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is new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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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문화

Food is new fashion

‘잇백(it bag)’ 시대가 가고 ‘잇푸드(it food)’ 시대가 왔다. 무엇을 입고 들었냐가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가 가장 패셔너블한 라이프스타일을 규정한다. 영양학적 부분을 담당하던 음식이 이제는 계급적,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라이프스타일 지표가 되고있다.

글. 김보름

Food is new fashion
2019.12

나랑 같은 메뉴 먹는 저 사람 왠지 친근해


사탕 맛 평가를 위해 모인 실험 참가자들은 2인 1조가 되어 사탕을 배분받았다. 어떤 팀은 서로 같은 사탕을, 어떤 팀은 서로 다른 사탕을 받고 맛있게 먹었다. 그 후 한 명은 투자자, 한 명은 펀드매니저 역할을 주고 투자게임을 한 다음 상대방에게 얼마나 친밀감을 느끼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그냥 똑같은 사탕을 먹었을 뿐인데 그 사람이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얻었다. 유사한 음식을 먹는 것은 타인에 대한 호감을 증가시키고 친밀감을 이끄는 사회적 연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게 우연히 할당된 음식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들은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를 보고 개인의 취향과 배경을 추측한다. <구별짓기>라는 유명한 책에서 저자는 취향이 사람들 사이에 사회·경제적 계급 차이를 구별하는 방식으로 발달하고 있다고 말하며 음식과 패션을 단골 소재로 등장시킨다. 쇼핑은 온라인으로 하고, 음식은 배달시켜 먹고, 여가시간에 유투브를 보는 것이 오늘의 일상이다. 필요성만 놓고 보면 딱히 밖에 나갈 이유가 없다.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 우리 매장에 사람들이 방문할지가 큰 고민인 요즘, 취향을 표현하며 나를 타인과 구별 지으면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그 주요한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illustration 이정윤



음식, 패션이 되다. ‘Food is new fashion’ 


우리가 자아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패션과 음식의 맥락은 서로 얽혀있고, 옷과 음식은 꽤 닮은 구석이 많다. 하이패션 디자이너의 시도가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고 어느 날 동대문 매장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하이푸드 쉐프의 음식도 그렇다. 고급 디저트의 대명사였던 마카롱은 이제 동네 카페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패션과 푸드는 모두 아름다움과 스타일에 집착하고, 품질과 장인정신, 대상에 대한 헌신, 창의성 등의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고, 생활방식 전반에 걸쳐 서서히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패션계 내 음식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음식을 소비하는 즐거움과 가치가 오트쿠튀르 패션처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신 ‘잇’ 레스토랑 방문이나 새롭게 맛본 요리를 SNS에 적극적으로 올리는 행위를 통해 음식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매력 요소로 떠올랐다. 게다가 세계화와 패스트 패션의 영향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면서 주요 도시의 거리 스타일이 점점 비슷해가는 패션 산업과 달리, 음식은 그 지역과 문화, 생활이 반영되면서 여전히 독특한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다.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요즘 사람들에게 정체성과 독창성을 간직한 음식은 가장 핫한 패션 아이템이 되고 있다. 패션이 팔고자 하는 것이 라이프스타일이라면, 그 라이프스타일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핵심으로 음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 카페와 식당을 열다


2017년 11월, 뉴욕 맨하탄 5번가 티파니 본점은 빌딩 새단장과 함께 ‘블루박스 카페’를 오픈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모티브로 한 이곳은 식사를 즐기면서 티파니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감상할 수 있다. 기본 쥬얼리뿐 아니라, 식기와 여권케이스 등 생활용품, 강아지 목줄과 밥그릇까지 티파니의 상징적인 ‘에그쉘 블루’ 컬러를 머금고 진열되어 있다. 이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일본 명품 거리인 긴자에는 샤넬, 에르메스, 불가리 등 이름만 들으면 아는 명품 브랜드가 직접 오픈하고 운영 중인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상하이에도 ‘1921구찌 카페’가 있고, 미국 뉴욕에는 랄프로렌의 ‘폴로바’가 있다. 서울의 ‘하우스 오브 디올’ 매장에는 프랑스 디저트계의 거장 ‘피에르 에르메’ 의 초콜릿 마카롱과 아이스크림 케이크, 스페셜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이런 트렌드가 자리 잡은 것은 그동안 ‘비밀리에’를 표방하던 럭셔리 브랜드가 태도를 바꿔 대중들, 특히 2030 젊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이 전략은 방문 자체가 어려운 명품 매장의 문턱을 낮춰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당장의 구입은 아닐지라도 미래에 올 수 있는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비싸고 콧대 높은 이미지로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아니다.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방문과 이를 통한 새로운 고객층 확보가 브랜드에 활기를 넣어줄 수 있다. 



메로나 신발, 붕어싸만코 티셔츠를 아십니까


식품과 패션 협업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급부상 중이다. 2014년 모스키노 컬렉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맥도날드 로고의 성공을 보라. 빨간 바탕에 선명한 노란 M 로고는 가방, 티셔츠, 원피스까지 다양하게 적용되어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사랑받으며 대부분 매진되는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던킨도넛 박스에 담은 운동화도 있다. 스포츠 브랜드 써코니와 협업한 던킨 운동화는 약 120달러 한정판으로 판매 중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뉴욕과 LA에서 완전 핫한 티tea 브랜드인 차차마차는 나이키와 협업하며 사랑스러운 ‘차차마차 에어 포스1 운동화’를 출시했다. 차차마차는 디지털 디톡스, 커뮤니티, 친환경을 모토로 시작된 말차 전문 카페로, 그들의 차를 마시는 고객이 어떤 활동과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를 분석해 다양한 분야와 협업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빙그레는 패션브랜드 휠라와 협업해 ‘메로나 신발’, ‘메로나 티셔츠’ 등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또 다른 패션 브랜드인 스파오는 메로나, 붕어싸만코, 쿠앤크 등 대표 아이스크림 제품을 디자인한 티셔츠도 내놓았다. 이후 ‘메로나 수세미’, ‘메로나 칫솔’ 등 생활용품으로까지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10대~30대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와 뻔하고 식상할 수 있는 식품 기업이 만나 양쪽 브랜드 모두에게 젊고 신선하며 유쾌한 이미지를 입힌 것이다. 



채소도 비주얼 시대, SNS 에서 돋보이기 공략법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은 SNS ‘인스타그램’과 할 수 있다는 말인 ‘able’ 이 합쳐진 단어로 SNS에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소,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나온 신조어이다. 음식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음식의 ‘사진발’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해졌다.요리에만 신경 쓰던 요리사들도 사진찍기 좋은 식사를 만들기 위해 메뉴와 매장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색감과 장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독특한 재료도 거침없이 활용한다. 여러 색소를 활용해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하는 유니콘 푸드, 각종 토핑과 휘핑크림이 겹겹이 올라간 악마쉐이크 등이 대표적인데, 사진은 예쁘지만 영양은 꽝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인스타용 음식에 안전성 논란도 제기되면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몇몇 음식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이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밀레니얼들은 계속 늘고 있고, 그들의 행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맛과 영양으로 승부하던 음식 전략은 비주얼과 컨셉까지도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음식, 트렌드의 왕이 되다


각각의 트렌드가 있고 유행에 민감하기에 패션과 식품의 협업은 고객수를 증가시키는 요소이자, 매장 방문과 상품 구매 가능성을 상승시키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까지도 높일 수 있는 상부상조의 전략이다. 아무리 좋은 곳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헛수고다. 도시에 빈 공간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트래픽이 중요한 시대. 패션은 트렌디한 감각을 삶 전반에서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붙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식음료를 선택했다.  

SNS와 함께 자본주의적 가치가 높아진 음식이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사실 중 하나는 음식이 사람들과의 소통에 중요한 매개라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그 행복의 진리.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언제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연말 추워진 날씨에는 더욱더. 







참고


Woolley, K., & Fishbach, A. (2017), A recipe for friendship: Similar food consumption promotes

trust and cooperation,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7(1),1-10

‘디올 카페·고메 쿠튀르… 패션, 푸드를 입다’,한국일보, 2015.10 

‘요즘 핫한 스타필드와 롯데 '그로서란트' 직접 체험해봤다’, 중앙일보, 2017.08

‘잇 백 말고 잇 베지터블…요즘은 채소도 유행을 탄다’, 중앙일보, 2017.08

‘음식은 예뻐야 한다?...인스타그램이 바꾼 먹거리 트렌드’, 파이낸셜뉴스, 2018.06 ‘푸드+스트리트 패션 그 힙한 공생관계’, 패션포스트, 2019.08

‘푸드 이즈 뉴 패션(Food is New Fashion)’, 삼성패션연구소

‘티파니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HS애드 공식 블로그, 2019.08

‘푸드에 빠진 패션 옷을 넘어 삶 속으로 들어가다’, 엑스엠디, 2018.09

 <행복의 기원> 21세기 북스, 서은국, 20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