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우체국 이찬구,
성북우체국 김신은
집배원이 소개하는 서울 그곳
중앙우체국 이찬구 집배원
길
걷다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깨우는 그 길에서
혜화동 - 성북동
동전의 앞뒤 면처럼 혜화동에서 성북동까지, 그 길에는 다른 양면이 공존한다. 혜화동 대학로에는 젊음의 생생함이 느껴지고 대학로를 빠져나와 성북동으로 향하면 바로 고즈넉함이 찾아온다. 대학로 끝자락 동성고등학교 앞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필리핀 장터는 마치 옛날 우리 장터처럼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같고, 맞은편 로터리를 돌면 우리나라 최초 한옥 동사무소는 과거로 우리를 끌어내린다. 재벌 1세대들이 자리 잡은 성북동에는 저택과 성북동 토박이들의 소소한 풍경이 함께한다. 소주와 양주가 같은 선반에 놓여진 구멍가게, 브런치 카페와 기사식당, 테이크아웃 커피숍과 추억의 왕돈까스가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기만 하다.
성북동에는 역사 가치를 지닌 문화장소와 예술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 시작점은 성북초교에서 출발한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데 평생을 바친 최순우 옛집은 시민들에 의해 보전된 1호 문화유산으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산실이다. 늘어선 커피숍 길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 전통차방으로 운영되는 소설가 이태준의 개량 한옥 고택인 수연산방이 나온다. 수연산방은 걸쭉한 대추차가 일품이다. 조선총독부와 마주하는 남쪽을 등지고 북향으로 지은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삼우장은 독립운동을 하며 결국 광복을 보지 못하고 삶을 마친 곳이다. 흔적 따라가기, 역사문화기행이라 해도 좋겠다. 서울 한복판에서의 역사문화기행을 나서보자.
그곳은 누구에게나
추억의 공간이 된다
덕수궁 - 정동길
흐린 가을날, 따뜻한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만날 것만 같은 왠지 모를 기대감이 든다. 추억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덕수궁 길은 이 길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더라도 추억을 되새기기에 맞춤이다. 덕수궁은 계절마다 분위기를 바꾸며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다. 걷다가 길가에 놓인 특색 있는 벤치에도 꼭 앉아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언덕 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인 정동교회를 시작으로 정동길이 시작된다. 우리나라 최초 판소리 극장 원각사를 재현한 정동극장에서는 매일 저녁 8시 한국 전통 뮤지컬 ‘미소’를 공연한다. 한국 신 교육문화의 개척자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세운 배재학당과 스크랜톤이 시작한 이화학당이 자리한 정동길은 미국의 전통적인 어느 소도시에 와 있는 듯 여행자의 느낌을 준다. 러시아공사관, 심손기념관 등 정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마다 역사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정표 속 과거의 사진과 현재를 비교해보며 지금의 모습을 기억 속 한순간으로 간직한다. 과거와 현재, 한국과 이국의 모습을 품은 이 길을 이 가을 연인, 가족과 데이트 코스로 삼아보면 어떨까. 책갈피로 쓰일 낙엽을 모으며 우리 행복했던 그날은 추억이 된다.
예술
느끼다
커피 머신을 타고
현실에서 잠시 떠나기
조셉의 커피나무
성북우체국 김신은 집배원
그리스의 산토리니, 혹은 프로방스에 온 걸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뒤돌아있는 곳은 잠시 잊는다. 성북동 꼭대기에 자리한 조셉의 커피나무는 달력의 빨간 날에도 여유와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공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많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단지 장식품이 아니라 소장품으로 주인장의 노력과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앤티크 숍에 온 듯한 느낌이다. 1층에 들어서자 커피볶는 방에서 나오는 진한 커피냄새에 흠뻑 빠진다. 로스팅도 직접하고 있다. 3층까지 있는 조셉의 커피나무는 각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모든 이들이 추천하는 3층은 야외 공간으로 성북동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머물기만 해도 좋을 꿈속의 공간이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350-3 / 02-741-1060
한국의 루브르 박물관
간송미술관
국보급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 사립박물관 간송미술관. 유명 미술관에서 특별전시로 고이 모셔 온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외국의 그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우리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국사책에서만 보았던 신윤복, 김홍도, 정선의 그림들. 간송미술관은 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 보름 동안만 개방된다. 전시품는 시기마다 기획전으로 하기에 달라진다. 이때만을 기다려온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개방 첫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도 부럽지 않은 간송미술관. 루브르의 모나리자가 있다면 간송에는 미인도가 있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97-1 / 02-762-0442
서정주, 김동리, 이중섭
문학 청년들의 아지트
보안여관
청와대를 향한 길에 자리한 보안여관은 이름부터 남다른 의미를 붙일만하다. 보안여관? ‘여관’이 아니다. 1932년에 문을 열어 2004년 여관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이곳에 새 숨을 불어넣어 잠자는 여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정주와 김동리 등 문학청년들은 보안여관에 모여 동인지를 창간하고 수많은 문학작품을 탄생시켰다. 화가 이중섭의 작업공간이었고 다양한 예술인들이 장기투숙하며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던 공간이다. 지금도 보안여관에는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허물어진 낡은 벽, 오래된 꾀꾀한 냄새, 삐걱거리는 계단, 벽 곳곳에 쳐 있는 거미줄, 고단한 한 몸 뉘였을 다닥다닥 붙은 작은 방 내부를 그대로 살려 방은 갤러리가 되었고 프로젝트 아트숍 ‘예술을 파는 구멍가게’도 자리하고 있다. 보안여관의 전시는 특색있는 기획전으로 열린다. 사진촬영이 금지인 전시회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마음껏 담아가도 좋다. 역사와 문화, 정신을 담아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나그네들이 쉬어가는 곳이 문화에 동참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문화공간이 된 보안여관이 가진 역사성과 특별한 문화성이 훼손되지 않고 소중히 잘 간직되고 있다. 시간은 흘렀고 보안여관은 그대로 멈추었다. 옛것, 낡은 것은 허물고 새것만 추구하는 세상에 보안여관은 낡은 것이 주는 신선하고 새로운 숨결을 느끼게 한다.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1 / 02-720-8409
문학
공감하다
WHAT THE BOOK?
왓더북
서울 시내 대형서점에도 없는 영어원서가 여기에 있다. 영어강사로 한국에 와서 한국여자와 결혼한, 한국을 아주 좋아하는 미국인이 경영하는 영어원서 전문서점이다. 왓더북은 작은 서점으로 시작해 2호점까지 생긴 중형 서점이 됐다. 여행, 예술, 소설, 잡지 등 섹션별로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종류도 많다. 분야도 다양하고 새책, 헌책, 희귀본까지 원서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사랑방으로도 소문나 있다. ‘Used Book’ 섹션에서 읽기 쉬운 얇은 동화책을 꺼내니 또박또박하지 않은 글씨체로 쓰여 있는 어린 전 주인의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주변에 영문학도 친구가 있다면 셰익스피어의 원서 한권 선물해보자. 아이들을 위한 섹션도 있어 영어교육 차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찾는 엄마들이 많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1동 / 02-797-2342
인디서점
가가린
헌책과 독립예술가들의 위탁물품을 판매하는 가가린. 2009년 문학을 좋아하고 건축과 미술에 조애가 깊은 몇몇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던 책과 소품을 영추문 거리로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한 데 뜻을 모아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주 작지만 알토란같은 복합공간 ‘가가린’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책과 소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가가린에서는 건축, 미술, 예술 관련 서적과 판로가 부족한 소규모 간행물, 독립서적이 주를 이루고 간혹 액세서리, 옷, 문구 등 아이디어 넘치는 아이템들도 만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장사를 한다기보다는 판매의 창구가 되어주는 곳이다. 위탁판매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평생회비는 5만원, 1년 회비는 2만원으로 가입만 하면 자신이 만든 작품이나 나누고 싶은 중고품을 판매할 수 있다. 판매자가 물건값을 정하고 일주일 동안 판매된 금액의 70%를 돌려준다. 회원은 책을 구매할 때도 1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절판본이나 희귀본의 주인이 될 수도 있는 가가린에는 단지 새것, 헌것의 의미를 넘어 손때 묻은 핸드메이드가 많다. 찍어내는 흔한 물건이 아닌 개성 넘치는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122-12 / 02-736-9005
숨은 보물찾기 놀이
공씨책방
헌책방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또 찾아갈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책에 무심코 그어진 밑줄을 보며 동질감 혹은 이질감에 빠지는 재미, 숨어 있는 책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책향기도 정겹다. 마음에 드는 책 한권 쑥 뽑아서 빠져도 좋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을 때까지 책장 사이를 헤매도 좋다. 그러다 시중에서 절판된 책을 찾아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씨책방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헌책방이라 손님들이 늘 제법 있다. 가게 안 좁은 통로에는 부지런한 헌책 순례자들이 꽤 많다. 책이 많아 마음에 쏙 드는 책을 고르려면 반나절도는 금방 간다. 정가 50~75%로 저렴한 가격으로 숨은 보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공씨책방에서는 중고 LP와 CD도 구할 수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12-12 / 02-336-3058
여유
만나다
전설이 된 다방
학림다방
대학로 한복판, ‘다방’이란 이름이 존재하다니…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도시 간판들 속에 1956년부터 자리를 지키는 학림다방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벽에 꽂혀 있는 클래식 LP판에서 느껴지는 시간과 세월에서 쌓인 추억과 낭만이 이곳에 한가득이다. 그래서 따뜻하고 편안하다. 커피향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늘 잔잔하게 흐른다. 서울대 문리대 옛 축제 학림제의 이름을 딴 학림다방은 문리대 학생들의 아지트이자 음악, 미술, 연극인들의 단골다방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혼자 앉아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나이 든 어른들이 어색하지 않다. 20대부터 60대까지 한 공간에 있는 흔치 않은 광경이 재미있다. 통유리로 된 창가 쪽에 앉아 대학로를 채우는 사람들을 구경해본다. 지금 여기는 60년대를 막 지나가고 있는데 패스트푸드 간판이 보이는 밖 저쪽은 앉아 있는 이쪽과 다른 세상 같다. 학림은 추억 찾기 장소만은 아니다. 다방이란 이름에 걸맞게 커피도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87년부터 운영해온 4대 이충렬 사장이 하루에 커피를 20잔씩 마셔가며 연구하여 지금의 학림 브랜드 커피가 탄생했다. 커피를 쓴맛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학림에서 고소한 커피의 진짜 맛을 알려주자. 학림에서 직접 만드는 치즈 케이크와 학림 커피는 세트처럼 궁합이 잘 맞는다. 요즘 한집 건너 생겨나는 영어 이름을 가진 체인점 커피가 식상 하다면 오늘은 학림에서 커피 한잔 어떨까.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94-2 / 02-742-2877
처음 그 자리에서
지금도 커피냄새가 난다
버즈앤벅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정동길 끝자락 이화여고 후문 캐나다 대사관 맞은편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에 자리한 버즈앤벅스는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햇살 가득한 날에 가면 자연채광의 따뜻함이 가득 들어오고 비 오는 날은 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도 분위기 있다. 내부는 복층이라 천장이 높아 답답함이 없고 심플하고 깔끔하다. 도서관에 온 듯 책 한권을 들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조용하고 한적하게 쉴 수 있다. 버즈앤벅스 자리는 우리나라 최초 카페 자리다. 고종 시절 민간외교관 손탁이 외교 사신들의 접대 장소로 손탁호텔을 지어 1층에 커피숍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손탁호텔 자리에 이화학당이 들어서고 지금의 백주년기념관에 버즈앤벅스가 있다. 최초 카페 자리에 지금도 카페가 있으니 의미 있는 일이다. 커피 뿐 아니라 샌드위치, 파스타, 케이크, 파이 등 메뉴가 다양해 커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선택의 폭이 넓다. 그래서 가족끼리 나온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버즈앤벅스에는 유난히 아줌마 손님들이 많다. 이화여고 동창모임을 이곳에서 하는지도 모르겠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은 연인은 헤어진다는 설이 있다. 돌담길이 끝날 무렵 이 슬픈 전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연인의 손을 꼭 잡고 버즈앤벅스로 가서 따뜻한 커피와 맛있는 샌드위치로 마음과 배를 함께 채워보자.
서울시 중구 정동 32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 1층 / 02-772-8988
마음
비우다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성스러운 통로
길상사
삼각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은 고요한 절 길상사. 법정스님이 계시던 곳으로 더 유명한 길상사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다. 기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백석의 영원한 연인 김영한은 결국 백석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대원각을 송광사에 시주한다. 대법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으나 1997년 김영한의 법명인 길상화를 따 길상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길상화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아 법정스님이 길상사의 주지가 되어 주길 청하였다. 1995년 법정스님은 그 청을 받아들였다. 길상사 곳곳에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걸려 있다. 길상사는 문을 닫지 않는다. 모두를 향해 늘 열려 있다. 단지 불자들을 위한 사찰이 아닌 모두의 마음을 다스려주는 곳이다.
길상사가 개원했을 때도 김수환 추기경이 제일 먼저 찾았고 경내를 산책하는 수녀님들의 모습도 보인다. 길상사 보살상은 천주교 신자가 조각하여서 그런지 성모마리아의 미소를 닮은 듯도 하다. 매년 5월 시민운동으로 세상의 약자인 장애인, 탈북자, 결식아동을 위한 자선음악회도 연다. 길상사는 규모도 그렇고 세상에 끼치는 영향도 결코 적거나 작지 않다. 길상사는 산책 겸 나들이 장소로도 많이들 찾는다. 시원하게 뻗은 나무와 아름다운 색의 꽃들이 사찰의 무거움보다는 친근함을 준다. 숲 그늘 아래 명상터 수행 공간도 있다. 팻말에 새겨놓은 법정스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내 마음을 다스려본다. 지금, 길상사에는 백석도 길상화도 법정 스님도 없다. 김영한의 회고서 ‘백석, 내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을 이름’을 들고 길상사에서 가을을 맞으며 시려도 아프지 않는 사랑의 깊음을 느껴보자.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32-2 / 02-3672-5945
자연속
자연스러움이 주는 따스한 품
봉원사
봉원사는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반야사가 옛 이름으로 임진왜란으로 불탄 반야사를 중건하여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봉원사로 개칭하였다. 영조의 친필 봉원사 현판은 6·25전쟁 때 사라져버렸다. 현재로 이어 내려오기까지 사연도 구구절절한 봉원사는 서울의 사찰 중에 가장 고요한 절이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바람에 쓸려 스치는 나뭇잎 소리만이 들린다. 봉원사는 자연의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쉼 여행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서대문구의 수맥이 풍부한 안산에 자리한 봉원사는 그 기운을 받아 나무들이 잘 자란다. 몇백 년 세월을 지내온 키 높은 나무들이 만든 그늘 사이로 호젓하게 거닐어본다. 봉원사 마당에는 연꽃들이 가득하다. 연꽃을 보러 봉원사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7월에는 연꽃축제도 열린다. 대웅전 뒷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개구쟁이처럼 웃고 있는 석고불상을 만날 수 있다. 돌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대웅전 앞마당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영산재가 열린다. 또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기능보유자 승려 이만봉이 단청 분야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봉원사는 이렇게 불교문화 수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절에 오면 마음이 정화됨을 느낀다. 아마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너무나 평온한 여기에 세상의 모든 헛됨과 욕스러움을 쏟아내 버려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시끌벅적한 신촌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삶과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봉원동 산 1번지 / 02-392-3007
우체국 옆 그 공간이 특별하다
우체국 직원이 소개하는 조금 특별한 공간을 소개한다. 때론 삶의 여유를, 때론 만남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그 공간에 들어서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가을 오후, 우체국에서 기분 좋은 소식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띄우고 그 공간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안국동우체국
인사동 쌈지길 ‘갈피’
인사동은 더 이상 옛것을 모아 놓은 박물관 같은 거리가 아닌 옛것과 새것이 한데 어우러져 더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 휴식의 거리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그 인사동 쌈지길 4층에 숨어 있는 듯 자리한 ‘갈피’도 대표적인 새로운 트렌디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최신 트렌드 잡지부터 생활문화잡지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단행본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몇몇 단행본의 경우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도 가능하다. 패션잡지를 즐겨보는 여성들이라면 잊지 말고 꼭 찾아보길 권한다.
이곳 ‘갈피’는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잡지를 발행하는 ‘가야미디어’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에스콰이어’
‘바자’ 등의 국내 대표 잡지부터 인기잡지 등을 빠르게 비치하고 있다. 인터넷은 물론이요, 스마트폰의 대대적인 사용으로 책과 잡지를 사고 읽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갈피’에서는 누구나 부담 없이 잡지와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와플에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이면 스트레스도 금방 해소되는 기분. 언제고 부담 없이 찾아 여유롭게 잡지부터 단행본까지 읽을 수 있으니 좋겠다.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 / 02-725-0230
통의동우체국
유럽 치즈 제대로 맛보기 ‘유로구르메’
수준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유럽 최고급 치즈 요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지난 9월 통의동에 문을 열었다. 통의동우체국 바로 옆 골목 안쪽에 위치한 ‘유로구르메’가 바로 그곳. ‘유로구르메’는 유럽 고급 식자재를 전문 유통하는 ‘구르메F&B코리아’에서 문을 연 것으로 개점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유럽풍의 델리숍 겸 카페로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라탕, 피자 등 유럽식 헬스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또, AOC급 버터와 치즈, 유기농식물성 오일 등 고급식재료들도 구매할 수 있는데,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가격이 착하다. 무엇보다 신선한 유럽 치즈와 햄 등을 구입해 오픈키친에서 바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모짜렐라 치즈와 발사믹 소스로 맛을 낸 카프리제 샐러드, 유러피안 피자 등이 인기메뉴.
와인에 따른 치즈나 요리법에 따른 치즈 종류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니 치즈가 낯선 사람들도 편안하게 물어보고 신선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3 / 02-739-7711
중앙우체국
남산 숨은 맛집 목멱산방
남산은 서울 시민들에게 최고의 휴식 장소다. 주말이면 남산에 올라 느리게 산책을 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어내면 또 한주를 사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맛있는 식사가 함께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남산의 ‘목멱산방’에서의 식사가 좋겠다. 목멱산방은 서울시가 외국인들에게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2010년 문을 연 산방으로 남산 케이블카 승차장 맞은편 기슭에 위치해 있다. 남산의 옛이름 ‘목멱산’에서 이름을 따온 이 산방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남산의 정취를 만끽하며 건강한 한끼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모두 셀프로 주문해 먹는 시스템으로 메뉴는 산방비빔밥, 불고기비빔밥, 육회비빔밥, 도토리묵 등이고 저녁에는 훈제오리, 육회무침, 묵은지보쌈 등을 하고 있다. 굳이 식사가 아니어도 직접 목멱산방에서 달인 십전대보탕, 대추차, 생강차 등 우리 전통차도 마실 수 있다. 비싸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가을 오후 가족끼리 남산 산책 후 식사하며 쉬어가기 좋은 곳. 아이들에게 한옥의 멋스러움을 일깨워주기에도 좋은 장소다. 너른 대청마루에서 케이블카 오가는 것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서울시 중구 예장동 산5-6 / 02-318-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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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 카페 ‘Cafe i mA’
일민미술관 건물은 1926년에 세워져 1992년까지 66년간 동아일보 사옥이었던 역사적, 상징적 건축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일민미술관은 우리 시대와 삶을 담아내는 기획전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미술관 1층은 카페 이마로, 부담 없이 그림을 보는 것은 물론 커피와 와플, 애플파이를 먹으며 도시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미술관은 어렵고 문턱이 높을 것이라는 틀을 깨고 일민미술관은 카페 이마를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서고 있다.
80석 규모의 카페 이마는 근데 르네상스 양식의 창문과 이를 빛과 유리로 해석한 현대적 인테리어가 품위 있게 조화된 공간. 신선한 원두에서 막 추출한 커피와 바삭한 와플이 대표 메뉴다. 카페 이마 너른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광화문거리는 또 하나의 미술작품이 되어 이 가을, 마음에 남을 것이다.
월~토요일에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39 / 02-2020-2060
서대문우체국
독립영화관 ‘필름포럼’
독립예술 영화 매니아들의 아지트 ‘필름포럼’. 필름포럼은 독립예술극장으로 기존 낙원상가에 있다 지난 2008년 연대 동문길에 다시 문을 열었다. 기존 소극장, 독립예술극장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섰지만 정작 영화 선택의 폭은 적어졌다는 독립영화 매니아들. 해서 그들은 조용하면서 예술영화 등을 볼 수 있는 독립예술극장을 선호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자주 찾는 영화관이 ‘필름포럼’이다. 필름포럼은 개봉작 상영과 다양한 예술영화 기획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특히 거장들의 명작을 체계적으로 소개할 뿐 아니라 도전적이고 미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신예감독들의 영화도 선보이고 있다.
창가로 자리한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하며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즐겁다. 북포럼에 들러 오래된 책을 찾아보는 재미도 필름포럼을 더 매력적이게 한다. 대형멀티극장의 편리함은 없어도 느긋하고 여유롭게 예술영화 감상하기 더 없이 좋을 장소다. 상영일정은 ‘필름포럼’ 네이버 카페에서 검색하면 미리 알 수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대신동 85-1 하늬솔 빌딩 A동 B / 02-312-4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