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예고하는 오동도의 동백
돌산대교와 여수항 일대의 밤 풍경
여수는 남해안의 여러 항구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봄기운에 젖는다. 한겨울 인 연말과 정초 무렵에도 때 이른 꽃구경에 나선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동백섬'으로 유명한 오동도는 여수를 찾는 이들마다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명소이다.
오동도의 동백은 이미 12월경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겨우내 조 금씩 피고 지기를 거듭하다가 3월초가 되면 절정의 꽃빛깔을 선보인다. 또한 모진 삭풍과 한설(寒雪)을 맞지 않은데다 한려수도의 쪽빛 바다와 또렷이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꽃빛깔이 섬뜩하리 만치 처연하고도 아름답다.
때 이른 봄꽃을 구경하러 여수 땅을 찾았다면 여정은 자연스레 돌산도로 이어진다. 여수반도 남쪽의 섬 돌산 도는 이제 뭍이나 다름없다. 지난 1984년에 길이 450m의 돌산대교가 완공됨으로써 배를 타지 않고서도 자 유로이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자태와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서 지금 은 여수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 다. 또한 돌산대교, 여수항, 장군도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돌산공 원에서는 항구도시 특유의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밤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다.
돌산대교에서 향일암 아래의 임포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남도의 갯마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해안도로다. 더욱 이 남해안 특유의 한가로운 풍경을 줄곧 바라보며 달리기 때문에 해안 드라이 브 코스로도 손색없다. 모롱이와 언덕길을 몇 번씩이나 돌고 오르내리는 도중 에도 호수처럼 잔잔한 쪽빛 바다와 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시야 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그 길의 적당한 리듬감과 서정 넘치는 풍경이 먼길 떠 난 길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오동도의 동백꽃. 한겨울에도 푸근한 덕택에 동백의 꽃잎이 유난히 붉고 탐스럽다.
돌산도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도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무술목과 방죽포이다. 무술목은 병목처럼 잘록한 지형을 보이는 곳인데, 동쪽에는 솔숲 울창한 자갈 해변이 깔려 있고, 서쪽에는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담수호가 형성 돼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또한 이곳 간척지의 담수호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초쯤부터 수십 마리의 고니가 날아들어 탐조 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무술목 남쪽의 방죽포를 지나면 돌산도의 맨 남쪽 마을인 임포까지는 지척이다. 더욱이 차창 밖의 시원스런 풍경에 빠져들다 보면 짧은 거리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임포마을은 금오산(323m) 서쪽 기슭의 양지바른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데, 마을 주변에는 키 크고 잎도 무성한 동백나무의 거목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그리고 마을 초입의 언덕에는 수령이 자그마치 500년 이상이나 되어 마을의 당산목(堂山本) 구실을 하는 동백나무도 있다.
햇살 따사로운 향일암 관음전 앞의 바위에 앉아 바다를 내려보는 관광객
해돋이를 맞는 암자, 향일암
임포마을을 둘러싼 금오산 중턱의 벼랑 위에는 향일암이 올라앉아 있다. 마을에서 향일암까지는 비탈 진 산책로를 15분 가량 올라가야 하지만, 산비탈 곳곳에 울창한 동백숲이 등산의 수고로움을 잊게 한다. 특히 2월 중순에서 3월 하순 사이에는 한창 절정에 이른 동백꽃을 감상하느라 다른 풍경에는 눈 돌릴 겨를조차 없다.
64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향일암은 원래 '영구암'(靈龜庵)이라 불렸다고 한다. 지금도 두 개의 이름 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향일암이라는 이름은 일제 때에 '일본을 바라 보는 암자'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 라고도 하고, '해돋이를 맞는 암자' 라는 뜻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름이야 어떻든 간에, 오늘날 이 작은 암자는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남해안에서 손꼽히는 관음도량(觀音道場)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어느 전각 앞에서든지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유난히 장엄하고도 환상적인 해돋이를 지켜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돌산도 무술목의 수로에 내려앉은 고니 떼
금오산에서 내려다본 향일암과 비취빛 바다
향일암 뒤편의 산길을 따라 다시 20분쯤 오르면 더 넓고 활달한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금오산 정상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이곳에선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과 한려수도 바다의 그림 같은 풍광이 상쾌하게 펼쳐진다. 산정(山頂)에 흩어진 바위에 앉아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낙조도 해돋이에 못지 않은 장관이다. 또한 정상 일대의 커다란 바위마다 모두 거북의 등껍질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 점도 매우 특이하다.
실제로 향일암 주변의 지세는 마치 커다란 거북이 불경을 지고 팔을 휘저으며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형국이라고 한다. 산 아래쪽의 임포마을은 거북의 머리, 바다 쪽으로 불거진 땅은 다리, 그리고 금오산의 정상 부근은 거북의 등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금오산 정상에 올라 향일암 주변의 형세를 세세히 살펴보는 것도 돌산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여행 쪽지(지역번호 061)
숙식
해산물이 풍부한 여수항에는 해물요리를 잘하는 맛집이 많다. 수산물시장 맞은 편의 골목길에 자리한 7공주식당(663-1580)은 바다장어요리 전문점으로 이름 나 있고, 중앙동 파출소 앞에 위치한 구백식당(662-0900)은 서대회와 생선구이가 맛있는 집이다. 중앙동 로터리 부근에 자리한 노래미식당(662-3782)은 주메뉴인 노래미탕의 국물 맛이 아주 담백하고 시원하다. 돌산도의 향일암 초입에는 많은 횟집들이 몰려 있는데, 그 중 금오식당(644-8769)이 가장 맛깔스런 집으로 알려져 있다.
여수시내에는 여수비치호텔(663-2011), 노블레스관광호텔(691-1996), 그랜드각 (682-2696), 뉴그린각(642-3277), 알프스모텔(643-4114) 등의 숙박업소가 즐비하고, 돌산도의 임포마을에도 일출모텔(644-4729), 종점모텔(644-4737), 한솔모텔 (644-5089), 황토방모텔(644-9231) 등의 업소가 있다.
교통
승용차
· 남해고속도로 순천IC(17번 국도)→여수→돌산도
대중교통
· 서울발 여수행 고속버스 : 강남고속터미널에서 6:00~17:50까지 40분 간격으로 고속버스 운행. 5시간 50분 소요. 22:40발 심야버스도 운행.
· 여수시내→돌산도행 버스 : 여수역과 오동도에서는 101번,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108, 111, 111-1번 일반버스와 113번 좌석버스가 돌산대교, 무술목, 방죽포를 거쳐 향 일암 아래의 임포마을까지 수시로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