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우체국 그리고 안동역
우체국, 지역 농민의 희망이 되다
하회마을우체국의 옛 이름은 풍천우체국이다. 1962년 7월 31일 개국한 이래 2011년 3월 명칭을 바꿨다. 풍천면에 자리한 우체국이라 지역주민들은 당연하게 여긴 이름이었지만, 당시 농산물 판매에 열을 올리던 정병윤 국장은 풍천면에서 수확한 작물들을 타지에 소개할 때 지명 때문에 생긴 오해를 해명하는 일이 많았다.
“풍천우체국에서 왔다고 하니 풍천장어부터 이야기하더군요. 이곳은 장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인데 말이죠. 풍천면의 지역 특산품은 마와 참외, 곶감, 쌀, 복숭아 등이 있습니다. 2010년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주민들을 설득해 개칭을 추진했습니다. 또 이벤트성으로 수요일마다 두루마기 차림으로 갓을 쓴 집배원이 우편물 배달업무를 진행해 국내·외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도 했죠.”
개칭 덕분에 우체국 홍보도 되고 불필요하게 해명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게 되었다는 정병윤 국장. 사실 그가 특산물 판로개척에 힘썼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역의 우체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택배를 활성화해 우체국이 물류와 유통의 중심이 되자는 결론을 내렸다. 택배 이용이 증가하면 세입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주민과의 유대도 깊어져 예금·보험 유치 등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했다.
“우체국이 살아남기 위한 절실한 노력이었죠. 우체국이 공공기관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택배시장을 개척하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풍천면 농민들은 고령층에 소작농이라 판로가 마땅치 않았어요.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농산물을 발굴하고 판매도 대행했습니다.”
정병윤 국장은 농민들을 찾아가 소포장을 제안하고 총괄국과 협의한 후 우체국 인적망을 통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기념일에 상품 판매를 유도했다. 쌀도 도정 즉시 소포장해 도시로 보내는 등 택배를 활성화했다. 입소문을 타고 찾는 고객도 늘어 우체국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운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 국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7년 ‘자랑스런 우정인재상’을 수상했다. 현재 하회마을우체국은 개별 택배보다는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계약 택배에 주력하고 있다.
“그저 열심히…” 최선 다하는 우체국 사람들
1983년에 근무를 시작한 정병윤 국장 외 세 명의 직원들 모두 우체국에서 20~30년 근무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빈틈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강외숙 사무장은 예금·보험 업무를 맡고 있다. 매사 꼼꼼한 허광열 사무장은 우편 업무를, 지역주민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삼진 사무장은 택배 업무를 보고 있다. 각자 맡은 직무를 설명하던 정 국장은 직원들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별난 사람이에요. 최고가 되기보단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합니다. 직원들에게 ‘열심히 해보자’고 이야기하면 그 이상의 실적을 달성해내는 고마운 분들이에요. 고객들도 하회마을우체국을 떠올렸을 때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더욱 발전하는 우체국을 만들겠습니다.” 하회마을우체국은 지역에서 우체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 정 국장은 개인적인 목표로 지역의 싱싱한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저녁에 수확한 농산물을 소비자가 새벽에 받아볼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것이 그의 오랜 바람이라는 것. 이렇듯 지역과 우체국의 상생을 꿈꾸는 하회마을우체국 사람들. 이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정직한 결실을 맺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미니인터뷰
정병윤 국장
우체국이란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우리가 뭘 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하면 지역주민들이 우체국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과 주민들을 챙기고 우체국도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겠습니다.
강외숙 사무장
내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어요. 남은 시간 하회마을우체국을 찾아주시는 고객님들에게 친절히 대하고 싶습니다. 업무를 하다 칭찬을 들을 땐 가슴이 뭉클해요. 30년 근무한 우체국이 이제 저에겐 집과도 같네요.
허광열 사무장
무엇보다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에 충실하겠습니다. 경북도청이 인근으로 이전한 덕에 젊은 세대들의 방문이 늘고 있어요. 이들에게 신속한 서비스를, 고령층에게는 친밀하고 섬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삼진 사무장
지역 구석구석 돌아다녔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우체국!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우체국을 많이 이용해주세요.
‘안동역’ KTX-이음 통해경북지역 교통 중심지로
글. 한국철도 홍보문화실
정병윤 하회마을우체국 국장(사진 왼쪽)과 임병래 안동역 역장이 만나 소통하고 있는 모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안동역은 9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2020년 12월 17일 ‘안동역에서’ 노래 속 가사처럼 기적소리가 끊겼다. 지금은 문화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안동역은 안동의 관문과 같은 역할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왔다. 안동역은 시민들에게 기차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구)안동역은 ‘모디684’ 문화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모디684’는 도시의 활력과 소통의 공간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지난 90여 년 역사의 안동역을 추억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0년 12월 18일 새롭게 개통된 안동역 안에는 커라단 역명판이 있다. (구)안동역에 있던 현판을 옮겨온 것인데 퇴계이황의 매화시첩에서 집자한 것이다. 또한, 1층의 외벽은 안동의 대표 전통건축인 임청각과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공간구성에 적용시켜 안동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흥미로운 것은 이곳에서도 안동역을 대표하는 가요인 ‘안동역에서’가 여전히 들린다는 사실이다. 임병래 역장님은 이러한 안동역의 문화적 요소를 자부심을 가지고 소개한다. “어쩌면 안동역만큼이나 유명한 노래 ‘안동역에서’는 이곳에서 1시간 간격으로 나옵니다. 이 외에도 (구)안동역에서 그대로 가져온 현판과 전통창호 이미지의 커튼 월 등이 역사문화도시인 안동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건축에 반영되었습니다.”
이음이 개통되면서 청량리-안동구간은 약 두 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단양-안동구간이 복선화되면 1시간 30분까지 단축될 예정이다. 이제 수도권에서도 안동은 여행하기 멀지 않은 도시가 된 것이다. 덕분에 실제로도 일일 관광객은 작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안동역은 버스터미널과 함께 있어 열차를 이용한 후 시내버스나 고속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안동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안동역은 즐겁고도 바쁜 하루를 보낸다.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은 도산서원, 국학진흥원, 하회마을 등 옛 정서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접근성이 높아진 안동역을 통하여 많은 사람이 안동의 매력을 더욱 편리하게 느끼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