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의 제31회「체신의 날」기념식에서는 친절봉사 최우수관서로 선정된 김해우체국의 梁馹守 국장(61세 )이 李慈憲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자 장내에는 따뜻한 박수의 물결이 일었다. 이때 반백의 머리지만 중년처럼 건장한 양국장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친절봉사 우수관서의 선정은 친절봉사의 생활화로 친절봉사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되었다. 선정 기준은 각 체신청에서 1개국씩 추천을 받아 그 관서들을 대상으로 본부에서 별도의 평가반을 편성, 자체 조사와 관 내의 여론조사를 통하여 결정한다. 최우수관서로 선정될 경우 관서 표창과 관서당 10명의 직원에 대한 장관 표창이 주어지고, 관서장 또는 관계자 1명에게 훈장이 수여되며, 또 관서장에게는 2주 간의 해외여행 특전이 베풀어진다. 그 동안에 선정된 최우수관서는 1983년에 남대구우체국, 1984년에 청주우체국, 그리고 작년인 1985년에 김해우체국이었다.

민원봉사실겸 상설우표전시장
우체국은 시민들의 사랑방
옛가락국의 도읍지로 가야 문화의 발상지인 김해는 넓은 김해평야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그러나 부산이 비대해지면서 산업시설이 뻗쳐 나가자 김해는 어느덧 부산의 위성도시로 발전하여 1981년 7월에는 시로 승격되 었다. 현재 김해시는 한일합섬 등 53개 공장과 83개 제조업체가 있는 공업도시로 변모해 가는 한편, 김해평야에는 원예 및 화초 재배는 물론 양돈 둥 축산업까지 발달하고 있어 종합 산업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형 사회와 농촌형 사회의 특성을 절충한 신흥 도시로 발전하고 있어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높은 편이다. 앞으로 김해시 주변이 도립공원으로 개발될 예정이며, 현재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어 인구 8만의 김해시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구 30만의 전원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그곳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원통형 보험원부보관상」,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고 보관에 편리하다.'
김해우체국이 친절봉사 최우수국으로 선정된 것은 우체국장 양일수씨의 피와 땀의 결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6월로 정년퇴직을 맞게된 양국장은 노익장의 정열을 과시하며 우체국의 업무 쇄신에 온갖 정열을 쏟았다. 즉, 낡은 청사를 개축하고 창구를 넓히며 작업장을 개선하여 청사 안팎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한편, 상설우표전시장겸 민원실을 설치하고 편지 쓰는 좌석을 마련하며, 우산과 돋보기를 비치해 놓고 우체국을 시민의 사랑방화 하여 우체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였다. 3년이 채 못된 기간 동안에 그가 이룩한 업적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는 청사의 개축 및 공중실과 현업실의 확장이었다.
양국장이 부임한 1983년 7월까지만 해도 김해 우체국은 그 청사가 20년이 경과하여 노후된 상태였고, 공중실과 현업실이 협소하여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었다. 체신사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창구의 환경과 직원들의 서비스 자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 그는 우체국 환경의 혁신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하여 공중실을 종전의 17. 6평에서 29.5평으로, 우편작업실을 종전의 25.8평에서 35.9평으로 확장하는 한편, 이를 말끔히 단장하였다. 또한 창구시설 및 청사를 새롭게 단장하여 현대식 건물로 변모시켰다.
청사의 개축은 단순한 도색에 그치지 않았다. 출입문에서 벽, 천정, 바닥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시설을 들어내고 고급스런 자재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정문은 철제 정문으로 고쳐 CI마크를 산뜻하게 부착시켰고, 미닫이로 된 각종 출입문을 도어식으로 고쳤고, 모든 창문도 2중창으로 개조했다. 또 천정과 마루바닥을 새로운 자재로 산뜻하게 장식하였다. 그렇게 해놓고 보니 김해우체국 청사 안팎은 개축이 아닌 신축의 모습으로 바뀌어 오랜만에 찾는 사람은 언제 신축했느냐고 묻게 된다고 한다.
둘째는 민원봉사실겸 상설우표전시장의 운영이다.
공중실 곁의 우편실을 개조하여 말끔히 단장해서 중앙에는 응접 세트를 갖추어 놓았으며, 3면의 벽에는 기념우표 및 각종 안내문을 전시해 놓고, 한쪽 구석에는 기념우표 판매대를 마련, 기념우표, 수집 도구, 우표 목록 등 각종 우취용품을 비치해 놓았다. 8각형의 탁자를 중심으로 폭신폭신한 의자가 원형으로 둘린 응접세트에는 기념우표를 비롯하여 각종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었고, 벽에 전시된 기념우표틀 앞에는 김해에서 구어낸 각종 도자기를 전시해 놓고 있다. 그 도자기 역시 우체국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판매액의 1할을 우체국의 수입으로 삼는다고 한다.

'「편지 쓰는 곳」, 이곳에시 이용자들은 곧잘 편지를 쓴다.'

'「무료우산대여대」, 비 오는 날 고객들은 조건없이 우산을 빌려 쓰고 있다'
이 민원봉사실겸 상설우표전시장은 기념우표를 판매하는데도 중요한 목적이 있으나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곳은 노인이나 학생들에게 휴식처로 제공 되며, 또 지역사회의 각종 단체가 회의실로 이용 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하교 후 그곳에 들러 기념우표를 구경하고 구입하기도 하며, 심지어 소파에 앉아 독서를 하기도 한다. 노인들은 할 일없이 그곳에 들러 담배를 태우며 한담을 나누는가 하면, 그 고을의 醫師會는 회의실로 이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그곳은 우체국의「우다방」화, 다시 말해 사랑방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편사업의 장래는 우편물량의 증대에 달려 있으며, 그럴려면 우체국과 시민간의 관계가 그만큼 밀접해져야 한다. 따라서 시민으로 하여금 우체국을 마음대로 드나들게 함으로써 우체국과 시민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는 깊은 뜻에서 양국장은 그곳을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원봉사실은 시민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기념우표도 판매하고 우편사업에 대한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양국장은 매월 말일에는 그곳에서 직접 집무를 하면서 이용자의 소리를 들어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있다.

'김해우체국의 창구, 한복을 입은 여직원과 산델리아 불빛이 조화를 이루어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서류보관상」, 창구 집무대 밑에 서류보관상을 설치. 창구 직원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여기는 편지 쓰는 곳입니다
세째는 각종 시설의 개량이다. 김해우체국의 창구와 우편실 등을 한 바퀴 돌아보면 그들의 극히 상식적이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우편물 보관겸 운반상자」, 창구 접수 우편물을 깨끗이 보관하고 쉽게 운반한다'
창구직원 곁에는 원통형으로 된 회전식 보험원부 보관상을 2단으로 마련해 놓고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는 한편 보관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또한 창구 집무대 밑에 개폐가 자유로이 될 수 있는 서류 보관상을 만들어 놓아 직원들이 일일이 서류를 캐비넷에 넣고 꺼내오는 불편을 없앴다. 또한 어린아이들의 목욕통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통에 바퀴를 달아 놓고, 이를 접수 우편물의 보관 및 운반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우편물을 깨끗이 다루고 쉽게 운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5단 연립식 행낭걸이를 자체적으로 고안, 조제하여 우편물의 오투낭 방지와 업무 능률의 향상, 작업실의 환경 미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우체국 정면에는 자전거 하치장을 마련해 놓고 우체국 이용자의 자전거를 질서정연하게 보관토록 한다.
벽금고의 문을 열면 4평 남짓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데, 그곳에는 소금고 이외에 관보, 회보, 인사.서무 .TQC관계철, 도급경비지급철, 전신환지급철, 통상환송금의뢰서 등 각종 문서 및 장부가 잘 정돈되어 있다.
그밖에 교육실, 직원 휴게실, 소회의실 등에서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환경의 미화는 물론 품위있는 비품의 비치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창구 환경을 개선하려면 사람이 살 미쳐야 됩니다. 미치지 않고는 안되지예.” 경상도 억양이 짙은 양국장의 말이다. 그러면서는 그는 먼저 직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여 주지 않으면 의욕이 안 생기니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필자를 감탄케 한 아이디어는 편지 쓰는 좌석을 마련해 놓은 것이었다. 김해우체국은 공중실 좌측 벽면에 앉아서 편지를 쓸 수 있는 좌석 둘을 마련해 놓고 이용자들로 하여금 마음놓고 편지를 쓸 수 있게 한다. 유리판이 깔린 테이블에는 필기도구가 놓여 있고 별도의 형광등과 우편번호부도 갖추어져 있다. 굳이 “편지 쓰는 곳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보지 않더라도 그곳이 누구나 앉아 편지를 쓸 수 있는 장소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편창구와 금융창구에는 돋보기 3벌이 담긴 돋보기함이 각각 놓여 있다. 도수가 각각 다른 이 돋보기는 노인들의 창구 이용에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또 김해우체국은 창구 출입문 옆에 우산을 비치해 놓고 비 오는 날에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체신 심볼마크 외에「체신예금」,「체신보험」,「편지 쓰는 날」 등 사업선장 문구가 새겨진 이 우산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체국을 찾는 고객에게 고마움과 친근감을 심어 주고 있다. 처음에는 50개를 사서 비치해 놓았는데, 이용 후 반환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어 다시 50개를 준비 했다고 한다.
일은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
김해우체국을 둘러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그곳에는 모든 것이 놓일 데 놓여 있고 구석구석까지 개선의 손길이 뻗쳐 있다. 출입문이나 카운터, 간판 등은 물론 탁자나 의자, 심지어 방석의 색깔까지에도 정성이 깃들여 있음을 느낄수 있다. 화장실을 둘러 봐도 그 깨끗함은 말할 것도 없고 비누며 치약, 칫솔이 제 자리에 놓여 있고, 거울이며 옷걸이, 수건 등이 놓일 데 놓여 있다. 또한 휴게실에는 드라이어며 빗, 기름, 향수 등이 갖추어져 있다.
이처럼 양국장이 시설이며 환경의 미화에 신경을 쓴 것은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이 좋아야 교육의 효과가 있으며, 환경이 좋 아야 일할 기분이 나서 친절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 때문이다. 친절이란 말로써 강조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며, 친절할 수 있는 여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양국장의 하루의 일과는 출근시간 30분 전부터 시작된다. 30분 전의 출근과 동시에 그는 직원들과 함께 청사 안팎의 청소부터 한다. 청소가 끝나면 5분 동안의 영어 교육을 끝내고, 체신청의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이어서 그는 창구의 준비 상태, 친절 상태를 점검하고, 다시 우편실에 들러 우편물의 연결 상태, 집배원의 복장 상태 등을 점검한 후 국장으로서의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5단연립식행낭걸이」 우편물의 오투낭을 방지하고, 작업실 환경을 미화한다.'
경남 진해가 고향인 양일수 국장은 오는 6월로 정년퇴직을 맡게 된다. 1946년 3월 21세의 젊은 나이에 진해우체국 통신서기로 체신부에 첫발을 들여 놓은 그는 1968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하였는 데, 40년 동안의 체신인 생활을 부산체신청 관내에서만 보냈다. 그러다 보니 18년 동안의 사무관 시절에서 승진의 기회가 끝내 주어지지는 못했지만, 체신사업에의 근무를 영광으로 생각하며, 체신부와 국가를 위해 소신껏 일해 왔다. “일이란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겁니다.” 그의 평소의 소신이다.
“나는 내 할 일을 다하고 있는가”, “서로 따뜻한 인사를”, “오는 손님 친절하게, 가는 손님 인상 깊게”—우체국 복도에 붙여진 표어에서도 그의 근무 자세와 봉사정신을 엿볼 수 있다.
梁馹守라는 그의 한자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는 팔자적으로 타고 난 체신인이다. 즉, 역마 일(10)과 지킬 수(守)에서 우리는 그가 평생 체신사업을 담당할 사람으로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고객용 자전거하치장」, 이용자들의 자전거를 질서정연하게 보관한다.'
젊은이에 못지 않은 정열과 의욕을 지니고 있는 그이지만, 그도 이제는 정년퇴직이라는 제도적 사슬을 벗어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평 생을 체신사업에 바치겠다는 그의 의욕은 끊이지 않는다. 정년퇴 직 후에도 우편취급소의 운영으로 계속 체신사업과 인연을 맺겠다는 것이 그의 꿈 이자 의지이다. 평생을 몸바쳤던 체신사업과 인 연을 끊을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그는 그 꿈을 키워 왔고, 또 노력 하고 있다.
“세상에는 세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읍니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오히려 거치적거리는 사람, 그리고 꼭 필요한 사람이 있지요 그 가운데 옳게 일하는 사람은 서로 받으려 합니다. 김해우체국에서 이제는 전 직원이 국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또 김해우체국 간부들은 이제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 되었지요.”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