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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즐기는
문화 나들이

눈 돌리는 곳곳이 미술관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신작로, 귓속말이라도 하는 듯 살랑거리는 바람, 맑고 깨끗한 하늘. 모든 근심 털어내고 당장이라도 들로 산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나날의 연속이다. 사바세계 중생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한탄스러울 뿐. 먼 길 떠나기 힘들다면,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도심과 마을 곳곳이 미술관이 되고 일상에서 문화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 산보하기 좋은 계절, 더 뜨거워지기 전에 발걸음을 거리로 옮겨보길 권한다.

글. 이슬찬(문화평론가)

거리에서 즐기는 문화 나들이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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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오리 ‘러버덕’이 가고 ‘판다’가 온다


지난해 가을, 거대한 몸집의 가짜 오리가 서울 석촌호수에 머물렀다. 계속되는 대형 사건 사고로 실의에 빠진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달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였던 러버덕은 각종 SNS를 통해 노란 오리 신드롬을 일으키며, 팍팍한 일상에 잔잔한 웃음을 전달해 주고 떠났다. 쉬우면서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었던 공공미술의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올해는 판다 무리들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신출귀몰하게 누비고 있다. <1600 판다+>라는 세계여행 프로젝트로서 세계자연기금(WWF)과 프랑스 조각가 파울로 그랑종의 협업으로 2008년 시작되어 프랑스, 네덜란드 등 8개국을 여행하고 9번째로 대한민국을 찾은 것이다. 멸종위기종인 판다를 수공예 종이작품 1600개로 제작해 자연환경 보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공미술 콘텐츠다. 한국 프로젝트에 ‘+(플러스)’가 덧붙은 이유는 판다의 개체수 증가와 그 동안 야생동물보호에 대해 고취된 대중의 의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 10년간 야생 판다의 개체수가 1800마리를 넘어선 것을 기념해 엄마-아기 판다 200개를 특별 제작해 선보이기 때문이다.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7개 도시를 돌며 플래시몹1)Flash Mob 전시도 진행된다. 판다들은 정오에서 오후 5시까지 깜짝 등장 후 사라진다. 세계적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만끽할 기회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https://www.1600pandas.kr/) 및 공식 SNS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600 판다+ 






해머링맨(위), 감천문화마을(아래)



대한민국 곳곳이 거대한 미술관


현대의 미술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미술관 벽에 걸어 전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의 공간 자체를 작품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2D 개념의 미술활동을 탈피한 작금의 미술작품들은 설치미술 혹은 공간미술에 가까운 형태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공공미술(Public Art, 公共美術)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의 ‘건축물 미술작품제도’에 의한 대형 건축물 주변의 미술작품들(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의 ‘해머링맨’, 삼성동 포스코센터의 ‘아마벨’, 종로 국제갤러리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카르마’, 종로 청계광장의 ‘스프링’ 등등)뿐 아니라 마을 골목으로 미술이 스며들고 있다. 

대형 건축물의 작품들이 유명작가에 의한, 대형화된 작품으로 일관된 설치미술이었다면, 최근의 공공미술은 소규모의 작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미술로 변화하는 추세라 하겠다. 인천 송월동의 동화마을, 부산 감천문화마을, 태백 상장동 벽화마을, 수원 지동 벽화마을, 완주 비비정 마을 등등 최근 7~8년 전부터 장소를 디자인하는 공공미술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하고 엄숙하기까지 한 미술관이 부담스럽다면 아이들 깔깔대는 웃음소리 그득한 골목 미술관으로 떠나보라.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이 친근하게 당신의 마음을 진정시켜 줄 것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그 길, 그 마을이 곧 미술관이었을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내 주변 공공미술에는 뭐가 있을까? 


최근 서울문화재단은 <공공미술작품>이라는 모바일 앱을 출시했다.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이 앱은 서울지역에 설치된 2천여 점의 공공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아트로드 데이트’라는 메뉴를 통해 예술과 함께하는 11개 지역의 데이트 코스를 추천해 주며, ‘바람난 미술’ 코너에서는 찾아가는 전시 캠페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내가 담는 공공미술’ 메뉴는 모바일 앱의 특성을 살려 내 눈 앞의 작품을 직접 등록하고 추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서울지역에 국한된 서비스라는 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자료제공으로 서비스되는 검색포탈 네이버의 <공공미술과 함께 걷기> 테마지도를 이용해 공공미술 자료를 접할 수도 있다. 이 테마지도는 도시공원예술로, 공공미술 2.0, 공공미술 사진 콘테스트 수상작, 마을미술 프로젝트 등의 내용을 위치 정보와 함께 안내한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작품을 즐기는 방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 자체로 만족하면 된다. 애석하게도 돌아오는 추석연휴까지는 공식적인 휴일이 없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속삭이는 지금 발걸음을 돌려 내 주변을 돌아보자. 휴식과 여유를 북돋아 줄 이야기가 즐비한 미술관 속에서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1) Flash Mob: 특정한 날짜, 시각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행동을 동시에 하고 뿔뿔이 흩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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