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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예절]호칭 1
글. 방기환 소설가
19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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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그것을 정리정돈하는 질서라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부르고 불

리우는 호칭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정리정돈이 형성한 하나의 틀이라고 볼 수 있다.

미개하고 단순한 사회에선 호칭도 단순하게 마련이다. 아마 원시인들은 아버지 어머니도 너라고 불렀고 지식들도 너, 친구들도 너로 통했을 것이다(그야 소위 선진국 일부 언어 풍토에 있어서도 호칭에 있어선 우리에 비해서 극히 단순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한다).

어쨌든 호칭의 다양성과 단순성은 그 사회 수준의 일면의 척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헌데 요즘 우리나라 사회에서 통용되는 호칭은 다양하다거나 단순하다거나 하는 차원을 벗어나 혼돈 상태다. 어쩌면 그것은 사회적인 혼돈 양태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는지 모른다.


남자와 여자와의 호칭

젊은 여성의 경우 애인이나 남편을「자기」라고 흔히 부른다. 문세영의 국어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볼 것 같으면 자기라는 인칭대명사는 ‘제몸, 저, 자신, 자아’ 로 풀이돼 있다. 한 마디로「나」라는 뜻이 되겠는데, 그렇다면 애인이나 남편을 자기라고 부르는 것은 너라고 불러야 할 상대를 나라고 부르는 주객 전도다. 그야 애인이나 남편을 나와 같이 끔찍히 사랑한다는 절실한 애정의 표출이라고 강변한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 말할 것 없이 아빠란 미성숙한 아이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혀가 짧은 칭호다. 그 애들도 성장하면 아빠라는 칭호를 버리고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다. 그야 그 자녀가 성장해서 계속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친근감과 어리광의 연장선상에서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위계질서의 터무니없는 교란이다. 남편이 아버지가 될 수는 없다.

여기서도 물론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아량을 봉쇄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출발점은 자신의 아들 딸이 아빠라고 부르는 호칭을 편한대로 추종했음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쉽고 편하더라도 색깔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남편은 남편이며 아버지는 아버지다. 굳이 아이들이 부르는 입내를 따라 가겠으면 그 아이의 이름을 따 서 「철수아빠」, 「순이 아빠」이렇게 되는 선에서 그쳐야 할 것이다.

이렇둣 마치 신호등 없는 교차로의 무질서한 교통의 혼란을 방불케 하는 요즘 호칭의 혼미상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부모, 더 올라가서 조부모 시대에 통용하던 칭호를 참고해 보는 것도 고리타분한 인습의 고집만은 아닐 것이다.

남편이 아내를 부르는 대칭으로 수수한 예는 「당신」,「서방님」그리고 고리타분한 냄새를 불구하고 참고를 하자면「家君」,「夫君」,「夫子」그리고 그 남편이 죽어서 제사를 지낼 때 축문에 사용되는 호칭은「顯辟」이다.

남편에게 자기를 칭할 때는 거의 다 「나」로 통한다. 그건 좋다. 때로는「저」라고 겸손하는 주부도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듣기에 나쁘지 않다. 구식 자칭인 「妻」 ,「拙妻」,「莉妻」등 자기를 너무 깎아내린 겸손에 불쾌감을 느끼는 주부가 있다면 그런 고리타분한 어머니 할머니의 누습 따위는 무시해 버려도 좋을 것이다.

또 하나 남은 호칭은 남에게 자기 남편을 일컬을 경우다. 이럴 때도 아빠로 비약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수수한 걸 찾자면 신혼 주부의 경 우 「내 신랑 아이를 가졌으면「순돌이 아빠」,그리고 사오십대쯤이면「우리집 그이」, 「바깥 양반」이쯤 해 둘 것이다. 굳이 고전적인 유식을 떨자면 「家夫」, 그리고 유별난 것으로는「夫婿」(중국의 유명한 시인 두보의 시에 그런 단어가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남편은 물론 「亡夫」다.

친구라든가 그런 타인의 남편을 부를 때 뭐라고 해야 하는가.

그 타인과 자기와의 위계에 따라서 차등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요즘 통용되는 호칭도 엉망진창이지만 옛 사람들은「令君」, 「賢君」, 고인 일 경우에는「先令 君子」라고 불렀다.

요즘 말씨의 풍토는 이쯤 해두고 알고 넘어가야 할 전통적인 호칭만 간추려 훑어 보기로 하겠다.

자기가 아내를 부를 때는 여보, 임자, 마누라, 부인이라 하며, 아내에게 자기를 칭할 때는 拙夫, 家夫라 한다. 타인에게 자기 아내를 칭할 때는 家人, 室人, 졸처, 고인일 경우엔 亡室, 亡妻라 하고, 타인의 아내는 闇夫人, 賢闇, 內相,室內,令夫人, 고인일 경우에는 故令夫人,故賢闇이라 부른다.


아내의 친정 식구들

가장 골치 아픈 것 중의 하나가 남자로선 처가에 대한 것일게다.

아내의 아버지,즉, 장인을 부를 때 요즘은 흔히 「아버님」이라고 한다. 사위도 자식이란 말이 있으니 큰 망발은 아니며 친근감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호칭이기도 하겠지만,굳이 격식을 따지자면「장인어른」쯤이 무난할 것이다.

재래적인 칭호는 外舅主, 聘夫, 聘翁, 岳夫, 外姑主이다.

장인에게 자기를 칭할 땐 外甥, 婿, 그리고 사위쯤이면 예나 지금이나 수수하게 통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자기 장인을 타인에게 말할때엔 鄙聘丈, 남의 장인을 부를때엔 貴聘丈이라 한다.

아내의 어머니는 聘母, 丈母, 岳母 이쯤이 될 것이며, 자기를 칭할 때엔 外甥,婿,사위가 될 것이다.

남에게 자기 장모를 칭하는 말은 鄙聘母, 남의 장모를 부를 경우에는 대단히 점잖게 貴聘母夫人이라고 옛 사람들은 예도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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