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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아래 서면
고향의 푸른 메아리 들려옵니다.
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마른 손짓
그리워 눈물 납니다.
어서 가거라 발길을 재촉하시지만
꼭 다시 오라는 듯 내게로 못 박은
푸른 시선 못내 아쉬워
마음만은 고향에 두고 옵니다.
고향의 아침을 여는 건 소나무였습니다.
아침이슬에 젖은 푸른 손길
이마에 닿으면,
나는 잠으로 얼룩진 어제를 털어내고
햇살처럼 기지개 활짝 폈지요.
솔잎 같은 더벅머리 푸른빛에 감아 빗고
파랑새 되어 나무 꼭대기 날아올랐지요.
어린 나, 동화 '재크와 콩나무'를 읽으며
소나무 휘감은 햇살 사다리 타고 오르면
하늘에 닿을 줄만 알았습니다.
마음 속 푸른 염원 나무만큼 자라고
나는 이제 동화 믿던 고향의 품을 떠나 있지만
소나무 있는 고향은 나의 일부.
푸른 심장 소리, 나를 살아있게 합니다.
소나무는 기억합니다.
우리들 햇살 같은 아우성과
밑둥을 간질이며 키재기하던 체온과,
시시콜콜 일도 많던 집집마다의 역사를.
나를 존재케 하는 푸른 얼이여,
묵묵히 하늘 떠받든 그대의 기상 본받아
남은 삶 푸른 희망으로 색칠해 나가고자 합니다.
무심히 지나온 어제의 발자국 위에
청비늘 솔잎처럼 선명하게
희망의 직인 하나 공들여 찍습니다.
소나무 아래 서면 언제나
나의 추억은 현재진행형.
소나무는 나의 역사,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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