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에서 시작된 새로운 일상
1994년생인 한창훈 주무관은 집배원 업무를 시작한 지 3년이 됐다. 주 업무는 편지와 등기,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우체국 방문이 어려운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방문 택배 접수까지 맡는다.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매일 같은 시간에 옷을 갈아입고 물밀 듯 흘러오는 택배들을 구역에 맞게 정리한다. 휘몰아치던 택배 파도들이 잔잔해지면 편지와 등기를 정리한 후 첫 배달을 나간다. 하루에 배송하는 물량만 해도 편지는 700~1000통, 등기와 택배는 150~200개 정도다.
“제 구역은 서울시 광진구 군자동입니다. 오전 9시에 첫 배달을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돌면 오후 3시가 돼요.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와 배달했던 것과 반송할 것, 편지와 등기들을 정리합니다. 내일 할 일을 준비한 후 5시가 되면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어요.” 한 주무관은 대학 시절 실내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했지만 잦은 야근과 쌓이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사직서를 냈다. 그리곤 미래를 고민하다 선택한 직업은 집배원이 었다.
“집배원인 큰 삼촌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셔서 관심을 두게 됐죠. 제가 또 손편지를 참 좋아해요. 소박한 감동이 있잖아요. 한 사람이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쓴 편지를 전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받는 사람의 기쁜 표정도 볼 수 있고요. 다만 법원등기를 드릴 땐 또 달라요. (웃음) 집배원은 사람의 희로애락을 볼 수 있는 직업이에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한창훈 주무관의 영상과 촬영 모습
나를 드러내는 또 다른 수단 ‘유튜브’
한 주무관은 비디오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 ‘창훈이는 창훈해’를 운영하고 있다. ‘우체국 20대 집배원의 하루’, ‘집배원 한파 대비 LOOK BOOK’ 등 집배원 업무를 소개하는 영상은 물론 일상 ‘VLOG(영상 일기)’도 올린다. 퇴근 후 틈틈이 영상 편집까지 고단할 법도 한데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평소에 타인의 일상 브이로그를 많이 봐요. 다른 사람의 하루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는 누군가에게 내 일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기록을 남기려고 시작했어요. 누구나 누릴 법한 ‘보통의 행복’을 영상에 담으려고 해요.”
한 주무관의 영상은 가감 없는 솔직함이 특징이다. 쏟아지는 택배 물량에 헉 소리를 내고, 어지럽게 정리된 종이상자 틈 사이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오전, 오후 배달을 전반전, 후반전이라 칭하며열의 넘치는 표정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 일상을 통해 집배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집배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많이 와요. 지방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제게 근무 노하우를 물어보기도 하죠. 제가 아는 정보들을 공유해줄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솔직함이 때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촬영 전후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보안 문제 때문에 늘 조심하려고 해요. 주변 반응도 ‘내 얼굴은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이 가장 많고요.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하지만 제 진심은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독자분들이 제 채널을 통해 집배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말 “감사합니다”
늘 같은 시간, 반복되는 업무에도 행복한 순간이 존재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는 이때, 한 주무관은 소박한 감사 인사가 평범한 일상을 달라지게 한다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가장 가슴 설레는 말이에요. 예전에 몸이 불편한 고객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가 택배를 전해드렸는데 감사의 의미로 초코파이를 주셨어요. 기분이 굉장히 묘하더라고요. 그분의 따스한 인사를 잊지 못해요.”
업무 3년 차, 실수는 때론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하는 한 주무관은 마음속에 한 가지 신념을 품고 있다. 바로 ‘규칙 지키기’다.
“도로 위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위반하며 위험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많이 봐요. 저는 배송을 하면서 오배달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하려고 노력해요. 또 하나는 ‘웃으면서 일하자’입니다. 제 감정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매일 되뇝니다. 그러면 자연히 칭찬민원도 받지 않을까요?”
한 주무관에게 올해 목표를 묻자 “유튜브 구독자 수 10만 명 달성”이라는 당찬 포부가 되돌아온다. 그러고는 막상 쑥스럽다는 듯 웃었지만, 표정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타인의 기록을 배달해주는 사람이자 자신의 기록을 전하는 집배원 한창훈. 그의 진심이 바람처럼 모든 곳에 닿길 바란다.
한창훈 주무관 추천 맛집
서북면옥
서울 광진구 자양로 199-1
물냉면, 온면, 만둣국
02-457-8319
“제 유튜브에 소개한 평양냉면 맛집이에요.”
영미오리탕
서울 광진구 동일로60길 53
오리탕, 오리주물럭
02-463-5222
“걸쭉한 국물이 아주 끝내줍니다.”
평창 닭다리살 불고기
서울 광진구 뚝섬로 631
고추장 삼겹살, 돼지고추장찌개
02-444-8749
“칼칼한 돼지고추장찌개 맛이 기가 막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