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이형철(안양시 동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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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타오르는 낙엽 냄새가 풍길 때는 그리운 어머니의 잔잔한 음성도 들어 보았다. 아파트 뒤편 굽어진 저 길을 걸어가면 그리운 사람이 있을까? 생각도 가져보고 도로변에 홀로 서 있는 빛바랜 빨간 우체통을 바라보면 옛 생각도 떠올랐다. 그런데 오후에 연락도 없이 갑자기 군 생활 중인 처가댁 조카가 집에 찾아왔다. 이번이 마지막 휴가라고 한다. 조카는 중국음식점 간판을 보더니 자장면 한 그릇을 사달라고 한다. 나
는 좀 더 맛난 걸 먹자고 했지만, 조카는 자장면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얀 면발 위에 달콤한 양념 춘장을 듬뿍 올린 자장면이 나오면서 입안엔 벌써 군침이 돌았다. 자장면은 예전부터 최고의 외식 메뉴였다. 피자와 햄버거 부럽지 않은 위세를 누리며 서민의 사랑을 받았기에 언제나 인기가 높았다. 양파에 단무지를 번갈아가면서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자장 내음이 옷깃에 묻혀 있다.
이제 머지않아 코로나19가 비켜 가면 둥글둥글한 하루 속에 잘 익어가는 마음을 가져본다. 새해에는 모두에게 작은 행복이 가슴에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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