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박현(경기 안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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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방에 들어있던 USB를 잃어버렸다. 포맷하면서 옮겨 놓은 회사 파일과 그동안 쓴 글, 사진도 많이 들어 있어 순간 온몸에 싸한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서 사용하다가 집에서 작업하려고 가방에 넣고 며칠 다녔는데 어디서 빠졌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지갑처럼 신분증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지 손톱만한 USB를 어떻게 찾을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 후 모임에 가느라 지하철을 탔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젊은 남자는 내 이름을 말하며 USB를 잃어버리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주웠는데 공모전에 보낸 파일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기에 중요한 자료 같아 전화했다고 했다. 어떻게 보내주면 좋겠냐는 말에 우편으로 보내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전 마트에서 카트에 넣은 와인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깨질까봐 와인 옆에 손가방을 뉘여 놓았는데 그때 빠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한 것이 실례인 것 같아 찾으러 가겠다며 다음날 전화를 하니 아주머니가 받았다. 아들이 주웠는데 여행을 갔다며 자신이 등기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아니라며 찾으러 간다며 주소를 묻고 보니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였다. 퇴근 후 아이스박스에 담겨진 싱싱한 딸기 두 팩과 블랙커피와 믹스커피를 사서 아파트 아래에서 아주머니를 기다렸다. 아주머니는 USB에 자신이 손으로 뜬 고리를 매달아서 내게 주었다.
오늘은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회사로 향하는데 라이트가 켜져 있는 차가 보였다. 배터리가 방전될까봐 알려주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당황했는지 나보고 죄송하다고 했다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라이트가 켜져 있어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마음 따뜻한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라이트가 켜져 있는 차를 보면 거의 전화로 알려줬지만 문자를 받은 일은 처음이었다. 나 역시도 누가 전화로 알려줘도 따로 감사 문자를 보낸 적은 없었다. 나도 답장을 보냈다.
“라이트가 켜져 있다고 전화를 드린 적은 많지만 감사 문자는 처음 받습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따뜻한 문자가 오고가자 가슴이 훈훈해 지며 살며시 감동이 밀려왔다. 사소한 것을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사소한 일에도 인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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