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집배원이 되다
그녀가 집배원이 된 건 언 25년 전이다. 김연순 집배원이 새댁이었던 시절, 우연히 골목에서 여자 집배원을 만났다. 한 손 가득 편지를 쥐고 배달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마침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던 김연순 집배원은 우체국 집배원 모집 광고를 보았고, 육아를 하면서 틈틈이 공채 시험을 준비했다. 서점에서 중학교 교과서를 구입해서 역사 공부를 했고, 우체국 상식을 알기 위해 전화번호부 뒤에 나와 있는 우체국 상품을 살펴보았다. 성실하게 준비한 그녀는 한 번에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일을 시작하니 막상 처음 여자 집배원을 보았을 때의 아름다움과 달리 실상은 너무 바빴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와 같은 물량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자 집배원들 사이에서 그녀의 체구는 더 작아 보였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날라야 했고, 배달을 하기 위해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동료들의 배려로 아파트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중심을 잡는 방법을 익혔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지쳐 잠이 들기 일쑤였다. 어린 아들은 엄마와 조금 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막 퇴근해서 지쳐 새우잠이 든 엄마를 깨웠다. 김연순 집배원은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바쁘게 살다 보니 아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만 하다. 더 잘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게 엄마 마음 아니던가. 엄마는 가족을 위해 힘들어도 버텼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좋든 나쁘든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로질러 우편물을배달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남편이 아내에게
집안일, 바깥일 모두 잘 이끌어줘서 고마워요. 항상 사랑하는 마음 간직하고 있어요.
사랑해요.
세상에 하나뿐인 아들이 엄마에게
많이 애쓰셨어요. 주변에 남자만 있는 환경에서 작은 체구로 버티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엄마.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집배원이 된 후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추억이 많다. 우편물을 배달하러 갔다가 송아지만큼 큰 개에게 물렸던 일, 무거운 짐을 날라야 할 때면 자기 일처럼 먼저 와서 짐을 날라줬던 동료 집배원들, 남자 집배원들 사이에서 힘은 부족할지언정 정보력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공부했던 시간들, 법원고지서를 전달할 때 보았던 안타까웠던 사연들…. 사연 하나하나가 김연순 집배원의 시간을 관통했다.
그녀는 계속 집배원 일을 할 수 있어 좋기만 하다. 남편과 아들이 자신을 많이 이해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그녀, 가족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쉰 살이 넘었지만 25년 전 새댁이었을 때의 모습과 같이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김연순 집배원은, 편지나 택배를 받는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을 볼 때면 자신도 같이 행복하다고 한다. 엄마 같은 친근한 마음씨와 온화한 표정을 보며, 고객들은 그녀를 친절한 집배원이라고 기억했다.
오늘도 그녀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가로질러 우편물을 배달한다. 환한 미소와 함께 편지를 전달할 그녀를 떠올리면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 누구보다 강하며 꽃보다 아름답다. 엄마, 김연순 집배원. 사랑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