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컨설턴트’라는 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죠?
기업의 인사과에서 하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되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제가 대신 발굴해 내고, 기업에 소개해 주는 일을 하죠. 반대로 개인이 원하는 기업을 능력에 맞게 추천해 주기도 하고요.
개인과 기업 모두 원하는 것을 이루면 제가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인데요, 무조건 성사시키기 위해 억지로 맞추진 않아요. 개인과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지금 상황보다 나아지는 데 제가 협조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보죠. 개인의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인지, 기업에게 맞춤 인재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끈기력과 분석력,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길게는 몇 개월씩 걸려야 성사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개인과 기업이 이희경 컨설턴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상담업무는 그 첫 번째 계단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사회생활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시작한 편이었어요. 20대 후반까지는 공부를 했거든요.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맡은 일이 홍보업무였어요. 제 전공하고는 무관한 IT업계였죠. 그 분야를 잘 모르면서 홍보를 해야 하다보니 막막했어요. 주위에 물어봐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고요. 오랫동안 공부를 했지만 그 분야에 대해서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보통 가난한 권투 선수들은 ‘헝그리 정신’이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관련서적을 뒤적여가며 ‘맨땅에 헤딩하기’정신으로 매달렸습니다. 홍보업무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 다양한 업계의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더라고요.
그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보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늦게 시작한 제 사회생활의 기반을 촘촘하게 다졌어요. 조직 속에 있는 개인을 파악하게 되자 이 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의 전화에는 1,000명도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한 번쯤 그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봤던 사람들이다.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면 시행착오가 많았을텐데요.
덕분에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죠. 직접 몸으로 부딪친 것은 다 제 것이 되더라고요. 일이 안 풀린다고 해서 ‘난 이 일이 영 적성에 맞지 않구나’하면서 좌절하면 영영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되요.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 실패는 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 안주하고 있는 사람을 못 봤어요. 항상 무언가 도전하고 있죠. 조직 내에서도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도전적인 과제가 주어지면 신명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죠. 문제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들이요.
그냥 아는 것과 확실히 아는 것은 달라요. 그냥 아는 것은 다른 사람의 것이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제 것이에요. 과제 수행 중에 범한 실수는 다음엔 저지르지 않으면 되니까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발전하는 거구요.
이직하는 사람들은 나무보다 숲을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하기 위해 이직을 한다.
만난 사람들 중에 인상적인 사람들 이야기 좀 해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컨설턴트를 통해 이직을 원하는 경우는 연봉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연봉협상도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연봉을 깎아서라도 이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아요.
예를 들어 CEO가 되고 싶지만 그 기업에 오래 있고,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가족이 아닌 이상 CEO가 되기는 힘이 든 경우,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거죠.
옮기는 곳은 현재 몸담고 있는 곳보다 연봉이 적지만 먼 미래를 보고 이직하는 경우가 그런 것이구요, 명예를 위해서 혹은 리더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이직하는 사람도 있어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꿈이 있는 사람들이죠.
실수 때문에 조직에서 떠난 사람들도 있었나요?
능력은 있지만 치명적 실수를 해서 더 이상 그 분야에서 활약을 못 한 사람이 있었어요. 미래를 총망 받던 조직의 2인자였는데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술김에 기분이 좋은 나머지 옆에 앉은 여직원에게 실수를 했대요. 그 업계는 평판을 중요시 하는 업계여서 그 사람은 소문 때문에 그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사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도 있어요. 상사가 회사와 좋지 않게 떠나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나봐요. 필요한 서류가 있어 전에 부하직원으로 있던 사람에게 그 서류를 부탁했는데 회사차원에서는 그 부하직원이 회사의 기밀문서를 빼돌린 것이 되니까 퇴직처리를 시킨 경우도 봤어요. 순간의 실수가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죠.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도 관건이겠네요.
학교에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쓰고,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를 듣고 끝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물론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으면 더 혼나긴 하겠지만요. 사회는 조직에서 개인이 얼마나 제몫을 해내는 가가 중요한 문제이므로 실수를 처리하는 과정도 미숙하면 곤란하겠죠. 예를 들어 실수를 감추려고 한다거나 실수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면죄부’가 주어질 리 없죠. 속한 조직의 매출이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직속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책임의식을 느끼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1년을 무심히 보낸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은요?
기업을 추천해줄 때 제일 까다롭고 힘든 직급이 어떤 직급인지 아세요? 상무? 이사 같은 임원? 아니에요. 평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한 사람들이죠. 젊은 그룹이고 업무적으로도 가장 의욕적이죠. 적당한 만큼의 경험도 있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배척하려고 하지 수용하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능력에 비해 연봉도 높게 부르고요. 실무를 제일 많이 하는 직급인 만큼 대우를 보장받으려고 해요. 노력하지 않고요.
이런 분들께 1년이라도 젊었을 때 공부하라고 하고 싶어요. 자기 경쟁력을 키우라고요. 울타리 밖과 끊임없이 교류해서 안목을 높이고 통찰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죠. 너무 자기 세계에 빠져있으면 그 안에 안주하게 되거든요. 남은 2달을 조직 내에서 자기 전문성을 더 키우는 데 집중하는 기간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리어컨설턴트 이희경이 말하는 조직생활 생존법
▶ 상사를 공부하라.
▶ 하찮은 일은 없다. 하찮은 직장인이 있을 뿐이다.
▶ 잘 키운 취미가 새 직업을 물어다 준다.
▶ 안주하지 않는 샐러던트로 살아가라.
▶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른다. 우연을 기회로 삼아라.
▶ 불안하면 실수한다. 바닥까지 보지 않는다.
▶ 인내심도 경쟁력, 어려울수록 자신과 싸운다.
▶ 무능한 직속 상사에게는 정공법보다는 우회법을 쓴다.
▶ 현명한 리더는 조직을 공부시킨다.
▶ 리더는 덕담과 칭찬의 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