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김은경(대구 달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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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큰맘 먹고 대청소를 했다. 옷과 수납장, 책장에 쌓여 있던 물건이 두세 보따리는 족히 넘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고 묵혀두었던 헌 옷과 식기, 집기, 생활용품 등을 과감히 버렸다. 그렇게 버리는 것으로 정리를 마쳤다.
어린 시절부터 무조건 물건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에 버리기 싫어하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내가 주부가 되고부터는 설명하기 힘든 사명감(?)에서 버리지 않는 습관이 굳어버렸다. 버리는 것을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한 달 내 혹은 1년 사이 내가 썼거나 혹은 쓸 물건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보관하는 게 짐스럽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 역시 대부분 소유의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신앙처럼 뭔가를 가지면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반대로 내가 불행한 이유는 원하는 걸 원하는 만큼 갖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갖고 싶던 걸 손에 넣어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수많은 물건에 철저히 포위된 삶으로 치우고 치워도 끝이 없는 집안 청소, 결국 안락하고 인간다운 삶을 물건에 빼앗겨 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채우는 삶’보다 ‘비우는 삶’이 오히려 더 풍요롭고 가치있음을 이제라도 깨닫게 돼 큰 다행이다. 나도 이젠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니라 ‘비움 속의 행복’을 누리는 삶을 살고 싶다. ‘은경이의 비움 속 행복 되찾기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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