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정의틀 한 다음 그것의 해결 모형을 설계하여 컴퓨터에 담아라 !
현재의 기업경영상태를 그대로 컴퓨터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것은 마치 썩은 얼굴에 화장만 하는 꼴과 같은 것이다. 문제의 정의(problem definition)를 한 다음 그것의 해결모형(solution model)을 설계하여, 컴퓨터에 담는 것이 MIS의 도입 방법이다.
‘지금도 잘되고 있는데’ 하는 기업이나 ‘지금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하는 기업이 스스로 자신의 기업시스템 부위의 어디가 아픈지 또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집어내지는 못한다. “나는 건강하다”라고 하는 사람이나 “나는 병들어 있다”라고 하는 사람이 다같이 스스로 자신의 인체 시스템 부위의 어디가 잘못되고 있는지 또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메디컬 닥터(medical doctor)의 종합진단을 받아야 된다. 기업 시스템 부위의 문제와 그 원인을 알려면 시스템 컨설턴트(system consultant)의 종합진단을 받아야 한다.
인체 시스템의 진단에는 혈압을 측정하고, 체온을 재며 맥을 짚어보고 하는 진단절차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업 시스템의 진단절차를 아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MIS가 좋다는 것을 알고 그 것을 도입하려고 해도 제대로 안되는 것은 기업 시스템의 진단절차를 몰라 그 절차를 따르지 못하는 데에도 큰 원인이 있다. 우선 컴퓨터 시설을 설치한 후에 이것도 좀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 보면 기술이 축적되어 MIS가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는 컴퓨터 요원의 기술은 연마될지 몰라도 MIS의 노하우 {know-how}는 회사에 축적되지 않는다. 회사에는 쓰라린 상처와 고통의 앙금만이 가라앉을 뿐이다. 우선 메스를 들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인체 시스템 부위의 이곳 저곳을 마음 내키는 대로 찌르다 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상처와 병과 죽음만이 뒤따를 뿐이다. 수술을 하기 전에 진단을 거쳐 처방전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경영 시스템의 기능구조를 진단한다
경영 시스템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 절차를 살펴보자. 시스템은 하나의 界이다. 아무리 복잡한 양상의 집단이라도하나로볼수 있는 의식능력이 요구 된다. 한 시스템은 무수한 기능 단위로 분해된다. 기업 시스템의 예를 들어 보자. OO상사는 하나이다. 즉 한 界이다. 이 OO상사의 시스템은 기획 기능, 마케팅 기능, 연구개발 기능, 재무 기능, 회계 기능, 인사 기능 등으로 분해될 수 있다. 이 기능단위의 시스템을 서브시스템(sub-system)이라고 하며 이에 반하여 기업 시스템과 같은 독립단위 시스템을 메이저 시스템(major system)이라고 한다. 서브시스템은 또 다시 여러개의 하층기능으로 분해된다. 기획기능의 예를 들면 이는 장기계획기능, 중기계획기능, 단기계획기능으로 분해되고, 이 중에서 중기계획 기능은 다시 예산계획 기능, 추정재무 계획 기능, 추정손익계획 기능, 자금조달 및 이용계획 기능 등으로 분해된다. 그리고 예산계획 기능은 추정판매수익계획 기능, 생산및 재고계획 기능, 재료비예산계획 기능, 노무비예산계획 기능, 제조간접비 예산계획 기능, 판매비 예산계획 기능, 일반관리비 예산계획 기능 등과 같이 작업단위까지 분해된다. 이와 같이 경영 시스템의 기능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첫번째 진단과정이다.
시스템의 목적과 목표를 진단한다
메이저 시스템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키 위한 수단으로 서브시스템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서브시스템들의 목표는 메이저 시스템의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메이저 시스템의 목적과 서브시스템들의 목표는 각자가 소속된 단위 시스템의 핵이 된다.
OO상사 시스템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이 시스템의 목적을 위한 수단인 서브시스템들의 목표들은 무엇인가? 기획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미래포석적 의사결정 능력의 창출이고, 마케팅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시장 점유율의 극대화이다. 연구개발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제품의 이노베이션(product innovation)이고, 엔지니어링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제조원가의 극소화이고 유통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적소, 적시에 경제력 상품전달이다.
또한 구매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발주비용의 극소화이고, 재고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재고유지비의 극소화이다. 재무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자본비용의 극소화이고 회계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경영실적 정보력의 극대화이다. 인사 서브시스템의 목표는 종업원들로 하여금 머슴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와 같은 메이저 시스템 및 서브시스템들의 목적과 목표를 분석하는 것이 두 번째 진단과정이다.
시스템 및 서브시스템의 상관
서브시스템들은 메이저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로서 서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즉, 복합적(union)이거나 교합적(intersection)이 아니면 보합적 (complement) 관계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마케 팅 서브시스템은 자신의 목 표를 위한 수단으로 다품종 소량제품정책을 추구하고, 제조 서브시스템은 자신의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정책을 추구한다고 할 때 이들은 역기능적 교합 관계를 형성한다. 구매와 제조는 순기능적 복합관계, 구매와 재무 또는 재고와는 역기능적 교합관계, 제조와 엔지니어링은 순기능적보합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서브시스템들은 메이저 시스템의 목적을 핵으로 하여상호 균형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 및 서브시스템들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세번째 진단과정이다.
정보소요를 진단한다
메이저 시스템 및 서브시스템간의 상관관계를 유지시키고, 유기화시켜 주는 원동력은 정보의 유통력이다. 이를테면 마케팅 서브시스템은 제품별, 지역별, 기간별 판매 계획 정보를 정확하게, 그리고 적시에 제조 서브시스템에게 전달해야 생산부서에서 생산계획을 차질없이 수립하여 이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계획 서브시스템에게, 마케팅 서브시스템에게, 제조 서브시스템은 품목별 기간별 원부자재발주요령 정보를 구매 서브시스템에게, 재무 서브시스템은 소요자금의 대출 정보를 회계 서브시스템에게, 회계 서브시스템은 경영 실적정보를 기획 서브시스템에게, 기획 서브시스템은 계획과 실적의 차이 정보를 각 서브시스템들에게 전달한다. 이와 같이 서로 주고 받는 정보는 경영 계층에 따라 그 정도와 밀도가 다르고, 목적에 따라 분류되고, 시기에 따라 효력이 달라지고, 이용 또는 유통 빈도에 따라 양이 달라진다. 그리고 회사 의 체질에 따라 정보의 양과 질, 깊이와 폭이 다르게 된다. 시스템의 생동에 피의 역할을 하고 인체 시스템의 신경정보와 같은 경영정보의 소요를 분석하는 단계가 네번째 진단과정이다.
경영기능과 조직구조간의 관계를 분석한다
예산관리과에서는 예산계획 기능을, 구매과에서는 물가조사 기능과 수입 통관 기능을, 경리과에서는 세금계산서 발행 기능과 현금출납 기능을 운용하 듯이 모든 경영기능은 조직단위 부서에 의해 작동된다. 일반적으로 경영기능과 업무단위는 일치되나 여러개의 기능들이 묶여 하나의 업무단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경영기능을 작동하는 기업의 조직구조를 조사하고, 경영기능과 조직구조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단계가 다섯 번째 진단과정이다.
미래의 사업계획도 분석해야 한다
기업의 사업종목이 추가되거나 삭제되면 경영 기능도 변경된다. 예를 들어 복지 원단을 생산 • 판매하던 회사가 원단을 복장으로 가공하여 판매하겠다는 사업 종목을 추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패션 디자인 기능, 봉제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를 진단한 다음에는 미래의 기업 시스템을 진단해야 한다. 앞으로 5년내에 예상되는 사업 구상이나 계획을 분석해야 하는데 그 까닭은 MIS의 사업기간이 적어도 4년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를 바탕으로 해서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미래의 시스템을 진단할 수가 있다. 이 과정이 여섯번째 진단과정이다.
수술해야 할 병리현상이 있을 것이다
경영 시스템의 진단이 끝나면 수술해야 할 부위가 드러난다. 대부분의 병리 현상은 기능 부문, 정보유통로 부문, 정보의 양과 질 부문에 있으며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장차 치명적인 병리현상으로 발전될 징후도 있다. 병리현상과 징후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살펴보자.
사무용품 구매기능은 총무부에, 內資 구매기능은 자재부에, 外資구매기능은 무역부에, 연료구매기능은 생산부에 있다고 하면 이 기능들은 통폐합 수단으로 수술해야 할 부위인 것이다.
인사과에 있는 월급계산 기능, 회계과에 있는 원가계산 기능과 부기 기능, 총무부에 있는 텔렉스 운용 기능 등은 삭제 수단으로 수술해야 할 부위이다.
기존 시스템에는 원가분석 기능, 표준원가 정립 기능, 급여 시뮬레이션 기능, 물가정보 조사 기능, 경영정보 수집 기능, 기술정보 기능, 정보자원관리 기능 등이 없다고 하면 이 기능들은 추가 수단으로 수술해야 할 부위이다.
정보유통로에 병리현상은 심각할 것이다
경영 기능간의 상관관계와 조직구조간의 업무 흐름을 상호 비교 • 분석해 보면 경영정보유통로가 실타래 꼬이듯이 이리저리 꼬였고, 정보가 2중 3중으로 중복해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모터 및 벨트를 구매하려고 구매 요구 정보를 작성하여 본사 구매과로 보낸다. 구매과에서는 이에 의해 구매예산 정보를 작성하여 예산관리과로 보낸다. 예산관리과에서는 예산배정 정보를 작성하여 계장—대리-과장—……—부사장을 거쳐 사장의 결재를 받는다. 사장의 의사결정이 있은 후에 예산관리과에서는 예산승인 정보를 작성하여 구매과로 송부한다.
구매과에서는 모터 및 벨트를 구매해도 좋으냐 하는 구매 의견 정보를 작성하여 계장—대리-과장...—부사장을 거쳐 사장의 결정을 묻는다. 사장의 결재가 난 후 구매과에서는 공급업자들로부터 견적서를 받는다. OO사의 제품을 사도 좋으냐 하는 업자 선정 정보를 작성하여 계장—대리……과장 —부사장을 거쳐 사장의 결재를 얻는다. 사장의 결재가 난 후, 구매과에서는 발주 정보를 공급업자에게 교부한다. 모터 및 벨트가 공장에 도착하면 검수를 한 다음 검수의견 정보를 본사 구매과로 보낸다. 구매과에서는 공급업자로부터 대금 청구와 세금계산서를 받아, 대금지불요청 정보를 작성하여 경리과로 보낸다. 경리과에서는 물품 대금을 지불해도 좋으냐 하는 지출의견 정보를 작성하여 계장—대리—과장……—부사장을 거쳐 사장의 의사결정을 묻는다. 물품대가 지불된 후 경리과에서는 회계정보를 작성하여 회계과로 보낸 다. 회계과에서는 회계장부 등에 정보를 기록한 다음 모터 및 벨트 취득 정보를 작성하여 공장으로 보낸다. 공장에서는 공장자산관리대장에 모터 및 벨트의 취득사항을 기재한다. 그리고 자산취득 정보를 작성하여 본사 관재과로 보낸다.
혹시 독자 여러분은 다 아는 상식적인 것을 왜 이렇게 지루하게 글로 썼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정말로 읽기도 지루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꼬불꼬불한 미로를 헤매는 느낌이다. ’ 또는 ‘스파케티와 같은 정보유통로구나’하는 등일 것이다. 업무처리 절차, 즉, 정보유통로 부위에 병리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자각할 것이다. 정보유통로는 인간의 혈관과 같은 것이어서 꼬이면 꼬이는것 만큼 조직 시스템에 마비현상을 가져다 준다.
혈관이 꼬여도 문제가 되지만 피가 맑지 못해도 동맥경화증이 일어나기 쉽다. 정보 요소가 맑지 못하면 정보유통로가 막히게 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성격의 내용을 기록한 정보명을 본사에서는 업무일지라 부르고, 부산지점에 서는 작업일지라고 하며, 광주지사에서는 근무일지라고 한다든가, 가솔린을 휘발유, 가스, 기름 등으로 부르고, 물량단위를 근 • 관 • 돈 • 그램으로 부르는 경우 등이 정보 요소를 탁하게 하는 것으로서 치유가 불가피한 병리현상 이다.
정보 유통의 취급단위인 서식이 거칠어도 정보 유통로가 마비되기 쉽다. 회계전표가 입금결의서, 출금결의서, 입금전표, 출금전표, 집계표, 대체출금 전표, 대체입금전표 등 7종이나 되고, 자재전표가 입고증, 검수증, 청구증, 불출증, 전용증, 반납증 등 6종이고, 판매전표가 연안반출증, 철도반출증, 육로운송반출증, OO제품반출증 등 13종이나 된다면 이 부위 역시 병들어 있는 부분이다.
정보 유통의 복잡성, 정보 요소의 비호환성(비표준성), 정보유통취급단위의 다종성 등은 시스템의 신경계통을 마비시키는 요인들이다.
마음이 맑아야 보인다.
경영 시스템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의 대상물인 전 조직 구성원들과 진단을 하는 시스템 닥터의 마음가짐이다. 일체의 선입견과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공허한 마음에서 시스템을 보아야 시스템이 보인다. 선입견과 편견은 마음의 문을 막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마음을 비우면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이 맑아야 눈이 밝고 귀가 밝아진다. ‘그것이 될 법한 일인가? ’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런 것은 없다’ ‘지금도 잘되고 있는데 뭘’ ‘저 사람이 요런 일 저런 일 때문에 저러는구나’ 등의 자세로 상대방의 말과 뜻을 헤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마음이 맑지 못하면 새로운 착상이 떠오를 수 없으며 더우기 상상력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망상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착상은 현재 시스템의 거울이다. 이 거울에 비추어 보면 모양과 속을 투시해 볼 수 있다.
인체 시스템은 인술과 도구로 진단하고 경영 시스템은 맑은 마음과 시스템 의식력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