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계절, 맛과 상념의 풍경 보령

깊어가는 계절, 맛과 상념의 풍경 보령

여행/취미

깊어가는 계절,
맛과 상념의 풍경

보령

충남 보령에 찬 바람이 불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미식가들은 포구로 찾아들고, 마을과 길목은 사색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보령의 우체국들은 깊어가는 계절을 찬미하는 소식을 실어 보낸다.

글.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깊어가는 계절, 맛과 상념의 풍경 보령
2019.12

산과 바다, 섬이 배경인 우체국


보령의 우체국들은 산과 바다, 섬이 배경이다. 다소곳한 산줄기들은 서해를 마주보고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청라우체국은 억새가 흩날리고,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오서산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했다. 오서산 초입에는 낙엽이 내려앉은 호젓한 청라마을이 길손을 반긴다. 성주산 아래 성주우체국은 옛 절터의 아득함을 담고 있다. 국보와 보물이 남은 성주사지 절터는 묵묵히 천년 세월을 대변한다.

서쪽으로 내달리면 보령의 바다다. 천수만에 의지한 천북, 오천 일대는 갯바위에서 굴을 따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오천우체국을 지나면 오동통한 굴로 유명한 천북 굴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천항은 키조개의 집산지로도 유명하다. 겨울바다를 가로질러 연결되는 원산도우체국에는 소박한 섬마을의 온기가 남아 있다.




갯바위에서 굴을 캐는, 천수만 해변 풍경.




석화구이로 명성 높은 천북굴.




수확한 굴을 손질하는 할머니.



오동통한 굴잔치, 천북 굴마을


보령 천북면의 장은리 굴마을은 서리가 내리면 외지인들로 북적인다. 포구 앞에는 수십여 개의 굴 전문점이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서는 구수한 굴판이 벌어진다. 살이 통통 오른 석화(굴)를 석쇠에 통째로 올려 굽는 굴구이는 예전에 뱃사람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배위 화로에서 구워먹던 것이 유래다.

‘석화’로 불리는 천북 굴은 밀물과 썰물이 빚어낸 결정체다. 만조때 물을 빨아들여 영양분을 섭취하고 간조때 햇볕을 쬐면 성장이 늦어도 맛은 깊게 밴다. 이곳 굴은 굴밭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소나무 가지를 물속에 담가놓고 종패를 붙이는 방법을 애용했다.

굴은 85% 자랐을 때가 가장 맛있고 달콤하다. 천북에서는 굴구이 외에도 굴에 콩나물을 넣고 간장에 비벼먹는 굴밥과 칼칼한 국물이 입맛을 돋우는 굴칼국수, 식초·고춧가루·오이와 곁들여 먹는 굴회 등이 인기가 높다. 보령 바다는 새조개 또한 별미다. 속살이 새의 부리처럼 생긴 새조개는 쑥갓, 마늘, 미나리 등을 우려낸 육수에 살짝 데쳐 먹어야 제맛이다.



폐사지의 아득한 추억, 성주사지 


보령의 옛 유적과 함께 상념에 젖으려면 성주사지로 향해보자. 성주산 입구에 위치한 성주사지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유물이 골고루 출토된 오랜 역사를 지닌 절터다. 국보와 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선 황량한 절터에는 3기의 석탑들이 나란히 도열해 번성했던 과거와 건축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백제시대때 오합사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절은 본래 전사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한 호국사찰이었다. 백제 멸망 후 폐허가 된 사찰은 통일신라때 다시 크게 지어졌다가 17세기말 폐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성주사지에서 가장 도드라진 유적인 낭혜화상탑비는 국보 8호로 최치원이 왕명에 따라 지은 비석이다. 거북 받침돌 위에 세워진 비석은  1천여 년이 지났어도 비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령을 상징하는 명산인 성주산은 숲이 깊다. 성주산은 두 곳의 계곡을 거느리고 있는데 화장골 계곡에 편백숲이 펼쳐진 성주산 휴양림이 들어서 있다. 성주사지를 지나 오르는 심연동 계곡은 예전 탄광마을이 있던 자리로 옛 갱도를 간직한 국내 최초의 석탄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개화예술공원의 야외조각작품




폐사지의 사연 담긴 성주사지 석탑들




편백숲이 펼쳐진 성주산 휴양림




청라마을의 은행나무와 신경섭 가옥



개화예술공원과 청라마을 


성주사지의 비석으로 쓰였던 단단한 오석은 개화예술공원에서 작품으로 조우하게 된다. 공원에는 길목마다 오석으로 만든 야외 조각품이 늘어서 있다. 공원 안 모산미술관에는 세계 각국의 회화작품이 전시 중이다. 

청라면의 은행마을은 스쳐 지난 가을의 여운이 짙다. 장현리 청라마을에는 3,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식재돼 있다. 가을을 넘어서며 수확한 은행열매는 마을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청라마을은 낙엽이 뒹굴고 닭이 뛰노는 시골 향취가 완연하다. 마을의 운치를 더하는 것은 동네 한가운데 들어선 고택이다. 신경섭가옥은 팔작지붕의 사랑채 중간에 대청마루를 두고 효자문을 세운 옛 부잣집의 형세다. 후에 양조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는데 목재의 결, 단청 등은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다. 고택 마당에 서리가 하얗게 내릴 때면 청라마을은 아름답게 변색한다. 청라마을의 여운은 물억새 핀 장현 저수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오서산으로 이어지며 깊은 계절의 감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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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

오서산은 억새가 겨울 초입까지 장관을 이뤄 산행객들에게 인기 높은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능선을 걸으며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해발 791m의 오서산은 보령 8경에 속하며, 우리나라 서해 연안의 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오서산 초입에는 오서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어 하룻밤 묵을 수 있다. 1.5km의 휴양림 탐방로만 거닐어도 숲의 향취는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죽도 상화원

죽도 상화원은 ‘서해의 비원’으로 불리는 곳으로, 섬 전체가 한국식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한옥마을, 섬 전체를 에워싼 회랑, 석양정원 등에서 한국의 미를 감상할 수 있다. 죽도는 예전부터 대나무가 많아 대나무섬으로 불리던 곳으로, 대천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남포방조제를 지나면 들릴 수 있다. 비공개로 운영되다 일반시민에게 문을 열었으며, 연륙교로 이어져 자동차로도 진입이 가능하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 해변은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의 바닷길로 사랑받는 곳이다. 매달 음력 그믐과 보름때 해변 건너편 섬까지 1.3km 바닷길이 열린다. 갈라진 바닷길에서는 소라, 낙지 등 해산물을 잡을 수 있다. 무창포 해변에서 맞이하는 해넘이 역시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무창포는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구와 해변 주변으로는 횟집이 늘어서 있어 보령의 바다 별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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