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유 있는 변화
소백산 자락에 있는 경북 예천은 아침저녁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예로부터 과수 농업에 탁월한 입지를 자랑한다. 부모님께서 일찍부터 예천 감천면에서 과수 농업을 해왔던 우윤하 대표는 1995년 대학을 다니다 고향에 내려와 아버님의 사업을 이어받았다. “사과 소비 성향이 변하면서, 아버님께서 농가 운영을 힘들어하셨어요. 스물두 살 때쯤 저와 큰형님 모두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가 하시던 과수원을 같이 키워보기로 했죠. 이때 ‘빨간꿀딴지사과농장’을 새롭게 열고, 홈페이지도 개설했습니다.”
빨간꿀딴지사과농장은 경북에서 3번째, 예천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농장이다. 과수 농가와 지역 주민을 잘 아는 우체국 직원들의 소개와 예천감천우체국장의 제안으로 우체국쇼핑을 통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예천에서 규모는 가장 크지만, 시장의 변화로 오프라인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우윤하 대표는 적극적으로 우체국쇼핑에 뛰어들었다.
“사과는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맛도 봐야 하는데 시장이 한정되어 있어 자체적으로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맛보며 사던 과일을 온라인에서 설명과 사진으로만 대체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점이 쉽진 않았습니다. 또 택배 과정에서 과일 외형이 다치는 경우가 잦아 포장에 대한 고민도 컸었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온라인 판매의 노하우를 하나둘씩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소비 패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꿀딴지사과농장은 법인으로 기업의 규모를 키웠고, 우체국쇼핑에서 2018년 1만 810개(5억 1천 7백만 원), 2019년에는 1만 6,362개(7억 3천 9백만 원) 판매라는 쾌거를 이뤘다.
완벽한 포장으로 과일의 품질 그대로 지켜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한 초반, 과일 파손이 정말 심했습니다. 사과는 압상이 좀 덜하지만, 배는 100% 물로 이뤄져 있어 배달원이 상자를 살짝만 내려놔도 상자 속 과일을 고정하기 위해 넣어둔 난좌가 움직이면서 배가 물러지고, 터져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초창기 파손된 케이스만 100여 건씩 발생했고, 썩어 있거나 물러진 과일을 받은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도 잦았다. 우 대표는 어렵게 재배한 과일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실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장법을 시도했다.
먼저 과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스 하단에는 과일을 고정해두는 난좌를 사용했다. 특히 사과·배 혼합과일세트는 공기 에어팩을 상단에 덮어 과일의 파손을 방지하고 이동 중 상자가 흔들려도 박스 안의 과일은 움직임 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사과 포장 박스는 추석용과 겨울용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추석 때도 날씨가 따뜻해 이 시기엔 박스에 사과를 3~4일만 두어도 사과가 변색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박스 양쪽에 구멍을 뚫어 공기 순환을 도와줬죠. 반대로 겨울엔 구멍을 막아 과일이 상하는 것을 막습니다.”
이 밖에도 사과의 크기에 따라 박스의 크기도 여러 개로 제작해 현재 빨간꿀딴지사과농장에는 포장 박스의 종류만 16개에 이른다. 이런 세심한 노력으로 이뤄낸 깔끔하고 안정감 있는 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여갔다. 여기에 명절과 연말 성수기엔 더욱더 고객 관리에 힘쓴 덕분에 한 번 빨간꿀딴지사과농장의 과일을 경험한 사람들의 재주문이이어졌다.
농사 어려움 이겨내고 맛으로 승부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바로 농업인이다. 계절과 날씨에 맞춰 작물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보통 사람들이 TV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후 변화의 문제를 온몸으로 직접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겨울 서리를 5~6번 맞아야 당도가 올라갑니다. 서리를 맞아 꿀이 박힌 사과와 그렇지 않은 사과의 당도는 차이가 무척 크죠. 그런데 지금은 기온이 많이 올라 겨울 서리를 한 번 맞기도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사과는 11월 초에 무조건 수확해야 하는데 서리를 맞지 않았다고 해서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요.”
여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작년 무더위로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갔을 때 추석용 홍로가 가지에서 다 떨어져버려 전국 농가가 모두 큰 피해를 보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윤하 대표는 과일의 당도를 높여 맛있고 좋은 과일을 재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사과 밑에 반사 필름을 대줍니다. 또 사과의 색을 잘 내려면 열매 하나하나를 일일이 조금씩 돌려줘야 하는데 다른 농가에서 한 번씩 돌려주는 걸 저희는 세번씩 돌려주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우윤하 대표는 사과의 좋은 품종을 선발·육종하기 위해 ‘국가 종자관리사’ 자격증을 취득, 묘목을 직접 생산해서 사과를 키우고 있다.
“보통 사과는 겨울에 따서 봄쯤 대목에 접을 붙여 생산합니다. 사과는 씨로는 품종이 나오지 않고 접으로만 가능한데, 접을 하면 어미의 성질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사과 중에 종종 색이 더 빨갛다거나 당도가 매우 높은 돌연변이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종자를 접붙여 새로운 묘목을 직접 만드는 거죠.”
빨간꿀딴지사과농장은 이렇게 묘목부터 재배, 배송까지 완벽한 자가 생산으로 소비자들에게 정성이 가득한 사과를 보내주는 것이다. 공판장에서 파는 사과라면 품질과 포장에이렇게까지 공들일 필요는 없지만, 우체국쇼핑을 통해 만나는 소비자는 완벽한 직거래 고객이기 때문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 우윤하 대표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최고의 품종을 개발하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그것이 온전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포장까지 완벽함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예천은 땅이 좋아 다양한 농작물이 골고루 잘 자라다 보니 정작 사과는 특산물로 브랜딩되지 않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아쉽죠. 하지만 예천만큼 사과 재배하기 좋은환경이 또 없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고객에게 품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고 ‘예천사과’의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쓸 겁니다.”
앞으로 신품종 개발에 맞춰 농장 규모를 확장하고 사과 가격은 내리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말하는 우윤하 대표.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춰, 소비자에겐 그야말로 ‘완벽한 사과’를 공급하기 위해 오늘도 그는 꿀 같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