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 사이, 예불 소리 흐르고 - 청도

솔숲 사이, 예불 소리 흐르고 - 청도

여행

우체국과 여행

솔숲 사이,
예불 소리 흐르고

청도

5월 집배원이 전하는 소식에는 여승들의 사찰과 솔향기가 담긴다. 고즈넉한 청도 운문사로 향하는 봄길은 깊고 느리다.
녹음의 솔숲 사이로 예불소리는 은은하게 흩날리고, 수줍은 산사에는 한 점 따사로운 바람이 얹힌다.

글.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솔숲 사이, 예불 소리 흐르고 - 청도

운문호를 지나 운문사로 가는 길목은 마을마다 정겨운 옛 풍경이다. 얼음가게, 식육점…그런 간판들이 청도의 길가에서는 가슴에 와 닿는다.




운문사로 가는 길목에는 고요한 운문호가 자리해 있다.



물길 따라 이어지는 청도의 우체국


청도의 우체국들은 호젓한 물길과 마을에 닿아 있다. 운문호에서 흘러내린 동창천을 따라 운문, 금천, 매전 우체국이 들어섰고 청도읍내를 가로지르는 청도천을 따라 각북, 풍각, 청도, 유천 우체국 등이 위치해 있다. 동창천, 청도천은 한 몸으로 만나 낙동강으로 유유히 흘러 들어간다. 

청도 일대 우체국의 역사는 100년을 거슬러 오른다. 1904년 화양면에 성현 우편소를 개설하면서 우편업무가 처음 시작됐으며, 청도역 앞으로 우체국을 옮긴 뒤 1968년까지 일제강점기때 지어진 옛 건물에서 업무를 봤다. 청도 감으로 만든 반시, 한재 미나리 등 특산품들이 이곳 우체국을 거쳐 전국에 전해져 왔다. 

청도 운문사는 정겨운 우체국들을 두루두루 지나 운문호 너머 운문산 기슭에 자리해 있다. 운문산, 가지산, 비슬산이 둘러싼 사찰은 연꽃의 한가운데 꽃술로 안긴 자태다. 





수백년 솔향기 그윽한 솔바람길


운문사 초입에 늘어선 솔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먼저 열린다. 200~300년은 됨직한 노송들은 묵묵하고 듬직하다. 세파에 기울어진 소나무들은 방향을 잃고 몸을 비틀며 뒤섞인다. 일본 강점기때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칼집을 낸 생채기도 따뜻하게 보듬고 있다. 운문사의 솔숲은 ‘솔바람길’이라는 걷기 좋은 길로 이어진다. 솔숲 옆으로는 작은 냇물이 흐른다. 

청신암에서 내원암으로 향하는 숲길에는 운문사 들머리의 솔숲과 달리 참나무, 전나무, 소나무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길섶에서 만나는 스님들은 모두 수줍은 얼굴이다. 밀짚모자 속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자비롭고 선하다. 여승 승가대학까지 품은 운문사는 청초함에 정감가는 곳이다.

운문사 경내의 수령 400년이 넘는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스님들이 해마다 봄, 가을로 막걸리 12말을 보시해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채 아직도 싱싱하고 푸르다. 




운문사는 1,500년 세월을 간직한 여승들의 사찰이다.




저녁 예불을 마치고 숙소로 발길을 옮기는 스님들



법고 소리 청아한 운문사 예불  


봄햇살에 드러난 사찰의 오후는 낮은 담장에서 시작된다. 담장 너머 텃밭에서는 공양을 준비하는 스님들이 허리를 굽히고 무를 뽑느라 열심이다. 담장이 낮아도 운문사는 속인과 도량의 경계가 확연한 곳이다. 기도처인 사리암으로 가는 길은 신도가 아니면 오르지 못하며, 북대암은 절벽처럼 가파른 곳에 고고하게 숨어 있다. 신라 진흥왕때 세워진 운문사는 1,5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유서 깊은 고찰답게 경내에는 대웅보전, 석조사천왕상, 삼층석탑, 석조석가여래좌상 등 7개의 보물이 있다. 

운문사의 감동은 서쪽 능선 너머로 해가 저물 즈음 무르익는다. 경내의 어지러운 구경꾼들이 빠져나가면 스님들이 범종루에 오르고, 호거산 자락을 한차례 응시한 뒤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예불의 여운은 범종 소리가 산자락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고 창호지 그림자 너머로 불경소리가 새어나올 때까지 경내를 맴돈다. 




운곡정사는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청도의 고택이다.



고택, 감와인


운문사를 빠져나오면 청량한 운문호가 길손을 맞는다. 호수의 파문은 법고의 떨림만큼이나 잔잔하다. 운문호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터에는 옛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조선후기 건축양식의 운곡정사는 운문댐 건설로 터전을 옮겼지만 자태만은 곱고 단아하다. 선암서원, 운강고택 등 청도에는 봄향기 묻어나는 옛집들이 여럿이다. 

청도는 감와인으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고장이다. 화양읍 송금리의 와인터널은 철로용으로 뚫었던 폐터널을 와인 숙성고와 카페로 쓰고 있다. 아치형 천장의 와인터널에서는 10만 병의 감와인이 숙성 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올 봄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봄, 나들이’ 책자를 발간했다. 여름, 가을, 겨울에 이은 네 번째 여행 이야기다. 책자에는 가족과 함께 떠날 만한 봄나들이 명소 100곳이 담겨 있다. 봄 여행지는 ‘우체국과 여행’ 앱을 통해서도 무료로 찾아볼 수 있다. 




철로용이었던 폐터널을 활용한 화양읍 송금리 와인터널



TIP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여행’ 둘러볼 곳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





청도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동부의 따사로운 마을 프로방스를 재현한 곳이다. 고흐, 세잔, 샤갈 등 거장들의 흔적이 서린 공간에서 로맨틱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낮에는 100여 곳의 다채로운 포토존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둠이 내리면 눈부신 빛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는 세계 명화 100선과 빛축제의 콜라보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헐티재 도예공방





청도에서 옛스러운 향기를 진하게 느끼려면 헐티재로 향한다. 비슬산 기슭 헐티재의 도예공방들은 고집스럽게 장작가마를 이용해 자기를 구워내는 장인들의 삶이 깃든 곳이다. 이곳 도예가들은 직접 만든 자기에 손수 재배한 차를 마신다. 도예공방들은 자체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쉼터도 운영해 봄날 힐링여행을 완성시킨다. 



청도의 맛 ‘추어탕’





청도의 별미는 추어탕이다. 청도역 앞 거리에는 추어탕집이 늘어서 있다. 청도에서는 맑은 국물에 시래기를 듬뿍 넣어 추어탕을 끓인다. 45년 전통의 ‘향미추어탕’은 삼대째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으며 미꾸라지 튀김이 인기 높다. 봄을 부르는 아삭아삭한 청도 미나리도 입맛을 돋운다. 한재 현지 외에도 청도역 인근이나 읍내 장터에서 한재 미나리를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