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주우체국은 문을 연 지 9개월 남짓한 신설국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업무를 개시 했으며, 그로부터 석달 뒤인 6월 30일에야 청사는 완공되었다.

광주직할시의 동구를 관할하는 광주우체국, 북구를 관할하는 북광주우체국, 광산구를 관할하는 송정우체국에 이어 서광주우체국은 서구 일원을 담당하게 되었다. 관내 12만여 세대의 49만여 주민들에게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이 지역은 대부분 새로 개발된 주택단지로 앞으로 광주의 제2도심권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며, 주민 수도 급중하고 있다. 따라서 서광우체국의 관할 면적은 광주시의 9%에 지나지 않는데 비해, 관할 인구는 광주시의 41%에 이르고 있다.
체신가족들은 신설국이 겪는 여러가지 어려운 형편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삿짐이 수시로 들고 나는 바깥 동네의 어수선함도 그렇거니와, 페인트 냄새가 직도 코끝에 간지러운 손에 익지 않은 청사, 마음을 부비고 지내기에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체국 새 식구들.... 그래서 신설설국에 대하여는 성급히 어떤 실적을 기대하기보다, 한 2년 정도 열렬한 응원을 보내며 뿌리내림의 안쓰러운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통념을 서광주우체국이 허물었다. 개국초의 안정기를 최대한 단축하여 어느 새 탄탄한 기반을 닦고, 벌써부터 본격적인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 체신청 薛鎭泰 전파국장이 서광주우체국장으로 발령된 것은 1992년 10월이었다. 설국장은 1963년에 순천우체국에서 체신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 행정사무관으로 승진해서는 광주전파감시국 관리과장과 전남청의 서무과장 및 감사관을 역임했다. 그 후 서기관이 되어 군산우체국장과 목포우체국장을 거쳐 다시 체신청에 들어와 근무 하던 참이었는데, 서광주우체국을 신설하게 되자 자원하여 그 일을 맡고 나섰다. 이때 주위로부터는 '가만히 있으면 차차 체신청의 요직에 중용될 텐데,왜 사서 고생길을 택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당시 자신의 결단에 대하여 설국장은 뒤늦게 이런 속마옴을 털어 놓았다.
'무엇보다 현업에 대한 강렬한 향수 때문에 그랬습니다. 현업 관서장은 일하면 일하는 만큼의 보람을 반드시 누릴 수 있으니까요. 또 신설국의 운영이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거와 마찬가지죠. 기왕이면 그럴 듯한 그림이 될 수 있도록, 새 우체국을 맡아 능력이 닿는 데까지 혼신의 정열을 쏟아 붓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설진태 국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을 주눅들게 하는 현실의 두터운 벽을 실감하고 만다. 힘겨운 개국 준비를 끝내고 마침내 개국식을 갖게 되었다. 식장 단상에 '오늘부터 우리는 한 마음 한 가족' 이라는 플래카드를 큼지막하게 걸고, 새로 맞이하는 직원 모두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건네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런데 개국 행사를 마친 뒤 간부회의석상에서 설국장이 처음으로 한 말은 뜻밖에도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었다. 여러 관서에서 모여든 직원들의 첫인상을 살펴보니, 한결같이 내키지 않는 곳에 이끌려 왔다는 둣 너무나 침울했기 때문이다. 설국장은 자신의 포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크게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이제 항해는 시작되었다. 설국장은 마음의 고삐를 다잡고 '서광주호'의 나아갈 바를 앞장서서 밝히며 힘찬 고동을 울리게 했다.
먼저 서광주우체국의 기본지표를 '창조 • 발전 • 최고'로 정하고, 전직원에게는 신뢰와 사랑으로 가정 같은 직장 만들기, 본분에 충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업력 신장하기, 답습 • 모방 • 구습 탈피하기를 복무지침으로 내세웠다. 또한 간부들에게는 눈치보기 • 맹종 • 회피 • 아집을 버리고 부하 보다 많이 일하기를 강조하는 한편 실력 배양과 인격 도야를 당부했다. 그리고 국장 스스로는 순리와 합리성을 추구하며 투명한 인사 운영을 함으로써 서광주우체국을 인간이 제대로 대접을 받는 직장으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개국 준비에도 밤잠을 설쳤지만, 막상 문을 열고 나니 국장으로서의 할 일은 더욱 많더군요 무엇보다 다계충 조직에 속하는 다양한 인적 구 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일이 시급했는데, 그 첩경은 직원 서로간에 신뢰감을 쌓는 것이었죠. 따라서 과장 • 계장의 하급직에 대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게 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사항이나 농담 속의 약속일지라도 철저하게 실천되도록 살폈구요. 물론 국장도 책임상 • 권한상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일단 직원들과 한 약속은 어김없이 이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사 문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요. 예측 가능한 인사를 표명하면서 평정 방침이나 후보 순위를 모두 공개했죠. 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데 있어 적재적소의 인사만큼 중요한 건 없기 때문입니다.”

설진태 서광주우체국장
새 단장, 새로운 시도
설진태 국장의 '약속 지키기’와 '공정한 인사’ 로 집약되는 우체국 운영방침은 그대로 주효했다. 상급자는 하급자의 눈 높이에서 매사를 요량했고, 하급자는 그같은 상급자에게 따스한 눈길올 보내게 되었다. 출퇴근하는 모든 직원들의 표정에서도 차츰 한랭성의 저기압이 물러가고, 온난성의 생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서광주우체국의 남직원 및 여직원 휴게실에는 옷장 • 화장대 • 침대 • 소파 • 냉장고 • 오디오세트 • 다리미판 • 헤어드라이어 등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이에 더하여 커피와 치약 • 로션 • 크림 • 샴푸 등의 기초 화장품마저 우체국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물품의 소비가 차츰 줄어들더니, 어느 때부터인가는 매일 고른 사용량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새 우체국 기분을 내느라 며칠 주나보다 했었나봐요. 그런데 이 날이 되도록 떨어지지 않게 지속적으로 보충되는 겁니다. 그러니 막말로 화장품을 사재기할 필요도 억지로 커피 대여섯잔을 마실 필요도 없어진 거죠. 84명이 사용하는 집배계 휴게실의 경우, 지금은 하루에 로션 1개와 커피 80잔분이 채 못나갑니다. 복리후생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작정 직장에 충실하라 할 게 아니라, 일할 분 위기를 만들어 줘야죠. 그래서 우리는 구충약을 주는 등의 구태의연한 복지 중진은 않겠습니다.”
송중헌 관리과장의 말이었는데, 이 대목은 직원들이 우체국에 정을 붙여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
직원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상사와 부하 사이에 믿음이 싹트자 업무 추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예로는 지난 10월 17일에 열린 청장배 테니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실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이 날 장외에서는 여직원회가 마련한 푸짐한 음식물로 다른 출전팀까지를 포식시킴으로써 이 대회를 아예 ‘서광주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이때 대회 참가자들은 신설국 답지 않은 서광주우체국의 놀라운 응집력에 혀를 내들렀다.
서광주우체국은 다른 우체국들과 많은 점에서 다르다. 같은 규격 • 색상의 우체국 간판을 내걸었으되, 여기 것은 내부에 특수 발광시설을 하여 바깥이 어두워짐에 따라 그 밝기가 세어지고, 심야에는 타이머에 의해 정해진 시간대별로 점등과 소등이 이루어진다. 창구 안내 표지판을 천정에 설치하여 번잡할 때도 쉽게 눈에 띄도록 했으며 8번 후납 • 주문판매, 9번 취미우표, 10번 금융 상담, 14번 환매채 • 알뜰예금,15번 근로자장기 저축,20번 자동차세 하는 식으로 한껏 기능을 살리게끔 창구를 세분했다. 또한 창구 직원들은 여느 우체국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었으되, 손님을 반드시 일어서서 맞는 것이 다르고, 요즈음은 출입문 안쪽에 별도로 자리를 마련해 우편연하장을 판매하기도 한다.
“개국 준비를 하면서 우수 우체국의 좋은 시설과 제도를 살펴보기도 했지만, 그대로 모방하지는 않았습니다. 국장님은 체신사업의 고질이 선례답습이라며, 개척과 창조를 특별히 강조하셨죠. 따라서 우리는 기존 최고의 것에 알파를 플러스 한다는 신조로 우체국을 공 들여 가꾸고, 관내 직원들을 교육시켰으며, 운영 내규도 꼼꼼히 다듬었습니다.”
이는 문양래 회계계장의 설명이었는데, 그는 개국 준비작업 중 창구와 휴게실을 담당하면서 인테리어 분야의 국내외 서적을 상당량 섭렵함으로써 이제는 전문가가 되다시피 했다.
서광주우체국의 공중실에는 흔한 대형 어항 대신 인공폭포를 설치했다. 그 주위에는 대리석 의자를 마련해 직원끼리, 손님끼리, 아니면 직원과 손님이 담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공서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또한 필연대에는 돋보기는 물론 전자계산기마저 놓였으며, 손님들의 비밀사항을 보호하기 위해 현금자동지급기에 칸막이시설도 했다. 이에 더하여 하이텔 단말기, 편지용품 무인판매대, 습득물 보관함, 자외선 살균식 정수기, 동전교환기 등이 비치되어 있으며, 민원실에서는 구급약까지 준비하고 있는 등 우체국 이용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생활정보안내 단말기 및 편지쓰는 곳

우편물연결종합상황판
공부하는 우체국. 앞서가는 우체국
창의성이 중시된 외부 시설에 못지않게 서광주 우체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도 내실을 기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2개월여에 걸친 연구 끝에 항용 암황색이던 우편물구분대의 색상을 연청록색으로 개선하여 우편요원들의 시각적 피로를 덜게 했다. 또한 우편물의 대형화 추세에 맞추어 구분대의 선반과 상판을 각각 5cm씩 늘렸으며,구분작업시 우편물이 훌러내리지 않도록 선반 좌우에 턱을 설치했다. 그리고 우편물 운반바구니에는 손잡이용 끈과 바퀴를 부착하기도 했다.
복도를 지나다가 무심코 게시판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알려드립니다’ 라고 해서 우체국 강당을 무료 예식장으로 운영하겠다는 것과 연말 소득 정산시 세금 공제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라고 해서 3 • 4분기 개인별 보험실적보상계획을 소상히 밝히고 있었으며,또 그 옆에는 ‘오늘 새롭게 마련한 일’ 이라고 해서 전기순간온수기로 더운 물이 공급된다는 것과 탁구장 바닥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광주우체국의 또 하나의 크나큰 자랑거리는 '우편물연결전산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우편물의 수집 • 배달 • 운송 • 도착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전산화하여 업무의 효율화 및 신속화를 기하고자 개발한 것이다.
우편물이 도착하면 발착대기실에서 해당 호편 (예: 교환2편) 벨을 누른다. 그러면 발착계 • 특수계• 휴게실• 기사대기실에는 “교환2편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대광진흥회편 • 서목하2편 • 부목상편 • 부목하편 우편물이 교환2편에 도착했으니, 우편자루 수수에 정확을 기하고 우편물은 정중히 취급합시다.”라고 안내방송이 나옴과 동시에, 발착계의 우편물연결상황판에는 빨간 등이 켜지면서 ‘교환2편 도착 작업중’이라고 표시된다. 또한 교환편 발송시각 10분 전과 무집배국 수집 시각 및 우체통 수집시각 5분 전에도 같은 요령으로 안내내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우편물 수집원이 보관함에서 편찰을 꺼내 가면 상황판에 수집구 • 수집호편 • 수집시간이 점등되며, 수집올 끝내고 가져온 전회 편찰을 보관함에 걸어 놓으면 상황판은 소등된다. 이런 내역은 PC를 통해 고스란히 입출력이 되기에 따로 편찰수수부를 관리할 필요는 없다. 또 집배원복 무상황판에는 그들 각자의 간편한 조작에 따라 출근 및 근무중(적색등),퇴근(소등),집배중(녹색등)의 동태가 전자장치에 의하여 표시된다.
따라서 국장실에 설치된 모니터로는 우편물연 결종합상황판과 집배원복무상황판을 언제든 살펴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이인수 예금보험계장과 이홍영 창구계장을 중심으로 개발되었는데, 특히 UPU 서울총회 때 시범국으로 선보일 광화문우체국과 서울양천우체국에서도 이를 도입한다고 하여 서광주우체국은 더욱 뿌듯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심성이 착한 우체국 직원들은 윽박지르면 형편없이 위축되지만, 장점을 취해 기를 돋우면 잘 따르는 건 물론 많은 가능성을 보입니다. 그러니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달 수 있겠죠. 서광주우체국이 신설국으로서 다른 데보다 조금 낫고, 또 나중의 신설국은 우리보다 더 나아진다면 그것이 결국 체신부의 발전 아니겠습니까? 금년까지 목표로 해온 환경 제일 • 봉사 제일의 토대 위에서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하여 사업 제일을 이루고, 95년에는 경영 제일마저 달성함으로써 마침내 전국 제일의 우체국을 이룩한다는 것이 우리 모든 직원의 굳은 각오입니다.”
흔히 응석이나 부릴 나이에 어떻게 하여 서광주우체국은 벌써부터 전남청의 효자동이 노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점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설진태 국장의 마지막 한 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