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동업하며 3대를 이어온 황태의 맛

자연과 동업하며 3대를 이어온 황태의 맛

여행/취미

자연과 동업하며
3대를 이어온
황태의 맛

산골황태 3대 식당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노랗게 말린 황태에 콩나물을 넣고 팔팔 끓인 뜨끈한 황태국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알고 있는지? 살을 에는 혹독한 추위에 기꺼이 제 한 몸을 내어준 명태만이 ‘황금빛’ 황태로 다시 태어나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글. 박향아 + 사진. 이도영

자연과 동업하며 3대를 이어온 황태의 맛
2014.12

그중에 제일은 ‘황태’더라 


명태에게 이토록 다양한 이름이 있는 줄은 몰랐다.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 갓 잡아 올리면 생태, 잡은 명태를 얼리면 동태, 바닷가에서 바짝 말리면 북어가 된다. 모두 ‘한 몸’에서 태어났으나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모양도 맛도, 요리법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명태의 변신, 그중에 제일은 누가 뭐래도 황금빛 속살을 뽐내는 ‘황태’. 명태가 산간지방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말리면 ‘황태’가 되는데, 무려 33번의 과정을 거쳐야 ‘황태’로 다시 태어난다니, 이보다 귀하신 몸이 있을까 싶다. 맛은 또 어떤가. 적당한 수분과 두께를 가진 황태는 요리법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뽐낸다. 노릇노릇 구우면 고소함이, 개운하게 끓이면 담백함이, 야채와 함께 찌면 깊은 맛이 더해진다. 그뿐이랴. 명태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숙취해소, 간장해독, 노폐물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갖는데, 명태가 황태가 되는 순간 단백질의 양도 2배로 증가한다니 ‘황태’의 매력은 끝이 없다. 원래 황태는 명태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었다. 바싹 마르는 여느 북어와는 달리 이곳의 명태는 마른 후에도 살이 두툼할 뿐만 아니라, 속살도 황금빛을 띠었던 것. 원산의 혹한과 폭설, 바람과 햇볕에 명태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황금빛 북어, ‘명태’가 탄생한 것이다. 



용대리의 겨울은 황태와 함께 깊어간다


남과 북의 분단으로, 함경도 원산의 황태를 맛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황태의 고향, 함경도 원산과 가장 흡사한 환경을 갖춘 곳이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 황태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다. 진부령과 미시령이 만나는 산골 마을, 용대리의 겨울은 황태가 익어가는 냄새로 가득하다. 덕장마다 빼곡하게 널려있는 황태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모습은, 달리던 차를 멈추고 바라볼 만큼 장관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황태덕장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죽은 황태가 산 사람 잡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된 노동의 현장이다. 명태의 배를 가르고 손질하는 사람, 손질한 명태를 덕장으로 나르는 사람, 명태를 일일이 잘 펴서 덕장에 거는 사람… 이들의 수고에 자연의 섭리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황금빛 황태가 완성되는 것이다. 

명태가 황태로 거듭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아무 곳에서나 말려서도 안 될뿐더러, 명태를 덕장에 너는 시기도 제한적이다. 밤 기온 영하 15도, 낮 기온 영하 5도를 유지하되 낮에는 햇볕이 잘 들어 명태가 얼었다 녹았다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방이 트여 바람이 잘 통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많은 양의 ‘눈’도 필수, 덕장에 널어놓은 명태에 눈이 스며들었다 마르는 과정이 반복돼야만 질 좋은 황태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다 갖춘 곳이라 해도 아무 때나 명태를 널 수는 없다. 덕장에 황태를 거는 데만 통상 15일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혹한의 날씨가 계속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적당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하얀 눈이 함께해야 한다. 혹여나 이 기간에 비가 온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에 적당한 날짜를 정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눈이 수북이 쌓인 황태덕장을 쉼 없이 오가며 수시로 눈을 치워주고, 떨어진 황태를 다시 거는 일의 무한한 반복. 풍작이기를 바라는 용대리 주민들의 간절함과 수고로운 손길 속에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명태는 태백산맥에서 봄바람이 불어오는 삼월이 되어서야 황태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황금빛 선물이다.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명품 황태로 태어난 인제 용대리 황태. 맛이 깊고 감칠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3대째 황태덕장을 운영하며 최고의 황태로 맛을 내는 산골 황태 3대식당.


3대를 지켜온 황태의 맛


용대리에 있는 27여 개의 크고 작은 덕장에서 출하된 황태의 물량은 연간 3,000만 마리, 가난했던 마을은 황태로만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부촌으로 성장했다. 용대리를 지나는 46번국도 양옆으로 황태 전문식당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30여 개의 식당이 다양한 황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가히 황태마을이라 불릴 만하다. 

그중에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긴 줄이 이어지는 식당이 있으니, 3대를 이어 황태덕장을 운영하고 있는 ‘산골 황태 3대 식당’이다. ‘인간극장 식당’, ‘1박2일 이승기 맛집’으로 불릴 만큼 언론을 통해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지만, 이곳의 진짜 경쟁력은 3대를 지켜온 황태에 대한 고집이다. 

1960년대부터 반백년이 넘도록 황태덕장 일을 해온 이수봉 씨. 그 뒤를 이어 황태덕장을 운영 중인 이종구 씨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전통방식으로 황태를 만들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아들 상진 씨가 가업을 잇겠다며 용대리로 내려왔을 때도 덕장을 만드는 허드렛일부터 혹독하게 가르쳤다. 자연의 기운에 수없이 반복되는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더해져야만 ‘황태’의 맛이 깊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즘은 황태를 기계로 말리는 곳도 있지만, 이종구 씨는 명태를 일일이 손질해 덕장에 널어놓고 수개월을 지켜보며 보살펴야 하는 고된 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기계가 시간과 노력 비용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자연 속에서 전통방식으로 말린 황태의 빛깔과 맛을 따라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골 황태 3대 식당’에서는 3대를 이어온 고집에 종구 씨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진 맛깔스러운 황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직접 말린 황태를 먹기 좋게 찢어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진한 육수를 부어 팔팔 끓여낸 황태국밥. 보기엔 꽤 단순했다. 황태를 제외하고는 눈에 보이는 재료라고는 잘 다듬은 콩나물과 팽이버섯 그리고 대파가 전부다. 그럼에도 맛은 단순하지 않다. 황태로 우려낸 국물 맛은 깊고 담백하다. 입안에서 씹히는 황태 살은 고소함을 더해준다. 곁들여 나오는 청량고추를 넣어 먹으면 좀 더 칼칼하게 즐길 수 있다. 황태구이 정식은 황태구이와 황태국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산골 황태 3대 식당’의 별미다. 직접 만든 고추장 양념을 골고루 바르고 양파를 듬뿍 얹어서 구워낸 황태구이는 씹는 맛이 일품이다. 적당히 바삭하면서도 속살은 부드러워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맛보고 감탄을 금치 않았던 황태 강정도 인기메뉴다. 



산골 황태 3대 식당

강원도 인제군 북면 황태길 239 / 033-462-7889




인제 용대리 또다른 황태맛집


+ 송희식당


태곰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국물이 진하디진하다. 황태 살도 푸짐하게 들어있다. 인근에서 봄에 채취해 말린 10여 가지 나물을 고소하게 무쳐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나름의 비법이라고 한다.


주소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로 298

전화 033-462-7522


+ 강원 인제군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 위치한 평화막국수.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답게 독특한 맛과 함께 미식가들 사이에 맛집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국산 메밀로 만든 막국수에 10일간 숙성한 황태회를 각자 입맛에 맞게 양념해서 먹을 수 있다. 감칠맛 나는 황태회가 손으로 직접 뽑은 막국수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주소 강원도 인제군 북면 미시령로 1152

전화 033-462-5822



믿을 수 있는 황태 구입하기

우체국쇼핑(mall.epost.go.kr) 1588-1300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