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사를 1년에 두 번이나 치르고, 젖은 수건처럼 무겁게 한참을 누워 있던 날이었다.
다음 날 출근으로 다시 몸을 일으켜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짐 정리를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별빛이 거실 창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래!! 이곳에서 좋은 일이 별처럼 쏟아지리라~~’
궁지에 몰리면 최대치까지 긍정 회로를 돌려야 버텨진다.
습관처럼 되뇌었지만 그래도 점점 지쳐갈 무렵 낯익은 꽃무늬 상자가 보였다.
“우와~” 외마디 탄성이 저절로 났다. 상자 뚜껑을 열자 나는 이내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
두 딸이 어릴 적부터 써 주었던 쪽지와 편지가 그득 담겨 있었다.
맞춤법이 틀려 소리 나는 대로 써 준 어린이집 때 편지부터 작년 시집가기 전 써 준 큰딸 편지며 대학생이 되어 멀리 혼자 원룸 생활을 하고 대학연수로 다른 나라에 공부하러 간 작은딸의 편지, 생일 축하와 고마움이 가득 담긴 남편의 응원 글까지. 그 속에서 나는 울고 웃으며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여기까지 묵묵히 걸어온 것이다. 바로 우리 모두의 역사였다. 그것들은 그냥 단순한 편지가 아니었다.
인생의 굽이굽이 고난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게 동아줄이 되어 주었고,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했던 순간순간을 사진보다 더 자세히 기록해 주었으며,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우리를 연결해 주는 오작교가 되었다.
쉬운 방법은 많다. 전화나 영상통화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고 편지의 힘을 믿고 있다. 아들이 없는 내게 우리의 아들로 와 준 사위도 생일에 편지를 써 주어 내 보석 상자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 보석 상자에 많은 보석은 없지만 더 값진 편지가 가득 찬 나는 진정한 부자이다. 30년째 직장을 다니는 내게 가장 커다란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인연들의 편지를 잘 보관하고 힘들 때 다시 꺼내 보며 웃을 수 있으니 내일 또 힘을 내서 출근하리라. 편지의 강력한 힘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