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체글 331궁시장 전수조교 김윤경공예. 각궁을 통해 과학을 끌어안다
아시아 물소 뿔, 참나무, 대나무, 어교(민어 부레풀), 소심 줄, 뽕나무, 화피. 이 자연의 재료들로 만들어지는 전통의 병기이자 예술작품인 궁. 그 정교하고 치밀한 과학과 예술의 조화를 지켜오는 젊은 예술가 궁시장 전수조교 김윤경 선생을 만나러 비 오는 성무정을 찾았다. 언덕배기 성무정에 가까워져 오자 빗살을 뚫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시작장애인 정명수 씨의 정류장꿈꾸는 재즈피아니스트
음악은 곧 생활이자 삶이라고 말하는 시각장애 재즈피아니스트 정명수 씨.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이 제일 친한 친구였고, 뜻하지 않게 주어진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재학 중인 정명수 씨를 만났다.
가을의 하늘이 몹시 높고 푸르른 날에.
각자장 전수조교 이운천‘폰트’의 시대, ‘목활자’의 부활
‘활자’가 사라진 자리를 ‘폰트(font)’가 대신하는 시대. 여전히 나무의 결에 따라 글자를 새겨 넣는 옛날 방식을 고집하며 ‘활자’를 만드는 이가 있다. 선조가 만들어 사용했던 목활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각자장 전수조교 이운천 씨. 이 길을 걸은 지 ‘고작’ 8년째라며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무’를 보면 심장이 뜨거워진다는 그는 천생 ‘각자장’이다.
이주여성 트란 티 투항 씨의 정류장아름다운 손수건 같은 사람
정채봉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라고. 8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24살의 베트남 신부는 매일 밤, 낯설음과 그리움 사이에서 손수건을 적셨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손수건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있다. 한국에서 8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는 트란 티 투항 씨.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의 여름으로 들어가 보았다.
소반장 전수조교 이종덕소반, 미술을 품은 공예
조상의 생활은 이제 예술이 되었다. 공예란 물건을 만드는 기술 즉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 기술이다. 전통공예는 조상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던 기술을 현재에 이어오면서 예술이 되었다. 우리 식문화의 중심에 있던 세간인 ‘소반’. 생활로부터 잊혀져가는 소반은 이제 예술로 다시 피어날 준비를 마쳤다.
청소미화원 정윤남 씨의 정류장당신 덕분에 오늘도 반짝
맑은 하늘을 본지 꾀나 오래전인 것처럼 며칠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높은 온도와 습도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마로 땀이 흐르고 살갗은 끈적인다. 머리는 무겁고 몸과 마음도 날씨 따라 천근만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의 활기로 가득한 사람을 만났다. 옆 사람마저 활기 찾아들게 하는 사람이었으니 올해로 6년째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에서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윤남 씨다.
갓일(입자장) 이수자 박형박손이 만드는 선비의 멋 갓.
51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갓. 그 갓을 만드는데 때로는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지할 수 있는 도구라고는 칼과 인두가 전부다. 입과 손으로 훑어낸 대나무를 붙이고 이어서 탄생한 갓에, “갓은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얹는 것”이라 말하는 젊은 예술가. 갓에 담긴 정신까지 알리고 싶다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입자장) 이수자 박형박 씨다.
개그맨 이문재의 정류장대학로에서 여의도까지 그 남자 이야기
이른 아침인데도 여름의 도심은 뜨겁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작렬하는 아스팔트의 열기, 에어컨 돌아가는 건물에서 뿜어내는 열기,
쉴 새 없이 오가는 자동차의 매캐한 열기와 분주히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며 ‘푹푹 찐다’라는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그래도 이 도심, 여의도의 열기가 좋다는 한 남자를 만났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 내릴 때면 그동안 시련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가슴이 벅차다는 이 남자는 개그맨 이문재다.
채상장 보유자 서신정비단 같은 상자 채상(綵箱)
전라남도 담양의 채상장전수회관. 은은한 대나무 냄새가 코끝을 아스라이 감돌며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햇빛과 바람이 키운 좋은 대나무만 골라 일일이 손으로 얇게 쪼갠다. 겉껍질과 속껍질을 갈라낸 대오리에 자연에서 빌려 온 오색을 물들이니 그 빛깔이 비단처럼 곱다. 그리고 고이 기른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을 담아 한 올 한 올 댓살을 엮는다. 채상장 서신정 씨가 3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일, 천 갈래 만 갈래의 댓살을 다스리는 일이다.
농부 김성래 씨의 정류장그의 삶에선 흙냄새가 난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비가 내렸다. 전북 장수군 백화산 자락에 자리한 하늘소마을. 제법 짙어진 초록을 품은 흙냄새가 마지막 봄비를 타고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흙냄새는 농부의 땀과 정성이 길러 낸 고추며 호박, 여러 농작물과 갈무리되어 은은하게 펴져 간다. 백화산 자락에서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 김성래 씨. 그의 삶에서는 진한 흙냄새가 났다.
사기장 전수조교 김경식조선 도예의 혼을 잇다
경북 문경으로 가는 길, 신록은 깊어지고 햇볕은 더없이 따가워져 여름이 우리 옆으로 성큼 왔음을 느낀다. 3시간 남짓을 달려 문경새재 자락 ‘영남요(嶺南窯)’에 닿았다. 8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동시에 조선백자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사기장 전수조교 우남 김경식 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알뜰옷수선 김혜선 씨의 정류장낡은 것이 깨닫게 해준 삶의 가치
언제부터 우리가 입는 것, 먹는 것이 풍족해졌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변화하고 있는 그 무엇을 인지하기는커녕 늘 그랬던 습관처럼, 우리는 새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마치 낡고 오래된 것은 옳지 않으며, 그것은 지난날 부족했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불편해한다. 하지만 여기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낡은 것, 혹은 새것의 옷들을 수선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다. 통인시장 알뜰옷수선집 김혜선 씨다.
침선장 이수자 박영애상념, 바느질 소리에 묻다
비단소리에 마음이 설렌다. 설렘도 잠시 민첩하고 날랜 바늘이 땀땀이 선을 그릴 때면 누구보다 평온한 얼굴이다. 혹여 마음이 흔들리면 바늘은 어김없이 손끝을 찌르고 옷감을 망쳐 버리고 말기에 집중을 놓칠 수 없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바느질 소리가 지날 때면 일상의 고단함도 상념도 모두 사라지고 만다.
DJ 운전기사 고창석 씨의 정류장BUS, 생활이자 희망인 그 무엇
여전히 입김이 부서지는 3월의 새벽. 시계바늘이 5시를 가리키자 6211번 첫차가 시동을 건다.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섰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다. 고창석 기사는 출발에 앞서 오늘도 변함없이 헤드셋을 걸고 노트북을 점검하며 희망과 음악의 경계에서 삶의 에너지를 버스에 충전하고 있었다. DJ 버스운전사 고창석의 희망버스는 오늘도 삶의 터전을 향해 출발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정류장마다 희망의 멜로디를 선사하고 있었다.
대목장 이수자 신재호나무의 결을 따라 세월의 무늬를 짓다
두세 달이면 뚝딱 집 한 채가 지어지는 빠르고 편리한 시대. 불편하고 느린 옛날 방식을 고집하며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전통 가옥을 짓는 이가 있다. 스승 신응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74호)의 뒤를 이어선조들의 혼이 담긴 건축물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신재호 씨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전통 가옥이 그의 손끝에서 조용히 되살아나고 있다.
대학 신입생 이상훈 씨의 정류장새봄 열정의 꽃을 피우는 정류장
이 봄이 더 없이 반갑고 특별하다는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신입생 이상훈 씨.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학년이 오를 때마다 입시에 따른 부담감으로 계절을 느낄 여유가없었다고 한다. 특히 고3 시절에는 사계절을 학교에서 지내며 치열하게 공부했던 기억밖에는 없다고. 그런 그가 마음의 부담감을 훌훌 털어내고 새 계절, 봄의 정류장에 당당히 도착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바람이 부는 날 이상훈 씨는 꿈의 씨앗을 뿌리고 열정과 노력이라는 물을 쉼 없이 주며 멀지 않은 미래에 달콤한열매를 맛보고 싶다고 했다. 대학 새내기의 풋풋하고 열정 가득한 정류장에 함께 가본다.
국립창극단 신입단원소리로 꿈을 그리고 소리로 소통하는 젊은 소리꾼들의 여섯 판
국립창극단 신예 젊은 소리꾼 여섯 명을 만났다. 그들에게 우리 소리를 한다는 것은 특별할 것도, 다를 것도 없었다. 그저 숨을 쉬듯 자연스럽고 매일 세끼를 챙겨 먹는 것처럼 자동으로 몸에 밴 일이었다. 아이돌을 비롯한 대중음악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때, 그들은 우리 소리를 파고들었다. 어떤 ‘사명감’이라고 거창하게 포장하지는 않아도 그들에겐 우리 것을 지켜가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남들이 비전도 없는 ‘소리를 왜 하느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줄 때도 자부심 하나로, 스스로 선택한 우리 소리에 대한 신념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창극단 신예가 되었다. 김준수, 민은경, 이광복, 이소연, 정은혜, 최호성 씨가 그 주인공이다.
온양온천역 풍물오일장삶의 온기 뜨겁게 피어나는 곳 우리는 오늘 그곳으로 간다
시장은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살아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사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가 시끌벅적하게 오가기도 하고, 오래된 장터를 지키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시장의 풍경이 되어 흐르기도 한다. 그곳은 사람 사는 맛이 나기도, 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와 좌판을 벌인 누군가에는 상처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은 사는 맛이 더 크게 와 닿는, 여전히 삶에 대한 애착과 온기가 샘솟는 곳임에 부정할 수 없다. 삶의 온기가 샘솟는 온양온천역 오일장으로 간다.
전통 국악기 제작 이수자 김성훈소리로 못 이룬 꿈 소리로 잇다
파르르 떨리며 제 길을 못 찾던 해금소리가 이내 매끄럽게 하나의 소리를 내며 공방을 가득 채웠다. 손끝과 마디마디에 돋아있는 굳은살, 날카로운 도구에 생긴 상처가 영락없는 장인의 그것과 닮았다. 튀어나온 나무를 다시 한 번 다듬으면 본래 그 자리에 있기라도 한 듯 박달나무 판은 울림판이 되고 그 모양이 동그랗고 뭉툭한 손끝에서 나오는 섬세한 소리와 묘한 어울림을 이루고 있었다.
콘삭스 이태성 씨의 정류장옥수수 양말이 꾸는 꿈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이지만 양말만은 화려하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양말이 짝짝이다. 버스가 춘천남초등학교 정류장에 태성 씨를 내려주고는 떠났다. 춘천시 온의동에 있는 사무실로 향하는 태성 씨. 길 위의 눈은 녹기와 얼기를 반복하며 빙판길을 만들었고 사무실까지 닿는 길은 평소보다 멀어졌다. 미끄러운 보도블록을 피해 발을 디디면 노랑색 짝짝이 양말이 번갈아 시선을 훔친다. 노란색, 빨간색, 노란색, 빨간색. 갈팡질팡하는 태성 씨의 걸음걸이를 꼭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