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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이겨내는 작은 마음

추위를 이겨내는 작은 마음

글. 장미숙(서울시 송파구)

그날은 영하 10도에서 머무는 추운 날씨였다. 내가 일하는 빵집도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출근 하자마자 히터를 틀었는데, 훈훈해지려면 한참 먼 듯 했다. 온몸을 꽁꽁 싸매고 일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셨다. 일주일에 두어 번 빵집에 들르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바게트 두 개를 달라 하셨다. 바게트를 싸서 할머니께 건네는데, 꽁꽁 얼어 새파래진 할머니의 귀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지, 왜 이리 춥게 입으셨어요? 큰일 나요.”그러나 할머니는 괜찮다며, 옷을 여러 개 입었다 하셨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할머니의 행색은 혹한을 견디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마땅한 옷이 없었는지, 활동하기 불편해 얇은 옷을 입으신 건지는 알 수 없었다.내가 말을 붙여 그랬는지 할머니는 당신의 사정을 털어놓으셨다. 바게트는 손자가 먹을 거라고 했다. 손자 심부름을 왜 해주느냐고, 손자는 할머니가 힘든 걸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한숨을 푹 쉬고는 혼자 자라서 안타까울 뿐이라 하셨다.어느 날 덜컥 손주 세 명을 맡아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고 안 해본 것이 없다 하셨다. 식당일, 장사, 폐지 줍기까지.할머니께 아침은 드셨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추운 날, 뱃속까지 허하면 더 춥게 느껴질 텐데 할머니는 빈속으로 아침을 시작하신 듯 했다. 할머니께 빵을 사드렸다. 내 가게라면 한 보따리라도 챙겨드리고 싶었지만 나도 눈치 보며 일하는 곳이라 사드릴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물과 함께 빵을 드셨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 말씀하시고는 매장을 나가셨다. 이제 해가 좀 솟아서일까, 어느새 매장 안이 훈훈해졌다.

오래된 옷을 꺼내며

오래된 옷을 꺼내며

글. 유수경(서울시 송파구)

격식 있는 자리에 갈 일이 생겼는데 입을 옷이 없었다. 사실, 옷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옷들이 별로 마땅치 않았다. 심란한 마음으로 옷장을 한번 뒤져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얌전해 보이는 원피스 한 벌이 옷장 맨 끝에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헤아려보니 20년 전에 산 옷이다. 정확히는 내가 산 게 아니고 친정 엄마가 사준 옷이었다. 20년 전, 그때는 유난히도 사는 게 어려웠다. 옷을 사 입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친지 결혼식이 다가왔다. 결혼식에 가기 위해 시골에 계시던 엄마가 며칠 앞서 우리 집으로 오셨다. 결혼식 전날, 엄마는 갑자기 시장에 가자 하셨다. 아마도 엄마는 내가 옷장을 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걸 본 모양이었다.엄마는 근처 옷집으로 날 끌고 들어갔다. 엄마는 내게 옷을 골라보라고 했다. 나는 시큰둥했다. 엄마에게 옷을 얻어 입는다는 것도 그랬고, 시장 표 옷을 얕잡아본 마음도 없지 않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심플하고 얌전한 원피스를 골라주었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옷은 싫어하는지라 주인 아주머니의 선택이 나쁘진 않았다.그때 산 이 원피스는 제법 요긴하게 쓰였다. 입다보니 편하기도 하고 색깔이나 디자인도 얌전해서 여러 번 입었다. 그러다가 직장에 다니면서 원피스 입을 일이 줄어들다 보니, 옷장 깊숙이 넣어둔 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다행스럽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몸무게는 그대로여서 몸에도 맞았다. 원래 옷을 잘 버리는 편인데, 용케도 이 원피스는 간수하고 있었다니. 이렇게 다시 꺼내게 되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덕분에 고민을 덜었다.나는 그 후로도 원피스를 다시 옷장에 걸어두었다. 몸무게가 변하지 않는 한, 아마 앞으로도 입을 일이 있을 것 같다. 산다는 건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수지맞은 기분이 드는 일 같다.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분주한 마음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분주한 마음

글. 김은준(서울시 강동구)

2018년도는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로 기억될 듯 하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일본발령으로 기러기 부부로 살면서, 혼자 아이 둘 독박육아에 일까지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쁘게 지나갔지만 남편이 없는 빈자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애틋함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도 되었다. 두 아들은 아빠의 부재로 엄마를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자기 할 일을 하고, 엄마를 도와 제법 집안일을 거들면서 항상 내 옆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항상 어리고 철없는 개구쟁이 같았던 큰 아들의 ‘취학통지서’까지 받게 돼 ‘나도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과 기쁜 마음이 크다. 벌써 입학식에 어떤 가방을 메고 어떤 옷을 입고 가야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아이를 보며 다른 엄마들에 비해 나이든 엄마가 위축될까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요즘은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한없이 기쁘면서도 걱정이 많다. 양가 부모님께서 연세가 많다 보니 지금처럼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아이가 학교생활은 잘할 수 있을지, 아빠 없이 잘 지낼지 모든 게 걱정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토끼 같은 두 아들이 내 옆에 있으니 무슨 걱정이겠는가? 새 달력을 보며 2019년도에 계획할 일들을 적었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건강해야 할 것 같아서 하루에 잠깐이라도 운동 하기, 아이들에게 하루 한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표현하기 등을 마음 먹었다.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다 이루어서 멋진 엄마, 멋진 아내가 되고 싶다. 그 어떤 해보다 의미 있고 뜻깊은 한해로 기억되고 싶다. 2019년 한번 멋지고 신나게 달려보자! 나는 두 아이들의 엄마이니 세상 무서울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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