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에서도 이겨낼 수 있게 한 계절변화
우리나라는 계절변화가 뚜렷하다. 중위도 지방에 자리한 나라가 다 그렇지만, 우리만큼 분명한 계절변화를 겪는 나라도 없다. 중위도에 자리한 나라라면 어디든 겨울이 있고, 여름이 있다. 이는 태양이 남·북 회귀선 사이를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것에 하나를 더한다.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인 유라시아 대륙과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태양고도가 변하는 것에 대륙의 영향과 해양의 영향을 번갈아 받게 되면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계절변화가 명확하다. 그렇다면 계절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쉬운 예로, 계절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온 우리 한민족은 어디에서도 잘 적응하는 능력을 키웠다. 한참 어려운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애쓰던 지난 세기 후반, 우리의 근로자들은 낮 기온이 40℃를 훌쩍 뛰어 넘는 열사의 땅 중동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잘 견디어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민족인 북한 근로자들은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서도 벌목공으로 잘 견디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렇다. 우리 민족은 바로 그런 능력을 갖고 태어났다. 어떤 환경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은 분명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있는 자원이 되지 않을까?
우리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이끌어낸 혹한과 혹서
우리 민족은 혹한과 혹서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발달시켰다. 하나의 예로 겨울 추위를 생각해보자.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혜를 모아야 했다. 우선은 먹고 살아야 하니, 혹한을 이겨내기 위한 음식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김장이다.
만약, 김장이 없이 한파가 계속되는 겨울의 한 복판에 서 있다고 해보자. 큰 부잣집에서라면 장아찌라도 저장해 두었을지 몰라도 일반 서민으로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이든 부잣집이든 김장은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 품목이었다. 겨울 내내 맛있는 김장을 위해서는 저장을 위한 지혜를 짜내야 했다.
여름이라고 해서 쉽게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름철은 덥고 습해서 음식이 쉽게 상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장아찌이고 젓갈이다. 이런 절인 음식은 저장하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기에 최고였다. 그런 지혜가 모여서 고유의 우리 음식이 만들어졌다.
계절의 변화는 중요한 천연 자원
우리나라 정도의 규모에서 이처럼 다양한 가옥 구조를 볼 수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를 찾았던 어느 외국인 기후학자는 우리의 전통가옥을 보면서 경탄하다시피 하였다.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무더위인 우리의 기후 특징에 아주 알맞게 고안된 가옥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나라든 어느 지방이든 그 지역의 기후에 맞게 가옥을 설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환경에 맞게 지은 집이 친환경적이란 것은 재론의 여지도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어느 하나의 기후 특징에 적응하도록 고안된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가옥은 혹한과 혹서를 모두 극복할 수 있게 지어야 했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은 일상에서 다양한 계절을 살아가기 위하여 머리를 써야 했다. 혹자는 바로 이런 점이 우리 민족의 뛰어난 계절 감각을 키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런 계절변화가 우리 민족에게 뛰어난 계절 감각 이상을 안겨주었다고 믿고 싶다. 우리 민족은 계절마다 변화하는(그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극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바로 생존을 위한 지혜가 필요했다.
그렇게 개발된 우리의 지혜가 우리의 고급스런 인적 자원의 기초가 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천연자원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는 계절변화가 소중한 우리의 천연자원인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사용하고 나서 사라지는 자원보다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재생자원이 더욱 중요한 가치를 발휘하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더욱 가치 있는 새로운 자원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더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