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대웅전」(노장근)은 부처님을 마음속에 모신 이의 역작이다.
글. 정공채 현대시인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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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두고 불심을 닦은 분으로 믿어지는 이 시의 주인공이 본존불상을 받든 법당 대웅전을 기려 불계의 찬란한 경지를 그야말로 유려하게 운필해 놓은 작품이다. 석가세존께서 오신 사월 초파일에 앞서 쓴 작품이기도 한데, 佛家詩를 이렇게 깊이 있게 줄줄 이 펼친 실력이 대단할 뿐 아니라, 자아에게로 이어지는 불계의 時 作이 놀랍도록 잘 꽃피어 있는 작품으로 높이 평하고 싶다. 詩歷도 오래된 작가로 보인다.
「은방울」(김학섭)은 맑은 서정의 언어들로 엮어진 상징적인 세계의 작품이다. 주제 '은방울' 이 무엇을 지적하고 있는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맑은 마음속임의 영상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찬양되어 맑은 이슬 가득히 반짝거리는 것이 좋다.
「찔레꽃」(이홍렬)은 시행 하나 하나씩을 띄어서 연을 독립시킨 부분이 많아 3연으로 묶어 이미지의 연결을 이루도록 하였다. 시의 행이나 연을 구분 짓는 시작법에 좀 더 익숙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찔레꽃」을 파고 든 詩心과 함께 시상으로 내세운 서정은 참으로 아름답고 멋져서 암송이라도 하고 싶은 작품이다.
수필 「조팝나무(유만근)를 읽다 보면 산골 개울가를 따라 하얀 조팝꽃이 눈부시게 핀 그런 싱그러운 신록의 산에 드는 듯하다. 포곡조(뻐꾸기)의 탄력 있는 울음소리며,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며, 구구구 울어대는 산비둘기 소리와 장끼의 갑작스런 울음소리...... 여기에 김삿갓의 시 구절과 이백의 '問余何意栖碧山 笑而 不答心自閑(「山中問答」)'이라는 구절까지 곁들여 가며 자연과 파괴로 치달리는 오늘날의 아픈 현실까지 비유시키고 있다. 잘도 구성시킨 감성과 지성의 조화력 있는 산문과 문장력은 이 작품을 쓴 분의 문학적 역량을 높이 사게 해준다. 조팝나무는 수필이 갖는 매력을 충분히 살린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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