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군사도시, 그 안의 정겨운 사랑방

소박한 군사도시, 그 안의 정겨운 사랑방

우체국&직원탐방

소박한 군사도시,
그 안의 정겨운 사랑방

화천우체국 사람들

무더위와 강추위를 피하기 좋은 곳으로 흔히들 은행을 떠올릴 때 강원도 화천군민들은 다르다. 날씨가 덥든 춥든,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화천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우체국이 있기 때문이다.
고객도 인정한 ‘친절 넘버원’ 화천우체국 우편물류과를 만나 따뜻한 이야기를 나눴다.

글. 전보경 + 사진. 이원재

소박한 군사도시, 그 안의 정겨운 사랑방
2018.01





2년 연속 경영평가 우수상에 빛나는 화천우체국의 드림팀


매서운 강추위를 뚫고 할아버지 한 분이 힘겹게 우체국 문 앞에 도착하자 직원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마중한다. 어르신이 손에 꼭 쥔 통장을 건네받고 마치 친손녀처럼 송금 업무와 통장 정리를 돕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질 무렵, 한쪽에서 들려오는 낭랑한 목소리. “어머님, 이쪽으로 주세요. 포장은 제가 할게요.”

고객이 다가오면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화천우체국에는 이처럼 직원들과 고객 간의 대화가 온 종일 끊이질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2015년부터 우정사업 경영평가 부문에서 2년 연속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화천우체국은 직원들 역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곳이다.

“파로호와 붕어섬, 딴산과 비수구미 계곡 등을 품고 있는 화천군은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쉴 수 있는 곳이에요. 화천읍의 중심지에 있는 우리 화천우체국은 자연이 주는 혜택처럼 ‘따뜻한 우체국’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업무 개시 전 20분 동안 분야별 고객 만족 교육을 일상화하여 진행하고 있어요. 2015년부터 2년 연속 우수상을 받고서도 안주하지 않았으니 2017년도 평가에선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부서 업무를 총괄하는 배기환 과장과 더불어 집배를 관할하는 김정순 물류팀장과 이재순·박의서·홍은영 주무관 등 15명으로 구성된 화천우체국 우편물류과는, 필요에 따라 타 부서 업무를 지원하고 우편 업무까지 돕는 ‘드림팀’이다. 화천군은 육군 7사단과 15사단, 27사단이 주둔하고 있어 전체 인구의 60%가 군인으로 구성된 군사도시라는 특성에 맞게 우편량도 많은 지역. 그렇기 때문에 우편물류과 직원들은 6만여 명 군 장병과 가족들의 소통을 돕고 있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단다.

“군부대 밀집 지역이라서 입영 시의 개인 옷과 소지품을 가정으로 보내는 장정택배와 소포 물량이 기본적으로 많습니다. 올해 3월에는 군부대와 MOU를 체결하여 운영 자금 수탁과 신규 계좌 유치도 했어요. 연말은 김장철과 겹치면서 농산물 택배량이 급증하여 평균 약 20% 정도 업무량이 늘어납니다. 그래도 나라 지키는 아들들과 타지에 나가 고생하는 가족들 생각해서 보내지는 물품들이니 이 분들의 정성을 떠올리면 힘들단 생각은 할 수가 없지요.”

우편물류과에서 세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재순 주무관은 “화천우체국이 규모는 작지만 오가는 고객들이 다양하고 우편물 하나하나에 사연이 깃들어 있어 즐거운 곳”이라며 지역적 특성을 설명했다. 업무량에 상관없이 즐거움을 느끼는 직원들이라니, 우체국을 애용하는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문득 고마움을 느낀다. 조금은 시간이 걸려도 진심을 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왼쪽부터) 김은수 영업과장, 엄도용 우정노조지부장, 배기환 우편물류과장, 박의서 주무관, 이재순 주무관, 홍은영 주무관



고객 하나하나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겨울 축제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는 화천우체국이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17년 1월에 열린 산천어축제 현장에 ‘산타우체국’이 설치되어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타마을’로 유명한 핀란드 로바니에미시(市)와 협약을 맺은 화천군청이 ‘산타우체국 대한민국 본점’을 개설했고, 1년 동안 전국에서 보내온 4,764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아이들의 소망이 가득 담긴 이 편지들은 지난 12월 4일, 화천우체국을 통해 핀란드 체신청으로 전달됐다.

“전국 어디서든 수신자에 ‘산타’라고만 써서 보내면 이쪽으로 편지가 도착했는데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월 평균 4~500여 통씩 꾸준히 온 그 편지들을 보며 많이 웃었어요. 봉투를 열어 내용을 볼 수는 없지만 꼬물꼬물한 글씨로 ‘산타할아버지께’라고 쓴 걸 보면 어찌나 귀엽던지요. 정체 모를 손그림과 자잘하게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면서 동심이 얼마나 예쁜 건지 깨달았답니다.”


우편물류과에서 직접 만나지 않는 어린이 고객들도 이토록 소중한데 지역 내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단골 고객들은 얼마나 귀할까? 인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입사 3년차 박의서 주무관은 고객을 섬세하게 돌보고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화천우체국의 장점이라며 따뜻한 추억 하나를 꺼내 놓았다.

“한번은 나이 지긋한 양봉업자 한 분이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꿀을 보내러 오셨는데 떨어뜨려서 깨지고 말았어요. 얼른 대체할 용기를 구해다 드렸더니 고맙다며 그 자리에서 꿀을 잘라 직원들 입에 직접 넣어주셨습니다. 달콤한 꿀이 참 맛있었고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네요.”





기쁨과 건강이 충만한 행복 우체국


새해를 맞아 우편물류과 직원들은 화천우체국과 부서의 발전을 위해 저마다 목표 한 가지씩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입사 1년이 갓 지난 홍은영 주무관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해졌다.

“학창 시절 좋아하던 가수에게 택배를 보내려고 우체국을 자주 드나들었어요. 갈 때마다 친절히 응대해주시는 직원들을 보며 우체국이라는 기관에 호감을 갖게 된 저는 결국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우체국을 택했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우편 업무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내기의 열정이 느껴지는 홍 주무관의 대답에 20년차 선배이자우편물류과의 든든한 버팀목인 배기환 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였다. 수장으로서 부서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그는 ‘행복’을 화두로 이야기했다. 누구 하나 어긋남 없이 맡은 바를 다해내고 있는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어느 책에서 ‘행복은 마음에서 크는 나무’라고 쓰인 걸 봤습니다.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발전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만큼 물을 주고 나무를 키워도 충분히 키가 큰 ‘행복나무’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화천우체국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도 기쁨과 건강이 충만하여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첫 마음, 첫 각오는 결심하고 되새기는 순간 절반은 이룬 듯한 뿌듯함이 있기에 아름답다. 새 희망 가득 담은 이야기들이 화천우체국 우편물류과를 통해 전국 곳곳으로 배달되어 누구나 행복나무 한 그루쯤 키울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