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이 설경에 녹아들다 춘천

추억과 낭만이 설경에 녹아들다 춘천

여행

우체국과 여행

추억과 낭만이
설경에 녹아들다

춘천

기해년 첫 나들이는 집배원이 선사하는 겨울여행과 함께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올겨울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겨울여행’ 책자를 발간했다. 여름, 가을에 이은 세 번째 여행 이야기다. 겨울여행 책자에는 추억 여행지인 강원도 춘천이 담겨 있다. 춘천은 오랜 세월 낭만 여행의 메카였다. 학창시절 MT를 다니던 경춘선의 종착역이었고, ‘겨울 연가’의 흔적은 아직도 이방인의 회상을 불러일으킨다.

글. 서영진

추억과 낭만이 설경에 녹아들다 춘천

춘천 가는 열차 이름이 ‘청춘’이다. 청량리의 ‘청’, 춘천의 ‘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는데 청춘시절 춘천행 열차에 오르던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유럽열차여행에서나 만났을 2층 기차를 경춘선 청춘열차에서 보는 것 자체가 생경하다. 자전거 투어 열풍에 맞춰 자전거 비치대가 따로 마련돼 있고. 쫙 달라붙는 유니폼에 헬멧,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바이크족들이 좌석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열차 등받이 덮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청춘으로 달려갑니다!’ 평일인데도 머리 희끗한 노부부부터 연인들까지 다양한 여행자들이 춘천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차창을 내다보며 번지는 미소만큼은 누구나 모두 ‘청춘’이다.  



북한강변을 오가는 열차는 추억과 자전거를 싣고 달린다. 



110여 년 세월의 춘천 우체국


춘천은 많이 변했다. 춘천역부터 번쩍번쩍해졌고, 역에서 받아든 춘천지도를 보면 명동에만 있는 줄 알았던 닭갈비 골목은 어림잡아 일곱 곳이다. 신북, 동면, 만천리, 낙원동, 온의, 후평동, 모두 닭갈비 골목 이름들이다. 웬만한 식당들은 세 집 건너 한 곳이 닭갈비, 막국수 간판을 내걸고 있다.  

최근 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춘천의 추억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제강점기 때 춘천의 역사를 기록한 ‘춘천풍토기’를 번역하는 일이었다. 번역본을 살펴보면 도시 춘천과 춘천우체국의 세월이 낱낱이 담겨 있다. ‘춘천풍토기’에 따르면 춘천우체국은 1905년 교동에 경성우편국 춘천출장소로 문을 열었다. 1906년 전신사무를 개시하면서 ‘춘천우편국’으로 개칭됐으며 그 후 조양동, 효자동 시기를 거치며 도시의 변화상을 묵묵히 지켜봐 왔다. 춘천 우체국이 31년간 이어온 효자동 시대를 마감하고 온의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게 2017년 겨울의 일이다. 올해로 춘천우체국의 나이는 백 년을 넘어 114세를 맞게 된다. 서울~춘천 간 철로가 개통된 게 1939년의 일이니 춘천우체국의 세월은 그보다 훨씬 지긋한 셈이다. 




닭 모형이 세워진 입구가 흥미로운 명동 닭갈비 골목




소설가 권진규가 학창시절 하숙을 했던 망대 골목



서민들의 추억 담긴 중앙시장


춘천 중앙시장은 춘천우체국과 추억의 궤를 같이한다. 일제강점기시대부터 문을 열었던 시장은 6.25 한국전쟁때 폐허가 되며 모습을 감췄다가 1952년 다시 장이 서기 시작했다. 

맛집들은 수십 년 전통을 간직한 가게가 여러 곳이다. 내장 골목에는 길목에 소, 돼지의 내장들을 진열해 놓은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전쟁 후 순대를 함지에 이고 다니며 팔다 정착한 원조집도 있고, 60년 전부터 시어머니가 끓여오던 순댓국을 며느리가 대를 이어 내놓는 가게도 남아 있다. 소문난 닭집 옆에는 직접 뽑아 말린 건면을 파는 황소표 국숫집이 좌판 어깨를 맞춘다.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은 이제 낭만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변신중이다. 비좁은 시장골목 구석구석 벽화가 그려졌고 연주회가 열리며, 춘천의 옛 이야기와 시장을 잇는 산책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앙시장 인근, 춘천 명동길은 여전히 흥청거린다. 명동길 초입에는 추억의 드라마 ‘겨울연가’의 흔적을 찾아온 외국관광객들로 아직도 분주하다. 명동길은 유명한 춘천 닭갈비 골목으로 이어진다. 초입에 닭 모형이 그려져 있는 흥미로운 모양새다. 튀김 도넛 가게들은 대부분 ‘명동 사람들’이 주요 손님들로 간판 밑에는 친절하게 일본어로 메뉴가 적혀 있다. 




수십년 전통을 간직한 중앙시장의 황소표 막국수



닭갈비 명동길과 망대골목 산책 


중앙시장에서 명동길 반대편으로 접어들면 옛 골목산책은 시작된다. 간식골목에는 30~40년 세월의 작은 분식집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다. 튀김만두와 떡볶이의 결합체인 ‘만볶이’가 간식골목의 주메뉴다. 간식골목 끝자락에서 언덕을 올라서면 망대골목 입구다. 망대골목은 조각가 권진규가 춘천고 재학 시절, 망대 아랫동네에서 하숙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화가 박수근이 은사가 있던 춘천에 와서 개인전을 열고 유화를 그리고, 생활이 어려워 나무를 해다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이다. 

중앙시장 상인들이 망대 인근 산비탈에 한집 두집 집을 지어 살면서 달동네가 형성됐다고 한다. 망대길 언덕에 오르면 약사동 일대의 거리와 남춘천과 공지천이 내려다 보인다. 망대길과 나란히 늘어선 약사리 고개는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다. 봇짐 맨 장사꾼과 주민들이 시내로 가기 위해 넘나들던 고갯길은 예전 약사동에 형무소가 있었을때 독립투사들이 포승줄에 묶인채 끌려가던 길이었다. 그약사리 고갯길 끝자락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죽림동 성당이 자리 잡았다. 죽림동 성당은 6.25 한국전쟁때도 포화로부터 지켜졌던 곳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약사천 건너 만나는 남부 사거리 인근의 맛집 역시 오랜 맛과 사연이 묻어난다. 춘천의 3대 막국숫집으로 꼽히는 남부 막국수는 문을 연 지 이제 50년을 넘어섰다. 고춧가루로 간을 하고,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비벼 먹는 독특한 전통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핀 북한강의 절경




겨울이 무르익으면 구곡폭포는 고드름 세상으로 변신한다.



천연 고드름, 빙벽세상의 구곡폭포


도시를 에워싼 북한강길은 춘천 낭만여행을 더욱 탐스럽게 단장한다. 무작정 어느 강변을 서성거려도 경치가 멋스럽다. 소양강 처녀상이 들어선 의암호에는 햇빛이 은은하게 부서진다. 

강줄기 따라 강촌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겨울향기는 더욱 완연하다. 춘천 구곡폭포는 아찔한 빙벽으로 겨울 손님을 맞는다. 봉화산 자락을 아홉 구비 지나쳐 쏟아지던 계곡물은 겨울이 무르익으면 얼음왕국으로 변신한다. 매표소에서 구곡폭포까지는 20여 분간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폭포로 가는 길에는 ‘끼, 꾀, 깡’ 등 9개의 글귀를 테마로 한 이정표가 있어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천연폭포가 만들어낸 빙벽은 백색의 눈부신 자태가 도드라져 구곡폭포앞 나무계단을 올라설수록 탄성은 쏟아진다. 빙폭의 높이는 약 50m. 대형 고드름을 아래로 쏟아내며 얼음세상을 빚어낸다. 

얼음이 꽁꽁 얼면 구곡폭포에서는 본격적인 빙벽 클라이밍이 시작된다. 폭포에 로프가 걸리며 얼음위의 스파이더맨이 된 듯 빙벽에 몸을 의지해 등정에 도전한다. 주말이면 200여 명의 동호인이 찾을 정도로 구곡폭포 빙벽등반은 인기 높다. 빙벽 클라이밍에 나서지 않더라도 일반 나들이객들은 폭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짜릿함이 전이된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대형 얼음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구곡폭포 탐방 뒤에는 인근 문배마을을 거쳐 검봉산, 봉화산 산행에 나설 수도 있다. 




소양강 처녀상의 들어선 의암호의 정취




 책을 테마로 한 레일파크가 조성된 김유정역



소설가 김유정의 흔적 담긴 마을 


폐철로가 남은 강촌행 길목에는 김유정역과 김유정우체국이 들어서 있다. 소설가 김유정의 옛 삶터를 기려 역과 우체국에도 소설가의 이름을 덧씌웠다. 김유정 문학촌에는 고향이었던 신동면 실레마을의 생가를 복원해 놓았다. <봄봄>, <동백꽃> 등 소설 속 장면을 재현한 동상을 구경하고, 작품의 배경이 된 실레이야기길을 둘러보며 작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김유정역 옆에는 레일파크가 조성돼 책을 배경으로 한 카페, 강촌까지 오가는 레일바이크로 추억여행을 다독일 수 있다.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겨울여행’ 책자에는 춘천 외에도 전국의 집배원들이 겨울철 여행지로 추천한 일출명소, 겨울산, 온천, 축제, 맛집 등이 담겨 있다. 겨울여행 책자는 가까운 우체국을 방문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우체국과 여행’ 홈페이지(www.posttravel.kr)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TIP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겨울여행’ 둘러볼 곳


장학리 소양 3교





장학리 소양 3교는 춘천의 사진촬영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겨울이면 소양 3교에서 소양 5교까지 환상의 상고대가 피어난다. 상고대는 영화 6도 이하의 기온과 90% 이상의 충분한 습도, 초속 3% 이상의 바람이 부는 등 최적의 요건이 완성되어야 만날 수 있다. 수증기가 승화돼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모습은 북한강 풍경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애니메이션 박물관 & 토이로봇관





최근 가족나들이객에게 사랑받는 공간은 중도관광지 건너 애니메이션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의 만화 주인공들이 안팎에 친절하게 전시돼 있으며 각종 체험거리도 가득하다. 애니메이션박물관 옆 새롭게 단장한 토이로봇관은 상상 속 로봇을 현실에서 조우한다. 로봇 권투, 로봇 아바타, 로봇 댄스 체험 등이 꼬마들에게 인기다. 



구봉산 전망대 산토리니





구봉산 전망대 산토리니는 춘천의 야경 명소다. 전망대 형태의 카페 발코니에 나서면 춘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흰 외벽의 이국적인 건물까지 어우러져 해질 무렵이면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구봉산 정상 주변에는 춘천을 바라보며 차와 식사를 즐길수 있는 카페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 일대는 춘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토담 숯불닭갈비





신북읍 신샘밭로의 ‘토담 숯불닭갈비’는 닭갈비를 숯불에 구워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식당이다. 매콤한 맛의 고추장닭갈비, 달콤하고 짭조름한 간장 닭갈비, 담백한 소금 닭갈비를 취향에 따라 숯불에 구워 맛볼 수 있다. 고추장 닭갈비는 12,000원선. 이밖에 조양동의 ‘명동산골닭갈비’, 후평동의 ‘우성닭갈비’가 닭갈비 식당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