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엄하다는 영산 지리산을 뒤로 하고, 섬진강 맑은 물이 구비도는 유서깊은 고장 구례는 옛부터 세 가지가 크고, 세가지가 아름다운 고장이라고 한다.
세 가지 큰 것이란, 삼도 오군의 경계를 이루며 웅장히 자리한 지리산과, 팔백리 젖줄 섬진강, 그리고 산중의 벌판치고 는 광활한 들녘을 이야기하며, 아름다운 것 세가지란, 지리산과 섬진강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땅이 기름져서 생긴 풍요로움, 이 지방 사람들의 순박하고 인정있는 마음씨를 가리킨다.
광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 20여분 열두고을의 아름다운 산야를 누비며 비단자락처럼 펼쳐진 섬진강의 낭만어린 정경들을 바라보노라면 어느덧 5만 여명의 인구와 440여 k㎡의 면적을 가진 인정많고 유서깊은 고장 구례에 도착한다. 교통이 편리하고 산수가 아름다워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화엄사 전경
이름다운 섬진강의 백사장을 건너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이 그 웅장함을 드러내며 우뚝 서 있다.
지리산은 옛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서 주봉인 해발 1,915m의 천왕봉, 1,571m의 반야봉, 1,507m의 노고단의 3대봉이 있으며 일명 방장산이라 하는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구름 위에 솟아있는 능선의 길이만도 40여 km에 이르는 명산 중의 명산으로 웅대한 경관, 높은 맷부리들, 깊은 계곡, 울창한 자연림 등 보는 이마다 넋을 잃는 천혜의 명소들이 줄지어 있다. 또한 많은 사찰과 문화재들을 간직함은 물론 천연기념물과 희귀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풍치와 자연들이 한데 갖추어진 명실상부한 명승지이다. 전설에 의하면, 태고 때 천신의 딸 성모 마고가 지리산에 내려와 반야도사와 혼인한 후 딸 여덟을 낳아 모두 무당으로 길러 팔도에 보내 민속을 다스리게 했다는 무조설이 있다.
또 일설에는 석가여래의 어머니 마이부인을 지리산의 신령으로 모셨다는 기록도 있다.
옛부터 천왕봉 정상의 성모사에 마고성모와 마야부인의 두 석상을 모셔왔으니, 이와 같이 그 시대에 따라 산신의 명칭이 다를 때도 있었으나, 지리산의 산신령은 언제나 그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위대한 여신으로 공통되며 나라를 수호하는 성모로서 민족적 원시신앙의 대상이 되어왔다고 한다.
또한 지리산은 그 경관이 매우 수려 장엄할 뿐 아니라 도처에 수많은 명승과 비경을 이루고 있으니, 그 중에서도 지리산을 대표할 만한 경관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노고단의 구름바다이다.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훈풍과 더불어 남쪽 바다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수려한 노고단 중턱 산허리를 감돌아 대면, 대지는 홀연히 구름 바다를 이루어 높은 봉우리는 섬이 되어 버린다. 이럴 때 구름위의 푸른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구름결에 반사된 햇빛은 오색영롱한 꿈의 나래를 펼쳐온다.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조화에 의하여 빚어지는 신기로운 경관은 오직 지리산 노고단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감동적인 경관이다.
“잘 나고 높은 자여, 부귀를 자랑하는 자여, 한 줌의 티끌보다 오히려 가소롭기만 하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싯귀가 저절로 읊어지는 곳이다.

지리산 야경, 고사목이 죽음의 신비를 나타낸다.
둘째, 지리산의 대표적인 계곡의 하나인 피아골의 단풍이다.
봄철의 진달래,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화가 모두 철따라 변화있는 좋은 경치를 이루거니와, 그 중에서도 10월 하순에 절정을 이루는 가을단풍은 절경으로서 산이 붉게 불타니 산홍,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치니 수홍, 그 품에 안긴 사람은 붉게 뵈니 인홍으로서, 삼홍으로 이름난 곳이다.
세째, 반야봉의 낙조이다.
작열하는 여름의 태양이 지루한 하루의 시간을 매듭짓고, 산울림의 짙푸른 메아리 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저 멀리 어지러운 산봉우리 너머로 사라져갈 무렵이면 아득한 서녘하늘은 저녁노을로 곱게 물들어져서 황혼의 고요함만이 지리산의 반야봉을 무겁게 감돌아댄다.
마지막 안타까운 몸부림인양 위대한 태양은 때때로 휘황찬란한 황금빛 오로라를 빚어내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보람을 다하고 죽어가는 위대한 인간의 마지막 순간처럼 경건하고 장엄하기조차 하다. 황혼이 깃든 반야봉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번뇌와 온갖 잡념들이 봄눈 녹 듯 속절없이 사라져 간다고 한다.
또 지리산에는 명승고적이 즐비한데 대표적인 사찰로서, 첫째,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된 것을 조선 인조 8년 (1630년)에 벽암 선사가 중건하였다는 화엄사가 있다. 그 규모가 웅대하고 우아한 불교문화의 요람지로 동양 최대의 목조 건물인 각황전, 사사자삼층 석탑 등 국보 3점과 보물 4점, 천연기념물 1점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굴지의 명찰이다. 더구나 지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이 거울처럼 맑아 그 속에 새하얀 몸집을 드러내고 듬성듬성 놓여 있는 커다란 바위들을 바라보며 흐르는 계류에 맨발을 담그고 있으면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절로 솟구치는 곳이다.
둘째, 달고 이슬처럼 맑은 찬 물이 나오는 샘이 있는 절이라고 해서 한때 감조사로 불려졌던 천은사가 있다. 신라 진흥왕 3년(828년) 덕운조사가 창건하였고,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의 3대 사찰 중의 하나로, 경내외의 회유한 경관은 천하의 선경으로 손색이 없으며, 지방문화재인 나왕화상 원불상과 극락보전이 있다.
세째, 동부도, 북부도 등 국보 2점과 보물 4점이 보존되어 있는 연곡사가 있는데,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1981년 웅장한 새 법당을 신축하였다.
또한 구례에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경관과 명승고적 못지않게 유명한 특산품도 많다.
먼저 오줌싸개를 고칠 수 있다는 산수유가 있다. 구례에서 나거나 기르는 한약재로 산수유, 백지, 생지황, 복령, 당귀, 오미자, 천궁 같은 것이 있는데, 예로부터 강장제로 많이 쓰였고 오줌싸개를 고치는데 좋은 한약재로 쓰여왔던 산수유가 이 지방 특산물로 유명하다.
산수유나무는 심은지 4~6년 후면 열매를 맺는데, 봄에 기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나무여서 처마 밑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무렵인 2월 중순이면 이 지방 일대가 산수유 나무가 피워낸 노란 꽃으로 온 통 뒤덮인다. 10월쯤 잎이 지고 빨간 열매가 익으므로 이 무렵이면 핏빛보다 더 짙은 빨간 열매가 하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매달려 장관을 이룬다.

화엄사 경내
다음으로 ‘동방천의 은어’이다.
지리산 골짜기에 흐르는 동방천에는 버들잎처럼 생겼고 버들 잎처럼 자란다는 은어가 이른 봄철 버들잎이 움틀 무렵에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와 버들잎에 단풍이 들어 떨어질 무렵에야 버들잎 만큼이나 자라 바다로 헤엄쳐 나간다. 바다에서 다 자란 뒤 알을 낳을 때쯤 강을 거슬러 오르는데, 이때쯤이면 동방천에는 이 지방 사람뿐만 아니라 멀리 광주,순천 같은 곳에서 온 어맛을 즐기려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마지막으로 연곡천에서 많이 잡히는 민물게를 들 수 있다.
서리가 내릴 때쯤 섬진강 하구의 바다 쪽으로 새끼를 낳으러 가는데, 알을 통통히 밴 참게들이 떼지어 내려가기를 기다려 마을 앞 개울가에 그물을 쳐 놓고 참게를 잡아 양식장에서 쌀겨를 먹이로 알이 차도록 기다린 후 서울, 광주 등 대도시로 불티나게 팔린다. 참게젓은 우리나라 전통 음식에 드는 것으로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즐겨 먹는 반찬이다.
이밖에도 구례의 자랑은 끝이 없지만, 국립공원 제1호의 고장인 이 지방은 옛부터 시인묵객과 명인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어왔었다.
옛날 중국의 진시황마저 장생 불노초를 구하러 이곳까지 서시를 보냈을 정도로 유명한 지리산은 영약의 보고이며,국제적인 피서지로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있다.
이 고장 향토문화행사제인 지리산약수제는 이 고장 특유의 향토문화행사제로서 이 지방 사람의 축제가 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모여든 외래 관광객만 하여도 수십만을 헤아리고 있어 전국적으로 각광받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