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가슴에 벨을 울리는 사랑의 집배원

텅 빈 가슴에 벨을 울리는 사랑의 집배원

인터뷰

텅 빈 가슴에
벨을 울리는
사랑의 집배원

김용남

서울도봉우체국 김용남 집배원은 시민들에게 평일에는 우편물을, 주말에는 노래를 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집배원 가수’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품고,노래 ‘사랑의 집배원’을 부르는 그의 우체국 러브 스토리를 소개한다.

글. 이성미 + 사진. 주효상

텅 빈 가슴에 벨을 울리는 사랑의 집배원
2019.02

김용남 집배원의 명함에는 흔치 않은 직함이 적혀 있다. 바로 집배원 가수라는 직함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집배원 가수만큼 그에게 어울리는 직함은 없다. 그는 평일에는 집배원으로 강북구 미아동 주민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고, 주말에는 가수가 되어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노래를 부른다. 

“간다 간다 달려간다 선물 전하러 (중략) 오늘도 그대의 징검다리 되어 텅 빈 가슴에 벨을 울리는 나는야 바람 같은 사랑의 집배원.” 집배원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그의 노래 ‘사랑의 집배원’(박주곤 작사, 차화석 작곡)은 우리 이웃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가슴에도 벨을 울린다.





“오래전 산사 음악회에 나가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를 불러서 1등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게 음악적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후 6년 전 봉사활동을 갔다가 우연히 무대에 오르면서 노래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제 노래를 듣고 힘을 얻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참 좋았어요. 그래서 노래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죠.”


연습실도 녹음실도 없었지만, 그의 열정은 여느 가수 못지않았다. 매일 천 통 이상의 우편물을 배달하다 보면 고단할 법도 한데, 퇴근 후면 그는 집 근처 산이며 들로 나가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신기하게도 불끈 힘이 났다. 그 힘이 김용남 집배원을 가수로서 더 성장하게 했다.


“다른 가수의 노래만 부르다 보니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문득 소방관을 위한 노래도 있고 경찰관을 위한 노래도 있는데, 시민 가장 가까이에서 행복을 전하는 우리 집배원을 위한 노래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박주곤 시인에게 부탁해 받은 시를 노랫말 삼아 사랑의 집배원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 후로 김용남 집배원은 주요 공중파 방송 출연은 물론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며 집배원 가수로 얼굴을 알렸다. 그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는 큰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기더라도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출연을 결정한다. 유명해지고픈 마음보다 자신은 집배원이라는 사명감이 더 강한 탓이다.





언제 어디서든 집배원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아


“집배원은 저의 천직이에요. 젊은 시절 방황에서 벗어난 것도, 사람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가수로 살게 된 것도 모두 집배원이라는 직업 덕분이에요.”


집배원으로 살아온 지 올해로 27년째. 젊은 시절 기수騎手 생활을 하며 번 돈을 사업으로 탕진하고, 홀로 집 계단에 앉아 하늘을 원망하며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우편함에 편지를 두고 가는 집배원을 보았다. 직감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바로 공채시험을 준비했고, 김용남 집배원은 1992년 처음 우편물 가방을 들었다. 그 후로 안정을 되찾은 그는 소외된 이웃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덕분에 가수로서 새로운 인생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김용남 집배원은 지금도 우편물을 배달하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 서서 메모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노래를 구상한다. 지난해에는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효심’ 이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이 여는 경로잔치에서 ‘효심’이라는 노래를 처음 불러드렸는데, 어르신들로부터 정말 큰 박수를 받았었어요. 감개무량하더라고요. 돌아가신 어머님께 이 노래를 불러 드렸다면 저렇게 좋아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목청껏 부르는 그의 노래 ‘효심’은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향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가 무대에 서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내는 매니저, 아이들은 팬 역할을 도맡아 김용남 집배원을 응원한다. 물론 동료 집배원들도 그에게 항상 힘이 되어준다. 이렇게 주변에서 받은 사랑과 용기는 노랫말이 되어 앞으로도 오래 우리 이웃에게 전해질 것이다.


“집배원이라는 제 삶에 충실하면서도 저는 항상 꿈을 꾸고 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지금은 우체국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고요. 다른 선후배분들도 우체국이라는 든든한 땅 위에서 멋지게 피는 꽃이 되길 바랍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우리는 사랑의 집배원이니까요.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