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게 편지를 쓴 기억이 있나요?

군인에게 편지를 쓴 기억이 있나요?

우체국역사

군인에게 편지를
쓴 기억이 있나요?

우정역사 탐방

1,800년 전 작성된 이집트 출신의 한 군인이 쓴 편지가 몇 년 전 회자된 적이 있다. 로마 군단에 속해있던 ‘아우레리우스 폴이온’이란 군인이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쓴 편지가 100여 년 만에 판독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그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통신망이라고는 거의 없던 그 시절, 군인에게 ‘편지’는 가족, 연인과의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였다.
오늘날에도 군인에게 ‘편지’란, 종교시설에 가서 먹는 초코파이보다 또는 TV 쇼에서 나오는 걸
그룹보다 더 큰 위안을 줄 수 있는 매개체이다. 낯선 환경에서 고된 훈련을 마친 후 가족, 친구, 연인에게 온 편지를 읽다 보면, 굳게 닫힌 마음이 어느새 스르르 녹아내린다. 이러한 편지를 군인과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건 ‘군사우편’이라는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인의 소통을 오랫동안 책임지고 있는 ‘군사우편’ 그 역사를 들여다보자.

글. 최재욱

군인에게 편지를 쓴 기억이 있나요?
2016.06

군사우편의 탄생과 이용량


군사우편 제도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 만에 시작되었다. 체신부와 국방부의 공동 제안으로 ‘야전우체국 설치와 군사 우편 취급의 건’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이에 따라 부산에 1950년 9월 22일 처음 야전우체국이 세워진 것이 대한민국 최초의 군사 우체국이다. 본 제도는 국방부에서 체신부에 먼저 요청했는데, 생사를 걸고 싸우는 국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선 군사 우편 제도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군사우편도 어려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육·해·공군의 유기적인 업무 공조를 통해 전장에 있는 장병과 후방의 가족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군사우편 이용량은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1956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이후 조금씩 둔화되었다. 역사상 군사우편 이용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월남전쟁 때였다. 

6·25전쟁이 일어나고 휴전이 성립된 1950년대는 군사우편물의 연간 이용량은 최대 3,000만 통이었다. 그러나 월남파병이 본격화됐던 1960년대 후반에는 그 숫자가 부쩍 늘어 5,000만 통에 육박했다. 그 뒤 월남파병이 끝나면서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군사우편 중 순직한 체신인


 6·25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창설된 군사우편 제도는 군 작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공로도 매우 컸다. 특히 총포탄이 쏟아지는 전쟁 중에도 군사우체국 직원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6·25전쟁 중에 군사우체국에 근무하다 순직한 체신인은 두 명이었다. 첫 번째 희생자는 102 파견국장 정환태였다. 그는 중부전선 산악지대에서 목숨을 돌보지 않고 군사우편 업무를 수행하다 적에게 포위되어 실종됐다. 또 한명의 희생자는 104 파견국장 김유현이었다. 그는 국군이 평양을 탈환할 때 평양지구 중앙야전우체국까지 따라가 군사 우편 업무를 수행한 데 이어 1·4후퇴 후에도 계속 야전우체국장으로 활약하다가 육군 104 파견국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사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위문편지 보내기 운동





30대 중반 이상의 세대에는 학교에서 위문편지 운동을 통해 군인 장병에게 ‘군인 아저씨 안녕하세요! ~’ 로 시작되는 편지를 보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 위문편지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옆에 크리스마스 씰을 나란히 붙여 보냈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군 사기 진작을 위해 1950년대부터 시행했던 위문편지 제도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표현과 무성의한 내용이 많다는 여론으로 인해 1988년 폐지되었다. 






군인에게는 편지는 여전히 편지 그 이상이다 


어릴 적 군인에게 편지를 쓰던 기억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 군인 아저씨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였고, 그 작은 편지 하나가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군 장병에게 온라인 PC 이용은 물론 휴대폰까지 대여가 되는 세상이 도래했지만, 군인에게 편지가 가진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 병영체험 TV 프로그램인 MBC의 ‘진짜 사나이’에서도 편지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남자 연예인들의 TV 속 군대 이야기에도 팬들과 동료들이 보낸 편지 이야기가 단골 소재이다. 그만큼 군인에게 편지는 전화, 인스턴트 메신저, 이메일이 가지지 못한, 애틋한 감정이 묻어난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누구라도 좋다. 조국을 위해 젊음을 희생하며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장병을 위해 손편지 한 장, 우표 하나 붙여 보낸다면, 분명 그들의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답장을 받을 여러분에게도 작은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