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 작은 필통에 칼로 깎은 연필과 함께 딱지모양으로 접은 쪽지를 넣어주시곤 했다. 학교에 가서 필통 지퍼를 열어 글을 읽으면 엄마의 사랑이 느껴져 입가에 웃음이 퍼졌다. 매일 얼굴을 보고 같이 잠을 자는데도 엄마는 이렇게 쪽지를 써 주었다. 소극적인 성격에 낯을 많이 가리는 내 성격때문이리라.
게다가 나의 받아쓰기노트를 보시고 맨 마지막 여백에 또 메모를 해 주셨다.
참 잘했다고. 사랑한다고. 몇 점을 맞든 엄마는 내게 잘 했다고 그리 쓰다듬어주셨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엄마는 그렇게 내 필통 속에 그리고 받아쓰기노트나 공책들속에 작은 편지글을 써 주셨다. 커가며 그것이 응원과 격려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에도 나는 항상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같았고 점점 학교생활도 잘 해나가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중학생이 되는 해 엄마는 직장일을 쉬다 다시 일을 하시게 되었고 그날은 다른 도시로 교육을 받으러 새벽에 나가신다고 일찍 주무셨다.
밤늦게 공부를 하다 나는 엄마에게 받았던 응원을 나도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용돈을 모아 사 온 사탕을 일일이 포장하고 종이를 하트모양으로 오리고 엄마에게 편지를 써서 엄마의 가방 속에 몰래 넣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가슴이 벅차고 행복함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매일 보는 우리 사이에 왜 내게 쪽지를 주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다음날 엄마는 버스를 타고 가다 나의 편지와 사탕을 보시고 울면서 전화를 하셨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는 거라고 하셨다.
이제서야 엄마에게 편지를 쓴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받기만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는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입으로 하는 말처럼 흩어지지 않고 충만함이 모아지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뒤로 엄마와 나는 더 많이 쪽지를 주고받는다.
엄마의 쪽지는 항상 내게 자신감을 주고 이 겨울 손난로보다 따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