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나 자신을 토굴 속에 가두었다. 문이 열려 도 나가기 두렵다.
- 나다니엘 호오손
이제 겨울이 깊어져 난롯가가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난롯불의 온기를 느끼듯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 사랑과 일과 놀이, 이 세 가지 요소는 인생의 행복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분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일과 놀이에서도 어려움을 겪지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일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능력은 난롯불 쬐기와 유사한 점이 있다. 특히 결혼에서 경험하는 관계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적정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난롯불에 너무 가까이 가면 데일 우려가 있고, 너무 멀리 있으면 춥다.
의처증이나 의부증 증세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은 난롯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배우자와 완전한 심정적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의 평화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배우자에게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다가서지 않는 부부들이 있다. 외로움의 원인은 냉담한 배우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한 걸음 더 난로로 다가 서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결혼의 파탄이 많이 일어나고, 이런 상황을 보면서 젊은 사람들의 결혼 기피 또한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행복해지는 데 필요하다고 옛사람들이 믿었던 가족이며 자녀의 울타리가 현대 사회에서는 필요악의 역할조차도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외부의 환란에서 나를 막아주기보다 오히려 내가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결혼하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이성 관계에서는 깊이 배려하는 사랑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왕자를 만나기 위해 인간이 되고자 했을 때 마녀는 그 대가로 목소리를 빼앗고, 걸을 때마다 찌르는 듯한 아픔을 두 다리가 느끼도록 만들어 준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신화나 동화의 이야기처럼 무엇인가 제물을 바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결혼의 제단 앞에 내가 서야만 하는가? 선다면 내 삶의 어느 부분까지 제물로 바쳐야 하는가? 아마 이런 질문이 요즘 젊은이들의 화두라고 볼 수 있다.
결혼하지 않고는 이성과 깊이 사랑하고 사랑 받는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인가. 결혼을 하고도 그런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자유로운 인간 관계에 나를 놓아 두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세상의 규범을 따라 운명적으로 결혼하던 옛사람들보다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젊은이들은 가볍게 말해버리기도 하지만, 인간이 바라는 가장 큰 꿈은 나를 영원히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는 사랑을 얻기 위해 나는 제단에 무엇을 올려놓을 용의가 있는가. 새로운 해를 맞아 우리가 깊이 생각해볼 화두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