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 따라 걸으며 여름을 즐긴다. 강원도 화진포.

탁 트인 바다 따라 걸으며 여름을 즐긴다. 강원도 화진포.

여행/취미

탁 트인 바다 따라
걸으며
여름을 즐긴다

강원도 고성 화진포 여행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은 가슴 아픈 분단 현실을 여실히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도로에 수시로 보이는 군용 지프와 트럭, 검문소가 북쪽 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고성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여행자를 즐겁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고요한 호수와 운치 있는 바다가 있어 어디를 가더라도 낭만적인 여름 여행을 보장한다.

글. 최갑수(여행작가) +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탁 트인 바다 따라 걸으며 여름을 즐긴다. 강원도 화진포.
2013.07

화진포 가는 길은 멀다. 동서울터미널이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로 가서 고성행 버스를 타야 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간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예닐곱 시간 넘게 걸린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화진포는 지금까지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동해바다의 푸른 낭만


여름 바다의 낭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해변을 꼽으라면 단연 화진포다. 길이 1.7km의 모래사장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오질 않는다. 해변 뒤에 자리한 울창한 송림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연인들은 서로의 어깨를 꼭 껴안은 채 모래밭을 거닐고 아이들은 밀려드는 파도에 쫓기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강릉이나 양양, 속초의 해변에 비해 한적하다는 점도 화진포 해변의 장점이다. 

화진포에서 먼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백사장이다. 조개껍질과 바위가 부서져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파도가 지날 때마다 ‘차르륵 차르륵’ 하는 소리를 낸다. 이런 까닭에 조선시대 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화진포 백사장을 ‘울 명’(鳴)자와 ‘모래 사’(沙)를 써 ‘명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화진포가 유명해진 것은 KBS 드라마 <가을 동화>의 배경이 되면서부터. 주인공 은서와 준서가 어린 시절 모래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곳으로 소개됐다. 준서가 싸늘히 식어가는 은서를 업고 하염없이 걸었던 곳도 바로 화진포 해변이다.

맑은 날이면 바다 물빛이 세 가지 층으로 나뉜다는 것을 화진포는 가르쳐준다. 백사장 앞은 맑은 옥색, 그 뒤는 초록을 머금은 청색, 수평선 가까운 곳은 엷은 쪽빛을 띤 짙푸름이다. 화진포의 바다 물빛은 마치 프리즘의 분광처럼 뚜렷이 갈라져 있다. 화진포는 거북을 닮은 섬 금구도를 수평선에 걸쳐두고 있어 더 아름답다. 신라시대 수군이 기지로 사용했던 곳으로 지금도 돌로 참호를 구축하고 성을 쌓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화진포에서 꼭 보아야 할 곳이라면 ‘화진포의 성’으로 화진포 해변과 송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으로 경이롭다. 앞으로 드넓은 해변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푸른 동해바다가 일렁인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는 채하봉, 집선봉, 옥녀봉 등 외금강 봉우리다. 바다 쪽으로는 해금강이 아스라하다. 화진포 성은 나치 정권을 거부하고 망명한 독일인 H 베버가 1938년 건축했다. 건축 당시에는 외국인 휴양촌의 예배당으로 사용돼다가 1945년 38선을 경계로 남북이 분단되면서 외국인 휴양촌의 귀빈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현재 건물은 1999년 다시 지어진 것으로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화진포 해변 뒷편에는 화진포호가 자리한다. 넓이 2.3km2, 둘레 16km에 달하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다. 

5월이면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한다고 해 ‘화진포’(花津浦)라 이름 붙여졌다. 호숫가엔 갈대가 우거지고, 둘레를 따라 울창한 소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다. 화진포호는 바다의 일부가 해안에서 분리돼 형성된 석호(潟湖)다. 오랜 세월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쌓여 사주(砂洲)를 이루고 이 사주가 바다와 호수를 갈라놓은 것. 민물과 바닷물의 비율은 7대 3. 그래서 붕어 잉어같은 민물고기와 바다에서 올라온 숭어 전어 등 바닷고기가 함께 서식한다고 한다. 겨울에는 수천 마리의 철새와 고니가 날아들어 말 그대로 ‘백조의 호수’로 변신한다. 호수를 돌아보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데, 이 길은 걷기에도 좋다. 호수를 바라보며 길을 걷는 맛이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화진포호 한 쪽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있다. 단층 슬라브 형태의 이 별장은 이 대통령 내외의 유품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내에는 침실과 집무실, 거실이 옛 모습대로 복원돼 있고 벽과 유리장에는 학위증 등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화진포에서 거진항이 십 분 거리다. 고성을 대표하는 항구다. 1970~80년대만 해도 명태잡이 철이 되면 전국의 배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고, 옛날 말로 ‘개가 5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모든 게 풍족했다. 하지만 명태가 몰려가면서 지금은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쇠락하고 있는 항구라지만 거진항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을의 풍경이 아름답게 어울려 있다. 거진항의 아름다운 풍광은 항구 반대쪽 방파제에서 만날 수 있는데 바다쪽으로 불쑥 나온 방파제 끝에 서면 거진의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해의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화진포다. 도시에서 멀어 

가는 길이 힘은 들어도 

멋진 풍경이 긴 여행의 

시간을 보상해준다. 





화진포의 성에서

바라보는 송림 또한

눈과 머리, 마음에

여유로운 향기를

가득 전해준다.






이국적인 풍경의 송지호


화진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송지호해수욕장은 화진포해수욕장 못지않게 유명하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래밭을 배경으로 송림이 우거져 있고, 뒤편으로 설악산이 버티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해수욕장을 끼고 오토캠핑장도 조성되어 있는데 캠핑장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더욱 낭만적이다. 송지호해수욕장 건너편은 송지호다. 호수 둘레 4km로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어느 석호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송지호에 첫발을 디딘 모든 사람들이 이국적인 자작나무와 울창한 갈대숲이 어우러진 고혹적인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호수는 거울처럼 잔잔하고 자작나무 숲에서 날아온 새소리가 발치에 내려앉는다.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어 한나절 느긋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2007년 개관한 철새관망타워에도 가보자. 5층 전망대에 서면 호수의 전경이 내려 보이는데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정면에는 호숫가 위에 자리한 아담한 정자가 운치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송지호철새관망타워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송림 산책길이 있다. 송림을 지나면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나무로 만든 길이 있는데, 이곳에서 천학정까지 7.7km. ‘관동별곡 8백리길 제8코스시작’이라는 노란색 표지판이 서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길을 가면 송지호교, 봉수대해수욕장, 삼포해수욕장, 백도항을 지나 천학정에 닿는다. 청간정과 더불어 고성8경으로 꼽히는 천학정은 기암절벽과 깎아지른 해안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천학정에 서면 남쪽으로 청간정과 백도가 바라다보이고 북으로는 능파대가 가까이 있다. 주위에는 100년 이상이 된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며 아름다운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천학정은 주변 경관이 주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천학정 옆 구릉에서 바라봤을 때 어떤 정자보다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먼 여행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광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화진포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에 하나하나 

새겨 넣는다.







아이와 함께라면 통일전망대에 가보는 것도 좋다. 가는 길 내내 도로에 수시로 보이는 군용 지프와 트럭, 검문소가 북쪽 땅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고성 통일전망대에 서면 휴전선과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에메랄드빛 동해바다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비무장지대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 한국군관측소도 아련하게 바라보인다. 해금강도 조망할 수 있다. 현종암, 부처바위, 사공바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기묘한 모습으로 떠 있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바라보인다. 어렴풋이 보이는 금강산 봉우리들은 왼쪽부터 일출봉, 채하봉, 육선봉, 집선봉, 세존봉, 옥녀봉, 신선대다.  

통일전망대에서 DMZ박물관이 가깝다. 최북단 군사분계선과 근접한 민통선 내에 자리한다. DMZ는 군대의 주둔이나 무기의 배치, 군사시설의 설치가 금지되는 비무장지대다. 세계 유일의 DMZ를 통해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DMZ박물관 가까이 있는 명파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최북단 해수욕장이다. 밝은 파도란 뜻의 이름의 명파(明波). 발 아래로 밀려드는 맑은 바닷물이 명파해수욕장의 이름을 증명해준다. 여름 성수기에만 문을 여는데 긴장감 넘치는 철책 아래서 맛보는 나른한 휴식이 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고성에 갔다면 토성면에 자리한 ‘백촌막국수’의 막국수를 꼭 맛보자. 미식가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3대 막국수집 가운데 한 곳으로 불리는 곳이다. 먹는 방법이 약간 독특하다. 막국수와 함께 얼음을 동동 띄운 동치미가 나오는데, 이 동치미를 붓고 참기름과 설탕을 첨가해 손님이 취향껏 만들어 먹는다. 톡 쏘면서 시원한 동치미를 한 숟가락 먹어보면 식도락가들이 왜 열광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햇메밀로 뽑은 면 역시 향미가 그만이다. 막국수에 백김치와 명태식해를 넣어 먹기도 한다. 








철책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에서 즐기는

여름은 어떨까?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여는

명파해수욕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행정보


교통편  동서울터미널 또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를 탄다. 속초에서 1번 버스를 타고 간성읍내까지 갈 수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간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가 운행한다.


묵을 곳  금강산콘도(033-680-7800), 대명설악콘도(033-635-8311), 갈매기나는꿈(033-631-0231), 무송정펜션(033-681-0114) 등 콘도와 펜션이 많다. 송지호해수욕장 근처에 송지호 오토캠핑장(033-680-3164 / camping.goseong.org)이 자리하고 있다. 야영장,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관리 상태도 양호하다. 야영지는 모두 90곳. 주차 공간 바로 옆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각야영지마다 나무 탁자와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7번 국도변에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텐트를 치고 있노라면 동해의 청량한 파도소리가 입구까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통나무집도 10동 마련되어 있다.


 먹을 곳  백촌막국수(033-632-5422)는 외진 곳이라 찾기가 쉽지 않다. 주인이 살고 있는 양옥집 뒤편에 식당이 있다. 반찬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게 빨간색의 무침이다. 얼핏 보면 무말랭이를 무쳐 놓은 듯하지만 실은 ‘명태식해’다.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입에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