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우정봉사상 선샘상 수상자
정영국 집배원은 1993년에 입사해 1995년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해남사랑 청년회에 들어가 북녘동포 돕기 모금 운동을 하면서 봉사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첫 봉사에 대한 기억이 좋아 그 뒤로도 꾸준하게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봉사가 습관처럼 몸에 배였다. 봉사를 열심히 하는 집배원이라는 소문이 나서 2017년에는 21년 간 우편집배원으로 근무하다 돌아가신 고 최범영 씨의 봉사정신을 기려 만든 최범영봉사상 1회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4년 넘게 봉사를 실천하면서 정영국 집배원은 “봉사가 남을 돕는 일 같지만 실은 자신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봉사로 인한 변화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딸 이야기를 넌지시 건넸다.
“딸이 초등학생일 때, 제가 배달을 하던 중에 학교에 점퍼를 가져다주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딸이 정복 입은 저를 슬쩍 피하는 눈빛을 했어요. 그때 아빠가 집배원인 게 싫은가하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이제는 완전 달라졌죠. 지금 고등학생인데, 아빠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합니다.”
정영국 집배원은 자신이 웃는 인상이 된 것도 봉사를 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도우면서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생긴 인상이라고 말한다.
“봉사를 하게 되면 조급함이 없어지고 마음이 넉넉해졌어요. 나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면서 가는 거니까요. 일을 하면서도 쫓기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는데 봉사를 하면서 그런 마음이 모두 사라졌어요.”
봉사를 하면서 배려와 겸손을 익힌 것은 일을 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동료와 일을 하거나 고객을 만날 때도 넉넉한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이런 자세로 일을 한 덕분에 모범공무원 장관 표창, 우수집배원 선정 등의 상을 받았고 지금은 해남우체국 우정종사원을 대표하는 우정노조지부장으로 동료들을 위해 봉사하며 함께 즐거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집배원이라서 행복하다는 자부심
늘 이웃을 살피는 정영국 집배원의 태도는 해남우체국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도를 높였다.
“2년 전 겨울 아침에 배달을 나가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사고로 밭고랑에 전복되어 있었어요. 아침인데도 어스름한 시간이라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오토바이에 깔려서 못일어나고 계셨어요. 깜짝 놀라 119를 부르고 할아버지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드렸죠. 날씨가 추워서 조금만 늦게 발견해도 큰 일이 날 뻔 했어요. 나중에 자녀분들이 우체국을 방문해서 보답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죠. 제가 아니어도 저희 집배원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당연히 도와드렸을 상황이니까요.”
또 가스가 누출될 뻔한 화재 상황을 막은 적도 있다. 바쁜 배달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발견하고 도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지역주민을 살피는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정영국 집배원은 해남우체국은 지역 특성상 이런 상황을 접할 경우가 많고, 집배원 동료들 모두 늘 그런 자세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는 말로 동료애와 집배원으로서 자긍심을 표현했다.
지금은 집배원이 천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영국 집배원은 20대 이른 나이에 집배원을 시작하면서 초반에는 직업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다 아는 사람이 부르면 모르는 척 가버리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집배원이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집배원으로서 자긍심이 강하다.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져 즐겁게 살고, 동료들과 웃으면서 일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해남우체국에서 아내를 만났고, 두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일굴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함께’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으로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