 않는다.
태백산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가슴속에서는 아주 길고도 깊은 시원(始原)을 찾아 나서는 듯한 엄숙함과 비장감마저 일렁인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온 산을 화사한 꽃 세상으로 수놓은 눈꽃을 만나자마자 온데간데없이 사그라지고 만다. 원래 눈 구경과 꽃 구경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눈 구경에다 꽃 구경이 합쳐진 눈꽃 구경이 아니던가?
눈꽃의 화사함은 그 어떤 꽃에도 뒤지질 않는다. 일찍이 조선 제일의 시인이었던 송강 정철도 이런 시를 남겼다.
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 가지 꺾어 내어 임 계신 데 보내고저
임께서 보신 후에 녹아진들 어떠리
한겨울의 태백산에서는 나뭇가지마다 화사하게 피어난 눈꽃을 눈이 시리고 아프도록 감상하게 된다. 나무는 눈 꽃으로 피어나고, 숲은 눈꽃 터널을 이루며, 발 아래에는 순백의 눈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 가까이의 능선길에 올라서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군락지가 장관을 연출한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장엄하고, 저마다 다른 톤의 실루엣으로 중첩한 산봉우리는 마치 거친 평원을 질주하는 야생마들처럼 역동적이다. 태백산의 해돋이는 바로 이 산맥과 산봉우리를 조연 삼아 펼치는 자연의 드라마다. 그래서 장엄하고 화려하다.
너와집의 너와집 정식
용연동굴 내부의 웅장한 종유벽
태백산눈축제
태백산의 등산로는 여러 갈래이다. 그 중 유일사 기점 코스가 가장 수월하면서 소요 시간도 짧다. 유일사에서 정상까지의 약 4km 구간을 오르려면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백단사에서 시작해도 산행의 소요 시간과 거리는 유일사와 거의 비슷하다. 하산할 때에는 태백산눈축제의 주 행사장이 들어서는 당골로 내려가는 게 좋다. 당골광장까지의 하산 시간은 약 1시간 30분쯤이 소요된다.
올해의 태백산눈축제는 1월 18일부터 1월 26일까지 9일간 열릴 예정이다. 축제 기간 중에는 눈조각 경연대 회, 개썰매 타기 체험, 이글루 카페와 알래스카 이글루 체험, 초대형 눈 미끄럼틀 타기, 오궁(오리궁뎅이) 썰매 타기대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연일 계속된다. 더 상세한 내용은 태백관 광안내소(033-550-2828)나 태백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033-550-2741)로 전화하면 알려준다.
그밖에 태백까지 간 걸음에 찾아가 볼 만한 곳으로는 황지동의 황지, 창죽동의 검룡소, 화전동의 용연동굴 등을 빼놓을 수 없다.
태백시내의 한복판에 위치한 황지는 상지·중지·하지의 세 연못으로 이뤄져 있는데, 하루 5,000톤 가량의 깨끗한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금대봉 동북쪽의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한 검룡소는 514km에 이르는 한강 물줄기가 처음 시작되는 곳이다. 용연동굴도 금대봉의 동쪽 자락에 있다. 해발 920m 지점에 위치해 있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석회동굴이라고 한다. 길이 843m의 동굴 내부에는 석순, 종유석, 석주,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아르고 나이트), 종유커튼 등의 2차 생성물이 즐비해 환상적인 지하 세계를 보여준다.
한강의 발원지인 구문소. 억겁의 세월 동안 흘러내린 샘물이 바위를 파서 만든 물길이 신비롭다.
여행 쪽지
숙식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의 숙박업소로는 작년 7월에 문을 연 스카이호텔 (552-9977)과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태백 산민박촌(553-7460)이 권할 만하다. 태백산 정상 바로 아래의 망경사(553-1567)에서도 숙식이 가능하다. 그리고 태백시내에는 메르디앙호텔(553-1266), 대우장(552-3133), 알프스장(552-2620), 영빈장(552-7994) 등이 있다.
태백시내에 자리잡은 너와집(553-4669)은 상호뿐만 아니라, 집 자체도 진짜 너와집이다.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인 너와한정식(1인당 1만 3,000원)을 시키면 감자옹심이, 메밀전병, 메밀묵, 감자전, 옥수수죽, 더덕무침 등 강원도 산간 지역의 토속 음식과 각종 산나물이 한 상 가득히 나온다. 음식마다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일품이다. 그밖에도 태백시내의 경성실비식당(한우구이, 553-9357)과 승소닭갈비(553-0708), 태백산도립공원 상가 단지내의 고토일청국장(553-3232), 공원산채식당(산채비빔밥, 552-1215), 그린피스(돌솥밥, 552-8612) 등이 권할 만하다.
교통
태백산까지 가는 도로는 눈길과 빙판 구간이 많으므로 승용차나 버스보다는 열차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다. 금·토·일요일과 공휴일 그리고 공휴일 전날에 청량리역에서 23시에 출발하는 주말임시열차(무궁화호)를 이용하면 새벽 3시 28분에 태백역에 도착할 수 있다. 청량리행 열차는 11시 7분, 13시 1분, 16시 27분, 15시 53분(주말임시열차), 18시 18분에 태백역을 출발한다.
철도청(www.korail.go.kr)에서는 2002년 12월 21일부터 2003년 2월 16일 사이에 '태백산 눈꽃·눈썰매 열차'를 운행한다. 승차권의 발매와 예약 대행사인 청송 여행사(02-853-7787)나 홍익여행사 (www.7788tour.co.kr, 02-717-1002)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패키지 여행 상품은 태백산도립공원에서의 자유 시간이 약 3시간 20분에 불과해 정상까지 등산하기는 어렵다.
태백산 정상의 장엄한 해돋이와 아름다운 눈꽃을 감상하려면 와우트래블 (travel.waw.co.kr, 02-753-0866), 감동이 있는 여행(www.touchingtour.co.kr, 02-2614-6735) 등의 여행사에서 선보인 무박2일 상품을 이용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