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보험의 지평을 넓혀온 30년
수성우체국 4층엔 ‘김봉숙 사무실’이 있다. 전무후무한 실적과 유일무이한 업적 덕분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개별공간에서 보험영업의 신세계를 열어간다. 집무실 문을 열면 그의 ‘30주년’을 축하하는 꽃바구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 길을 ‘꽃길’이라 여기며 걸어온 30년 세월. 그 시간을 향한 동료들의 존경과 동경이 한 송이 한 송이의 장미꽃에 오롯이 담겨있다.
“돌아보면 행복한 기억만 가득해요. 보험영업은 무형의 상품을 파는 거잖아요. 아무리 정직하게 고객을 대해도, 거절이나 오해를 당하는 일이 흔한 직업이죠. 그래서 오히려 고객들이 진심을 알아줄 때의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FC의 세계엔 ‘승진’이란 게 없지만, 그 덕분에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고요. 장밋빛으로 물든 30년이었어요.”
전업주부였던 그가 ‘체신보험관리사원’ 모집 공고를 접한 건 1992년 11월의 일이다. 모처럼 가슴이 뛰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1993년부터보험 모집을 시작한 그는 그해 신인상을 받기 시작해 이듬해부터 은상과 금상 등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입사7년 만인 1999년에 첫 연도대상을 받았고, 2000년 4월호에 ‘99 보험모집왕’으로 소개됐다. 이후에도 그는 아홉 번의 연도대상을 더 받으며, 우체국보험을 넘어 보험업계 전체의 ‘별’이 되었다. 수성우체국 구본근 FC실장은 ‘후배들이 김봉숙 FC를 롤모델로 삼기 시작하면서 우체국보험의 지평이 넓어졌다’라고 귀띔한다. 뛰어난 운동선수 한 사람이 그 종목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걸 우리는 종종 본다. 김봉숙 FC가 그런 경우다.
“좋은 상품은 혼자 파는 것이 아니라고 후배 FC들에게 늘 강조해요. 전국의 모든 우체국에서 좋은 상품을 많이 판매해야 우체국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고, 그래야 FC 개개인도 성장하죠. 경쟁자이기 전에 ‘동지’라는 마음이 꼭 필요해요.”
이곳 FC실에 흐르는 ‘따뜻한 경쟁’의 배경이다. 수성우체국 FC 가운데 60% 이상이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들이다. FC들의 이직률이 높다는 편견을 말끔히 없애준 것이다. 그 중심에 김봉숙 FC가 있다. 수성우체국 FC실을 오래 이끌어오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소소한 기쁨들을 나누며 ‘더불어 같이’ 성장해왔다.
무엇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중요해요. 우리가 파는 건 상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끝없이 연구하고 한없이 분석하며
“해가 바뀌면 FC 동료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행운의 지폐’라 불리는 2달러를 한 장씩 선물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도 함께요. 건네는 제가 더 행복해져요.”
처음 보험 모집을 시작할 때부터 그는 친인척을 상품 판매 대상에서 배제했다. 대신 발로 뛰며 고객을 찾아 나섰다. 어떤 업체가 호황이고 불황인지 파악해 기업체들을 방문하고, 말단부터 임원까지 차별 없이 따뜻하게 고객들을 응대했다. 새 상품이 나오면 그 상품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분석해 어떤 것을 소구점으로 삼아야 하는지 공부했다. 금융업계에 오래 종사해온 남편이 금융에 대한 이해를 도와줘, 상품연구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줬다.
“상품도 사람과 같아서 자신에게 잘 맞는 상품이 따로 있어요. 저와 잘 맞는 상품을 찾고 그것에 집중한 것이 실적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중요해요. 우리가 파는 건 상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고객을 향한 애정만큼 그는 ‘자신’을 향한 존중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스스로 건강해야 한결같은 열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몸에 좋은 음식을 먹거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사는 데 인색하지 않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 친절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아는 까닭이다.
“올해 11번째 연도대상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한계를 뛰어넘는 제 모습이 우체국 직원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이 돼줬으면 해요.”
수성우체국 FC실에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후배들이 있다. 혹여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캄캄한 밤바다에 있는 것처럼 힘들어할 때, 그는 기꺼이 ‘등대’가 되어 그들의 앞을 밝혀주고 싶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지만,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삶에 대한 지혜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자신의 실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해가 진 뒤 더 찬란해지는 저녁노을처럼, 그는 오늘도 어제보다 눈부신 하루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