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경이에게.
영경아, 조금 전만 해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지금 창 밖의 하늘은 서서히 개어가고 있구나. 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지금 네 생각을 한단다. 네가 캐나다로 떠난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 가는구나. 그동안 잘있었니? 학교 다니는데 별 어려움은 없는지? 이곳은 모두 잘 지내고 있어.
영경아.
난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
몇번씩이나 네 꿈을 꾸었단다.
그리고 나는 매일매일 우편함을 열어 보기에 바빴어. 그런데 바로 어제 아침, 예쁜 너의 글씨로 씌어진 편지 봉투가 눈에 띄지 않겠니? 급히 편지 봉투를 뜯어 편지를 펼치니 낯익은 너의 글씨가 눈물이 나올 만큼 반가왔단다. 편지 속에 환한 너의 얼굴이 선하더구나. 비행기 이야기, 나이아가라폭포 이야기, 체리 이야기, 서양 친구들 이야기 모두 잘 읽었어. 편지를 읽고 있으려니 너의 다정한 말소리가 들리는 듯했어.
영경아.
만약 편지가 없었으면 우리들의 마음이 어떻게 전해졌을까?
궁금한 너의 소식도 알 수 없었을 테고, 또 지금처럼 이곳 소식을 알릴 수도 없었을 테니, 우리들의 우정을 어떻게 가꿀 수 있었겠니? 또 너의 편지를 받고 보니, 네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고 글귀마다 너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단다. 그런 편지가 오고 가도 않는다면 정말 큰일이겠지?
편지는 아름다운 우정을 선물하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우리에게 훈훈한 인정과 기쁨과 행복을 안겨 주는 편지. 우리들의 아름다운 우정의 다리가 되어 주는 편지. 편지가 있는 세상은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겠지.
영경아.
우리 학교의 국기 게양대 양쪽에는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어.
그 앞을 지나노라면 그 옆에서 너와 함께 ‘무궁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이 다음 훌륭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기도 하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영경아.
너는 이번 즐거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니? 나는 이번 방학에 낙산해수욕장에 갔었어. 넓은 바다, 파도치는 바다는 내 미음까지도 시원하게 해주더구나.
영경아, 너와 함께 해수욕을 했으면 좋았을 거야. 네 마음처럼 넓은 바다에서 너와 함께 해수욕을 즐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영경아.
우리 앞으로도 편지 많이 많이 써서 우리의 우정을 더욱 두텁게 하자. 그곳 소식이 담긴 편지, 자주자주 보내줘. 나도
이곳 소식 많이 보내줄께. 너의 다정한 마음의 편지를 소중하게 간직할께.
그럼 부디 몸 건강히 잘 있어.
안녕.
1987년 8 월 16일
정다운 벗 지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