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우윤숙(대구광역시 달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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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작년에 비해 큰 추위 없이 지나가고 이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아직은 마지막 가는 겨울이 아쉬워 꽃샘추위가 시샘을 해서 얼른 봄이 오지 않고 간간이 추위가 몸을 움츠려들게 하기도 한다. 자연의 이법과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지 올해도 4월부터는 어김없이 봄이 찾아올 것이다.
봄의 상징은 과연 꽃인지라 매화와 산수유는 벌써 피어나 화사한 자태를 제공하고 목련이 3월 중순부터 피어나 봄의 기운을 보여주고 있으며 샛노란 개나리와 진달래들이 피면서 산과 들이 울긋불긋해지고 벚꽃이 도로와 아파트 화단, 산골에 피면서 온통 벚꽃 축제로 봄의 절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비록 예년에 비해 다소 늦긴 했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기온과 더불어 봄을 상징하는 꽃들이 거의 다 피어 만물이 소생하는 느낌을 준다.
또한 날씨가 풀리자 몸을 활짝 펴면서 성급한 아낙네들은 벌써 들녘에 나가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쑥 캐기에 여념이 없다. 쑥, 달래, 냉이 등 여러 가지 봄나물이 온 산천에 깔린다. 내가 시골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에는 보릿고개 시대였었기에 봄나물을 닥치는 대로 뜯어 모자라는 양식을 대신하기도 했다. 할머니, 어머니, 언니 등 여자들이 모두 동원되어 쑥 바구니에 쑥을 캐 담고 달래나 냉이도 뜯었다. 할머니와 밭두렁에 앉아 쑥과 냉이를 뜯어 소쿠리에 담으며 마냥 좋아라 했다. 할머니는 구부러진 허리에 가득 담긴 봄나물 소쿠리를 힘들게 끼고 오시다 피곤하셨든지 수양버들 나무 밑에서 “쉬었다 가자” 하시며 주저앉았다. 때마침 수양버들이 물이 오르기 시작해 가지가 축 늘어진 수양버들을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끝을 납작하게 한 뒤 얇게 칼로 다듬어 기어코 피리를 만들어 주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할머니 뒤를 따라오며 “삐리리 삐리리” 목이 아프도록 열심히 피리를 불어댔는데 그래서 나는 할머니와 함께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것을 더욱 좋아했었던 것 같다. 쑥도 뜯고 피리도 부는 재미로 마냥 가족과 함께 산으로 들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뜯어온 쑥으로 어머니께서는 손수 쑥국을 끓여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으며 쑥국은 아픈 목을 낫게 해준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남은 쑥은 쌀가루를 묻혀 쪄내는 쑥 털털이라고 있었는데 식량이 귀했거나 없던 시절 식사 대용으로 자주 애용하곤 했었다. 많이 쪄서 이웃집과 친척집에 돌려 나누어 먹기도 했었다. 그리고 냉이와 달래는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정말 봄 냄새 같은 향긋한 맛과 냄새가 나서 일품이었다.
현대 아이들은 이런 경험도 해보지 못하고 그저 학교와 학원 등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해 애처롭고 서글프기 짝이 없다. 한창 어린 시절에는 자연을 벗하고 대자연과 더불어 친구들과 함께 장난도 치고 놀이도 하며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너무 아이들을 학교와 학원 등 콘크리트 벽 안에만 가두어 과연 사는 맛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부모들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시간을 내어 자녀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가 쑥도 캐 보고 냉이와 달래도 뜯는 봄의 산 경험을 하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봄나물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있다고 하니 건강식이 아닌가. 아마도 70살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어린 시절에 봄나물을 많이 먹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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