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자 팀장(서울동작우체국 우편물류과)이 시어머니, 딸과 함께 떠난 여행
우리끼리 속초로, 여행의 기쁨과 재미가 쏠. 쏠.
서울동작우체국 우편물류과 박춘자 팀장은 속초여행 주인공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으니, 큰 기대를 하고 나선 여행길에는 시어머니와 딸이 동행했다. 가족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동해를 보고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결혼한 지 어느덧 18년째. 박춘자 팀장은 맞벌이하는 맏며느리를 대신해 살림을 챙겨주시는 시어머니와 중학생이 된 딸과 함께 일상의 쉼표를 제대로 찍고 싶었다. ‘여자들만의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가족여행 역사에 획을 긋는 깜짝 이벤트. 칠순을 훌쩍 넘긴 시어머니는 감기 기운이 있었음에도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느냐며 여행 가방을 채웠다고 한다. 중학교 입학과 사춘기라는 대변화를 맞이한 지금, 대화의 물꼬를 틀어막은 딸도 호기심을 드러내며 따라 나섰다.
활기차고 애교 많은 며느리는 장소 이동을 하는 틈틈이 시어머니 자랑을 열심히 했다. 이해심 깊은 ‘엄마’ 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기에 가정과 일을 모두 지키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함께 걸어온 세월만큼 서로 챙기고 배려하는 마음도 깊어져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단다. 설명하지 않아도 고부보다 모녀에 가까운 두 사람이다.
속초는 역시나 신이 주신 관광도시였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이렇듯 야무지게 담아 놓은 곳도 드물 것이다. 가족은 예상대로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청초호 호수공원부터 속초관광수산시장까지. 지루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여행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철새가 반겨주는 힐링명소, 청. 초. 호. 호수공원
속초 8경 중 하나인 청초호는 넓이 1.3km2 둘레 5km에 이르는 석호이다. 우리나라에서 동해에만 형성된 석호는 바다가 모래톱에 가로막혀 생긴 자연호수를 말한다. 송지호, 영랑호, 청초호, 경포호 등 18개의 석호가 112km의 해안을 따라 분포돼 있다. 시가지 중심에 자리한 청초호는 그 모양이 술단지를 닮았다.가족여행의 첫 번째 코스는 청초호 호수공원. 가장 먼저 해상공원인 청초정부터 들렀다. 75m 길이의 해상보행로 끄트머리에 있는 번듯한 팔각정자가 바로 청초정이다. 정자에 앉아 탁 트인 호수를 바라보면 주문을 걸지 않아도 명상이 절로 된다. 온갖 잡념과 스트레스를 바람에 실려 보내면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마신 듯 막혔던 가슴도 뻥 뚫린다. 이곳에는 무료로 이용하는 망원경이 여러 대 설치돼 있다. 동해의 푸른 물결과 설악산의 수려한 경관,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한 청초호의 속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감동을 준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청초호는 습지 일부가 매립됐지만, 모래톱과 갈대숲이 잘 형성돼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해마다 찾아와 쉬어간다. 청둥오리, 물총새, 나그네새 등 80여 종의 철새를 도심 속에서 관찰할 수 있다. 잘 닦인 수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반가운 나그네들과의 만남이 심심찮게 이뤄진다.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 공간으로 더없이 좋은 공원에는 놀이터, 자전거 대여소, 유람선 선착장, 엑스포타워 전망대 등 추억을 만들 곳이 많다. 시간이 남는다면 해상공원 입구에 있는 석봉도자기미술관에 들러보자. 선조의 얼이 담긴 도자기의 역사와 흐름을 공부하고, 직접 흙을 빚어 작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골목길, 아. 바. 이. 마. 을.
국내외에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드라마의 인기는 한적한 어촌 마을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얼굴을 내비친 이후 발 도장을 찍고 가는 관람객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옛 풍경은 찾아볼 수 없게 탈바꿈했지만, 이북 음식들은 그 역사와 맛을 계승하며 여행객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허름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골목길에는 최고의 맛과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영업 중인 식당들이 즐비했다. 마음에 드는 곳 선택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일단 들어가서 앉으면 주문하기가 무섭게 상이 차려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표 메뉴는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 내장을 제거한 오징어와 돼지창자를 깨끗이 씻은 후 찹쌀, 채소, 선지 등 영양가 높은 재료들로 만든 소를 채워 쪄낸다. 먹기 좋게 썬 오징어순대는 달걀물을 골고루 묻혀 노릇하게 구워낸다. 아바이마을 바로 앞에 있는 작은 해변은 ‘간이해수욕장’이라고 부르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여름에는 옥구슬 같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겨울에는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은 숨은 보석이라고나 할까. 방파제에 집합한 낚시꾼들이 물고기와 씨름하는 것만 봐도 짜릿함이 전달된다.
조금은 느려도 괜찮은 정다운 뗏목, 갯. 배.
<가을동화> 주인공인 송혜교가 갯배에 올라 청순미를 뽐낸 모습은 드라마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다. 보고 또 봐도 그림 같은 풍경. 무동력 도선인 갯배는 일제말기에 속초항이 개발되면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이마을과 시내 중심인 중앙동 사이에 놓인 수로를 오가는 운송수단으로 ‘멍텅구리 줄배’라고도 불린다. 갯배 선착장에는 놀이공원 매표소에 온 듯 사람들의 대기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속초시는 2012년에 선착장이 자리한 설악대교 밑 공터를 관광객을 위한 쉼터로 정비했다. 가을동화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 아바이마을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 전시 등 볼거리가 다양해 기다림이 오히려 즐겁다. 갯배의 편도 요금은 어린이 100원, 어른 200원, 자전거·손수레 200원이다. 500원으로는 과자 한 봉지도 어림없는 세상에서 왕복해도 거스름돈이 남는다니. 너무나도 ‘착한 가격’에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갯배의 승선 인원은 35명. 폭이 50m 정도 되는 수로를 가로지르는 쇠줄이 바닥 가운데에 철로처럼 설치돼 있는데, 갈고리를 쇠줄에 걸어 당겨야 뗏목이 반응한다. 갯배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 협동심을 발휘해야 순항할 수 있다. 어르신과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뱃사공. 갈고리 바통을 받아 끌어당기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과정이 재미있는 이색 체험이다. 바닷길을 건너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쇼핑의 즐거움이 가득한 장터, 속. 초. 관. 광. 수. 산. 시. 장
갯배타고 중앙동에 가면 속초관광수산시장(구 속초중앙시장)에 꼭 들러보자.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이후, 속초가 수복되자마자 형성된 유서 깊은 곳이다. 2006년에 시장 현대화 사업을 시작해 4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곳에 오면 열에 아홉은 ‘지름신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시장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중앙시장 상가를 기준으로 주변에 청과·어물전·닭전·고추·순대 등 특색 있는 이름을 붙인 재래시장 골목이 퍼져 있다. 중앙시장 상가는 포목, 의류, 잡화, 활어회 등 취급 품목이 다양하다. 대형마트가 부럽지 않은 원스톱 쇼핑공간이다. 골목 투어는 색다른 맛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닭전골목의 닭강정, 어물전골목의 수산물과 젓갈, 순대골목의 아바이순대와 국밥 등 골목을 상징하는 물품과 먹거리를 총망라해 쇼핑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물론 가격과 품질 비교는 필수!
속초관광수산시장의 인기 코스는 단연 어물전골목이다. 동해에서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 밥도둑이 따로 없는 젓갈, 반찬 걱정을 덜어주는 건어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비릿한 냄새가 오히려 정겨운 삶의 현장은 사계절 내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관록이 느껴지는 시장 상인들은 인심도 후하다. 물건만 봐도 지갑이 절로 열리는데, 말하지 않아도 공짜로 얹어주며 하는 말. “맛있게 드시고 또 오세요!” 푸근한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행 정보
청초호 호수공원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해상공원에 조명 시설을 설치해 야간 관광을 즐길 수 있으니, 다채로운 빛을 발산하며 함께 불을 밝히는 설악대교는 예술작품을 보는 듯 황홀함을 선사한다.
아바이마을 순대 외에도 가자미회냉면, 생선구이, 막국수 등 맛볼 게 많다. 순대는 진공 포장을 해서 판매하고 있다. 마을에는 커피전문점과 문방구도 있다. 특히 추억의 물건이 많은 문방구는 <1박 2일>에 등장해 인기 만점이다.
갯배
설악대교를 타고 서행하다 보면 갯배(아바이마을)로 안내하는 큰 표지판이 나온다. 갯배의 운항(청호동~중앙동) 시간은 오전 4시 30부터 오후 11시까지. 시내에서는 속초관광수산시장 입구 주변으로 안내 표지판이 있어 길 찾기가 쉽다.
속초관광수산시장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형주차장 내 카트보관소를 운영 중이며, 고객 쉼터와 수유실, 무인민원발급기, 간이 쉼터 등의 시설이 있다. 1만 원 이상 물품을 사면 상점에서 지급하는 주차권을 꼭 받아야 무료 주차할 수 있다.(1매당 30분, 최대 4매 가능)